제 3당의 추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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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국회의원 생활을 정리하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 있다. 2016년 총선에 ‘제3당 정치혁명’을 내걸고 화려하게 출발한 국민의당이 종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 제일 허무하다. 제3당이 이렇게 실패로 끝나서 이제는 제3지대니 제3당이니 하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게 된 것도 문제라고 하겠다. 의원 임기 4년의 후반기는 ‘심리적 무소속’ ‘사실상 무소속’ 의원 생활을 했으니 그것도 우리나라 국회 역사에 남을 기록일 것 같다.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은 13명이었는데,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의원은 박주현, 장정숙 그리고 나였다. 박선숙 의원은 합당에 반대했지만 민주평화당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나는 민주평화당 정책연구원장을 했지만 연구원장은 언론에 나오는 당직은 아니라서 크게 표시는 나지 않았고, 그 기간도 반년 동안이었다. 반면에 박주현 의원과 장정숙 의원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의 대변인 등 여러 당직을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맡았다.
정당법에 의해서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소속 정당에 대한 투표로 당선이 됐으니까 임의로 탈당해서 다른 정당에 가입하게 되면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의당이 사실상 분열되는 상황이라면 비례대표 의원도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합당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시켜서 각자의 길을 가도록 하는 게 정치적 도의에 합당하고 신사적일 것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합당을 추진한 안철수는 그런 요구를 거부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하지 않는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해서 교섭단체가 무너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정당에 주어지는 보조금이 소속의원 숫자에 비례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하면 그 만큼 정당보조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사코 제명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2016년 여름에 나한테 어려운 일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으로 경남 도의원으로 당선된 전현숙은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 선거운동을 도와서 민주당으로부터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 때 안철수 대표가 “전현숙 도의원이 민주당에서 제명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나한테 부탁해서 내가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에게 전현숙 도의원에 대한 제명을 부탁했고, 당시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던 김경수 의원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서 부탁을 했다.
사안을 알고 있던 김경수 의원은 “전현숙 도의원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면서 “제명을 해 주겠다”고 흔쾌히 동의했다. (얼마나 cool한가!) 얼마 후 전현숙 도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이 돼서 국민의당에 입당해서 국민의당 창원시 진해구 위원장을 지냈다.
전현숙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지금의 안철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것을 무어라고 하던가.. 내로남불인가, 기억상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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