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12> 중국국가박물관(National Museum of China)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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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국가 중국의 최대박물관이다. 중국을 처음 방문한 것이 1991년, 국교수립 전이라 홍콩으로 가서 비자를 받아 북경을 방문했다. 이때는 국립박물관이 <중국역사박물관>과 <중국혁명박물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내가 방문한 박물관은 <중국혁명박물관>이었는데,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혁명과정을 묘사한 극사실주의 그림들이었다. 러시아 혁명기부터 태동한 사회주의 사실주의(Socialist Realism) 기법이라 들었는데 정말 꼼꼼히 정성을 다한 그림들이었다.
2003년 중국은 <중국역사박물관>과 <중국혁명박물관>을 통합하여 <중국국가박물관>을 개관하였다. 중국 굴기를 내세우는 나라답게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라 한다. 규모는 크지만 건축미가 주는 감흥은 없다는 생각이다.
9년 전 북경 방문 시 짬을 내어 <중국국가박물관>을 찾아가 보았다. 중국의 여러 지역의 박물관들을 둘러보았지만, 국가의 권위가 높은 중앙기관이어서인지, 북경의 <중국국가박물관>은 입장 시부터 경비와 보안이 지나칠 정도로 철저했다. 우선 입구 계단 등에 자유롭게 앉아있거나, 그룹으로 어울려 누굴 기다리거나, 여유롭게 그냥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그냥 나란히 줄을 서 기다리다 입장하면 엄청난 규모의 로비가 나오고, 이 거대한 박물관의 투어가 시작된다.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문화비교를 업(業)으로하는 인류학자의 생각으로는 ‘민주적 사회에서의 박물관은 국민이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장소이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국가의 이념과 성취를 주입하고 과시하는 장’이라는 생각들었다. 전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지만, 후자는 하나의 해답만을 제시한다.
중국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문화대국이다. 따라서 박물관의 콘텐츠는 손색이 없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중국사회가 품어온 문화는 보여줄 것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의 여타 다른 박물관과 비교해서 역시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공산주의혁명에 대한 <기억의 재현>이 아닐까한다. 사회주의 사실주의, 공산당의 선전기법, 뛰어난 예술가들의 땀 등이 응고해있는 작품들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런지!
최협은 누구?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국 켄터키 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문화인류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다민족 국가의 민족문제와 한인사회>(공저), <호남사회의 이해>(편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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