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 <44>“대통령이라고 해서 뭐든지 다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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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와 관련되는 글은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거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사람에 따라서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정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진국을 넘어 세계 10위 선진국이다. 10위권이 아니라 10위 국가다. 즉 국가 발전 단계로 볼 때 정치가 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국민 전체 특히 기업들에 의해 결정되는 단계의 나라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과거 국가주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그만두고 기업인들 스스로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정치인들의 이중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끊임없이 말하지만 당리당략이 관련되면 너무 쉽게 그 말을 잃어버리고 국가발전에 저해되는 일을 너무나 쉽게 결정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본의 아베도 순간의 경제 착시효과를 얻기 위해 무한에 가까운 통화팽창 정책을 펴서 일본 경제를 이토록 망가뜨렸다. 미국의 바이든도 큰 차이는 없는듯하다. 세일 석유가 대량 생산되자마자 중동 산유국과의 오랜 신뢰관계를 깨트렸다. 또한 단기적 지지율 향상을 위해 ‘인플레 감축법(IRA)’을 만들어 1차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오랜 기간 쌓아 올린 미국에 대한 우방국들의 신뢰를 깨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가가 치솟자 바이든은 사우디를 ‘직접’ 방문하여 석유 증산을 요구하였지만 사우디는 오히려 ‘20% 감산’으로 대꾸하였다. 이것은 이전까지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사우디의 반응이었다. 그 덕에 전 세계는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 행진을 계속하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중국 포위전략인 QUAD나 AUKUS도 인도와 호주의 비협조로 인해 거의 무산에 가깝게 되었다. 내가 볼 때 미국을 깊게 따르는 자유진영 국가는 이제 영국과 캐나다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현대와 삼성에 대한 미국의 거의 배신에 가까운 행동으로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믿음을 가지리라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지도자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게가 있고, 신뢰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시진핑과 트럼프가 이상한 선례들을 만들고 그것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모방하면서 많은 국가들의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이 가벼워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잘못된 생각인지 모르지만 왠지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대(對)일본 위안부, 강제노동, 청구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이해되지 않고, 업무 처리 방식은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첫째; 이 일은 대통령 혼자, 그것도 밀실에서 결정해서 발표할 일이 절대 아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36년간의 일본의 압제와 우리 국민들이 겪은 고초 그리고 우리 역사의 유린에 대한 처리는 대통령이 혼자 결정할 일이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그런 엄청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대통령 개인이 국민들의 동의 없이 그 결말을 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박정희 대통령도 대일청구권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그 사건은 당시에도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1960년대 우리나라의 너무나 열악한 경제 환경과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그래도 일말의 필요성이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는 50년 전의 우리나라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주 간단한 통계 숫자 하나만을 보자 1965년 인당 GDP는 우리나라 108달러, 일본 900달러였다. 8배의 격차였다. 그러나 2022년 우리나라 인당 GDP는 34,940달러이고, 일본은 39,583 달러다. 겨우 13% 차이다. 833% 차이에서 겨우 13% 차이로 줄어들었다. 놀라운 수치 변화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과거와 같은 현격한 차이가 있는 관계가 절대로 아니다.
구매력 평가(PPP, 즉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가치) 인당 GDP는 우리나라가 37,542달러로 세계 32위이고, 일본은 인당 39,795달러로 31위다. 한 단계 차이밖에 없다. 그러나 IMF는 2023년 올해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풍요롭게 산다는 얘기다.
즉 경제적 이유로 우리가 서둘러서 일본과의 과거사를 정리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두 번째;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 원칙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원칙이다. 즉 무슨 문제가 있을 때는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 또는 국가가 그것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이고도 원칙적인 얘기다.
그럼 누가 이러한 침략전쟁을 야기하였는가? 그리고 독일이 유태인들에게 사과하는 것처럼 일본이 우리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가?
이번 윤대통령의 발표가 있는 직후 일본 외무성은 “한국인 징용은 강제적이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일본 방위성 장관 업무실의 왼쪽 벽에는 우리 한반도 지도가 걸려있다. 일본은 교과서가 아니라 자기 국토 백서에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표기하였다. 그들은 우리에게 사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반드시 수복해야 할 자기들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 내에는 “한국을 괴롭히는 일을 연구하는 단체”라는 명패가 있는 조직이 있다. 참으로 치졸한 나라다.
어떻게 21세기에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런 조직을 ‘정식’당(黨)조직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은 역사적 열등감이 뿌리박혀 있는 나라이고, 파렴치한 국가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강제징용이 아니고 우리나라를 수복해야 할 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 전범기업들은 어떤 논리로도 배상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참여하면 그들의 강제동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를 준 국가가 아니라 피해를 당한 나라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자기 나라의 비용으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 할 수 없다.
“과거사에 매달리지 않고 바람직한 미래로 나가기 위한 일”이라는 논리는 아예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 얘기다. 자기들은 강제징용을 한 적도 없고, 정신대는 임금을 받기위해 스스로 자원한 일이며, 대한민국을 수복해야 할 땅(과거의 내 땅,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과거사에 매달리는 국가가 아닌지를 정말로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의 예를 더 하겠다. 우리나라 신임 주일대사를 일본 총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30일 이상 만나지 않았었다. 아직도 그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너무나 자명하게 보여주는 사간이다.
그런데 피해국인 나라가 스스로 자청하여 과거사를 정리한다고 한다. 매우 재미있는 희극이다.
세 번째; 전략적으로도 매우 우둔한 정책이다.
일본이 왜 우리나라와는 독도를, 러시아와는 알류샨 열도를,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를 삼을까? 그들도 우리 독도가 자기 땅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만든 과거 지도에도 독도는 우리 땅(조선 땅)으로 표기되어있다. 역사를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 아둔해진 일본 국민들은 모르지만 지도자들은 너무나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혹자는 자원 때문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물론 그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지도자들은 독도 문제화의 전략적 가치를 훨씬 더 중요시 여기고 있다. 즉 두나라 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은 매우 훌륭한 전략적 자산이 된다. 즉 아주 중요한 다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영토분쟁은 상대국가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쓸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인 것이다. 일본이 언뜻하면 독도문제를, 때로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문제가 있을 때 독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엄청난 압력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적 자산을 우리 스스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답답한 발상이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네 번째;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강국(强國)이 아니다.
일본은 분명히 세계 GDP 3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기초과학, 재료분야, 장비분야 그리고 장인정신 등에서 뛰어난 국가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와 같은 그런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국가는 절대 아니다. 7,80년대 일본의 위상은 세계가 두려움을 느낄 만 하였다. 나는 그 때 미국 유학시절이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일본이 미국을 뛰어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정말로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은 그런 넘사벽의 강국이 아니다.
일본의 제조업은 도요타를 제외하고는 거의 경쟁력을 상실하였으며, 반도체, 전자제품, 조선 등에서는 이미 우리에게 추월당했다. 여러분 주위에서 일제 상품이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아! 정말 그러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통계수치 하나를 보여주겠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2022년 사상 최대인 19조9,713억 엔을 기록하였다. 1979년 이후 최대 적자 수치다. 작년까지 지난 10년간 일본의 무역적자는 총 7차례나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전체 대외수지는 흑자였다. 흑자 원인은 과거 7,80년대 일본이 아주 잘 나갔을 때 외국에 투자한 것으로부터 오는 투자수익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재작년부터는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액수가 되지 못했다. 즉 ‘부자는 망해도 몇 년 간다.’는 속담이 이제 일본에는 먹혀들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의 국가 부채비율은 이미 GDP 260%를 넘었고(우리나라는 약 60% 수준임), 중국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정부 예산의 20~30%는 높은 국가부채를 상환하거나 이자를 갚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부족한 국가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국채를 지속적으로 추가 발행하고 있다. 즉 일본의 국가 부채는 미래에도 감소하지 않고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러분 가정 수입의 2,30%가 부채를 갚는데 사용되고 그 빚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때 여러분의 가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 표준금리를 5%대로 올려도 중국과 일본이 이자율을 올리지 못하는 뒷배경에는 이런 심각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재무대신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려고 방문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대법원 청구권 판결이 있을 때 한일 외환통화스왑을 일본이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그러나 최근 비밀리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통화스왑을 재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다. 물론 IMF도 일본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황상으로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내가 일본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하나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일본을 떠나라. 만약 일본에 남아있을려면 권총을 준비하라.”라는 말을 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와 같은 강대국이 아니다. 그들은 세계3위의 GDP 국가이지만 매우 위험한 상태의 3위 국가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되어 도요타가 어려워 질 때 일본의 위상은 더더욱 위험해 질 것이다.
다섯번째: 윤대통령 자신에 대한 미래 평가가 우려된다.
어떤 대통령이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줄’로 평가를 받는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대통령이고, 박정희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우리 경제를 발전시킨 대통령이며, 김대중 대통령은 IMF 경제위기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윤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미래에 기억될지 우려된다. 벌써부터 좋지 않은 플랭카트가 나돌아 다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현대처럼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세계가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떻게 변화 될 것인가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하려는 노력은 더없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가, 최소한 정치지도자들은 반드시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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