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차관 임명과 법조일원주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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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탈원전 사건과 관련해서 백운규 전 장관을 대리했던 변호사를 법무차관으로 임명한 일은 최소한의 상식마저 저버린 인사다.
법조관료주의가 폐단이 많다면서 경력이 있는 변호사를 검사와 판사로 임용하는 것이 미국식 법조일원주의이며 보다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 모르는 이야기이다. 간단하게 미국 연방검사 조직을 보면 아래와 같다.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장관은 4명이었는데, 정확히 말한다면 3명이 장관(Secretary)이었다. 국무, 재무 그리고 전쟁장관이 있었고, 그 외에 장관급으로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이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의 외가인 버지니아의 랜돌프 가문의 에드먼드 랜돌프가 초대 법무장관이었다. 미국 초기의 법무장관은 비상근 직으로 대통령과 의회에 법률자문을 했다. 연방정부 부처로서 법무부는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 생겼다.
오늘날 미국 법무부는 장관(Attorney General), 차관(Deputy Attorney General), 차관보(Associate Attorney General), 송무차관보(Solicitor General), 그리고 8개 국(局,division)을 관장하는 8명의 국장(Assistant Attorney General)이 있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하는데,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법무부 산하에는 93개 지역의 연방지방검찰청이 있는데 그 수장을 검사장(US Attorney)이라고 부른다, 검사장 휘하에는 검사 (Assistant U.S. Attorney)가 있는데 이들을 흔히 연방검사(federal prosecutor)라고 부른다. 93명의 연방지검장은 임기 4년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치적 직위인데,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연방지검장들은 대통령이 바뀌면 스스로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은 법무장관은 정치인 법률가를 임명하더라도 법무차관 등 법무부 고위직은 경력이 좋은 법률가를 임명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송무차관보(Solicitor General)는 어윈 그리스월드(Erwin Griswold), 아치볼드 콕스(Archbald Cox), 로버트 보크(Robert Bork) 같이 저명한 헌법교수들이 역임하기도 했다. 연방지검장도 주 정부 법무장관이나 지방검사장(district attorney)을 지냈거나, 연방검사로 경력을 인정받은 현직검사 출신을 지검장으로 임명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원 법사위에서 인준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원 법사위는 인준 청문을 하기 전에 특히 이해충돌 문제를 살핀다. 법무장관, 차관 뿐 아니라 지검장으로 지명된 사람이 과거에 변호사로서 행적을 살피는데, 미국 정부가 기소하거나 수사하는 대상 인물을 대리했다면 인준은 100% 거부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그런 인사는 대통령이 하지도 않는다.
변호사는 아무래도 자기 분야가 있고, 또 자기가 주로 대리하는 의뢰인의 부류가 있다. 형사피고인을 대리했던 공공변호사(public defender)가 선거를 통해서 지방검사가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늘날 연방검사는 상위권 로스쿨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변호사들이 취직해서 그 조직에서 성장해가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전문직 검사들이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고위직과 검사장은 모두 상원의 인준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처럼 제멋대로 차관과 실장을 임명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엊그제까지 검찰의 기소 대상인 사람을 대리했던 변호사를 대통령이 법무차관으로 지명하는 하는 일은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다. 상원 법사위에 가기도 전에 언론과 여론의 지탄을 받아서 몰락해 버릴 것이 너무나 분명해서 그런 상황에서 하겠다고 나설 변호사도 없을 것이다. 돌아가는 꼴이 너무 한심해서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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