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진해의 주유천하> 배신(背信)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05일 17시05분

작성자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메타정보

  • 0

본문

등에 칼 꽂는 것이 배신이다. 배신은 주로 갑이 당한다. 갑은 권력을 가진 쪽이다. 갑이 쥐어준 권력의 칼자루를 을이 들이대는 경우가 배신이다. 갑은 을을 신뢰하고 동지(同志)로 생각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갑의 신뢰를 저버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전 의원을 두고 배신자라고 칭한 것을 기억한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신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통상적인 승진 단계를 무시하고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 총수의 자리에 그를 임명했다. 그런데 그는 보은에 보답하기는커녕 갑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자행한 모양이다. 그래서 하수인을 내세워 윤석열 총장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렇게 보인다.

 

배신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학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갑의 도움으로 교수가 된 을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충돌이 일어난다. 대개의 경우 갑은 선배이므로 갑의 의견을 따른다. 그러나 갑이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경우, 또는 개인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할 경우 을이 반기를 든다. 이런 일을 당하면 갑은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뒷전이다. 감정이 상한 갑은 을을 제거하기로 맘먹고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한다. 하찮은 것들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없는 일을 꾸며내어 중상모략(中傷謀略)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동원한다. 사회에서는 언론을 동원하여 선전선동하거나 입맛에 맞게 각색한다. 정권 차원에서는 집권 세력의 뜻에 맞지 않는 일원을 배신자로 몰아 제거한다. 

 

배신은 왜 발생하는가? 아니 갑은 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갑이 자신의 생각이 너무 옳다고 확신하기에 그렇다. 이견을 표출하는 을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는 갑의 이익을 위해 을이 협조해야 하는데 비협조적이거나 거부할 경우 배신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배신 또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갑의 이익에 부합되는 지가 판단 기준이다. 배신은 갑을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갑이 자행하기도 하고 끼리끼리 치고받기도 한다. 주로 이해관계 때문에 발생하거나 조직에서 위상이 흔들릴 경우 일어난다. 이런 유형의 배신은 치졸하고 유치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벌어지는 반칙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달리기 경주에서 뒷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거나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경우다. 공정성 위반이다. 

 

배신을 당한 자는 크게 분노한다. 자네가 나의 은혜도 모르고 배신을 하다니. 끝까지 보복할 거야. 이런 심리가 아닐까. 그런데 물어보자. 그가 무슨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인가? 예를 들어 윤석열 총장을 초고속 승진시켰으면 정권은 그가 너무 예뻐서 과한 대접을 한 것이다. 과한 대접을 받은 자는 그렇다고 갑의 잘못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을 거절하는 것이 을의 바른 태도다. 진정으로 갑을 위하는 길이다. 갑이 정신 차릴 기회를 제공하니 충신이 따로 없다. 갑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부적절한 동의를 강요할 때 을이 거부하는 것이 갑에게 도움이 된다. 배신은 갑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는 거지만 을이 옳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대인(大人)이다.

 

배신도 여러 가지다. 아낌없이 준 사랑을 저버린 자들이 있다. 어렵게 고생해서 여자가 돈을 번다. 그 돈으로 남자친구 고시공부 뒷바라지 하고 드디어 판검사가 된다. 그런 그녀를 버리고 돈 많은 집안의 사위로 들어간다. 남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경우다. 부부 사이에도 배신은 생긴다. 밥 차려주고 빨래해주는 부인을 속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딴 살림을 차리는 경우다. 부인은 남편을 혼인 서약을 저버린 배신자라 생각한다. 사랑의 배신이다. 친구 사이의 배신은 사기를 치는 경우다. 우정의 배신이다. 배신에는 이렇게 파렴치한 배신도 있고 당당한 배신도 있다. 당당한 배신자는 소신파라 불리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유승민 실장이 그렇고, 현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총장이 그렇다. 누가 배신자고 누가 대인이고 누가 옳고 그른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0
  • 기사입력 2020년12월05일 17시05분
  • 검색어 태그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