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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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tate’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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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19일 11시20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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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뜬금없는 음모이론을 즐겨 이야기하곤 한다. 미국은 프리메이슨이 지배하는 나라이고, 케네디는 CIA와 FBI가 암살했다는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막강한 현직 대통령까지도 어떤 음모 세력이 자기를 박해한다고 말하고, 그것이 지지세력 사이에 급속히 파급된다면 심각한 기현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그러한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작년 6월, 미국 정부를 'Deep State'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음모집단, 즉  Deep State이고, 이 음모집단이 자기가 당선된 2016년 대선을 뒤집으려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폭스뉴스가 트럼프의 이런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연관된 언론의 폭로와 특별검사의 조사, 민주당의 탄핵 논의가 모두' Deep State'의 음모라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전파됐다. 

 

'Deep State'라는 말은 미국에선 별로 쓰인 적이 없는 용어이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기성 정치체제는 그대로 있다는 의미로 'political establishment', 군 및 안보 관련 체제를 의미하는 ‘national security establishment’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기는 한다. Deep State는 원래 민간정부를 좌지우지 해온 터키 군부를 지칭하는 용어라는데, 이 용어를 사용해서 트럼프는 자기가 박해 받는 민주적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겪는 어려움을 'Deep State의 저항'이라는 식으로 처음 언급한 사람은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전략을 기획한 스티브 배넌 백악관 보좌관이다. 배넌이 그런 이야기를 하자 워싱턴 포스트 등 주류 언론은 웃기는 이야기라고 비웃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직접 거론하고 폭스뉴스가 그것을 보도하자 급속하게 전파돼서 "박해 받는 우리 대통령을 지키는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사실 미국에 Deep State가 있다면 거기에 희생이 될 만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아니라 오바마이어야 한다. 시카고 남부에서 사울 앨린스키 같은 급진파 운동권과 어울리던 흑인 청년이 상원의원이 되고,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책을 쓴 것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대통령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 오바마가 자기를 뽑아준 중산층과 서민을 배반하고 기득권(establishment) 세력과 야합하고 말았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바마는 자기 세력이 없기 때문에 집권 경력이 있는 클린턴 정부 인사를 많이 기용해서 클린턴 정부의 연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오랫동안 공화당 보좌관 생활을 한 마이크 로프그렌(Mike Lofgren)은 공화당에 환멸을 느껴서 의회를 나온 후 '정당은 끝났다'(The Party is Over)라는 책을 2013년에 펴냈다. 그의 주장은 책의 부제와 같이, “공화당은 미쳤고, 민주당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바마 정권이 끝나가던 2016년 1월, 그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을 담아서 “헌법이 몰락하고 그림자 정부 시대가 왔다”고 주장하는 책을 펴냈다. (책의 부제 : The Fall of the Constitution and the Rise of a Shadow Government) 그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병력을 증파(surge)해서 의미 없는 전쟁을 지연시키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런데 그 책의 타이틀이 였다. 

 

아마도 책을 팔기위해 출판사가 섹시하게 ‘Deep State’라는 타이틀을 뽑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체로 책의 부제는 저자의 작품이고, 타이틀은 출판사가 판매를 고려해서 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국 사회를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으로 기대했던 오바마가 군산(軍産)복합체, 월가(街) 등과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을 보고 한탄하면서 쓴 책 제목을 트럼프의 정치 참모 스티브 배넌이 빌려와서 이를 트럼프가 사용한 것인데, 이에 흥분한 백인 우파 부대들이 “우리 대통령 트럼프가 국방부, 법무부, FBI, CIA의 나쁜 놈들 때문에 백악관에서 쫓겨나게 됐다”면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대선이후 나타나고 있는 혼돈스런 미국사회를 이해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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