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청계산 칼럼

사드가 온다. 온단다.

 지난 7월 8일 정부는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미군과 공동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2일 오후 3시, 경상북도 성주군을 사드 설치 부지로 선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사드 도입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가 빗발치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사드 설치 부지로 선정된 성주에서는 연일 주민들이 반대집회를 개최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열기가 뜨겁다. TK(대구·경북)는 전통적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기 때문에 ‘뜻밖’이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사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견해와 근거는 여러 언론매체와 기사, 글, 사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군 기밀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는 자료도 있으며, 그것이 필요에 의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사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나 그 유해성을 떠나서 ‘사드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다루고자 한다.

 내 집 앞마당에 사드라니

 최근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도시명은 다름 아닌 ‘성주’다. 맛 좋은 참외로 유명하던 작은 도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바로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성주군수와 공무원들은 서울로 올라와 항의 의사를 표했으며, 주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집회를 벌인다. 사실 영남지방에서는 보기 드물던 모습이다. 사드의 성주 배치에 반대한다며 혈서까지 적은 김향곤 성주군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항의집회에 대해 “정부가 무슨 책임이 있느냐. 잘못은 선장이 했는데 왜 대통령을 욕하느냐”고 의사를 표했던 친 정부 인사이기도 하다.

 그간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충실한 지지자였던 성주군민이 이처럼 정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는 ‘외부선동세력’이 성주에 들어가서 집회와 시위를 주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 언론사에서 같은 복장을 맞춰 입었다며 ‘외부세력’이라고 지목된 인물들은 성주의 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었으며, ‘전문 시위꾼’이라고 지목된 인물은 성주에서 평생을 살아온 농민회장으로 드러났다. 또한 조선일보와 뉴데일리 등의 매체에서 통진당 재건 세력의 외부 시위꾼(내지는 간첩)으로 지목되어 수많은 비난과 악플에 시달린 인물은 경향신문 취재 결과 현재 15년 전 성주 출신 남편과 결혼하여 그 뒤로 쭉 성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40대 염 모씨로 밝혀졌다.

 국방부에서는 사드와 레이더의 전자파가 100M 밖의 거리에서는 무해하다며 보도 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너무 늦었다. 성주 사람들이 분노하며 정부에 항의하는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사드의 유해성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의와 논의과정 없이 성주를 사드 배치지로 선정한 일방적인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뒤늦게 서울로 상경한 성주군민들과 대화를 하겠다며 자리를 마련했으나, 그 자리에서마저도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거듭해서 ‘상주로 가서 같이 확인하자’는 발언을 하며 선정 부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정 부지의 당사자인 성주군민들과 합리적인 논의가 되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정말 외부사람들은?

 성주와 함께 예상 선정지로 거론되던 칠곡이나 양산 등의 지역에서는 사드 배치 예정지가 발표되기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길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군수가 삭발을 하는 등 사드 배치에 반대하겠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지만,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기로 발표되자 발표 당일 바로 현수막을 철거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8일에는 대한진리당과 애국기독연대 소속 ‘6명’이 성주를 찾아 사드 배치 찬성 집회를 개최하며 ‘사드 반대는 곧 북핵 공격이며 한국의 공산화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에서는 80여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 소속 ‘30여명’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은 ‘종북 세력’이라며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밝혔다.

 이들에 대해 성주군민들은 ‘우리 지역 사람의 견해가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대응이 최선책’이라며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일각의 시선대로 ‘외부 시위 세력’에게 선동당해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라면, 어째서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외부세력’의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외부세력을 확인한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광우병 촛불집회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집회 당시 참가했던 시민단체들이 성주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이 바로 선동의 배후에 있는 외부세력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성주의 여론은 다르다. 성주군민들은 자식들의 손을 잡고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가하고,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사람들이 집회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이 외부세력 때문이다’라는 논리는 결국 그들을 ‘선동에 놀아나는’사람들로 여기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사드의 성주 배치’ 가 아니라 ‘사드의 대한민국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사람들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존재한다.

 외부인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자체가 성주군을 고립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사드 배치는 단순히 성주지역의 주민들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역의 문제이며 또한 대(對)중국, 대(對) 러시아의 외교관계와 경제교류에 있어서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관련되어진 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외부세력’을 이야기하며 사드배치를 성주군과 그 군민들만의 일로 한정짓는 것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사드배치 자체에 대한 논점을 흐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진짜 진짜 외부사람들

 사드 배치에 있어서 정말로 신경 써야 하는 대상은 성주에 있느냐 아니냐를 두고 왈가왈부 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진짜 외부 사람들’이다. ‘말투가 다른 외부인’ 혹은 ‘타지에서 들어와 선동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우리’라는 범주로 묶을 수 없는 진짜 외부인. 바로 중국과 북한이다.

 우선 당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다. 사드가 배치될 경우 북한이 가장 타격을 입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북한이 우리 대한민국을 타격할 때 사용하는 무기에 대해서 보아야 한다. 북한은 최전방에 장사정포와 평사포 등의 화기를 배치해두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였을 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수도권으로 날아드는 수천, 수만 발의 장사정포이다. 미사일과 달리 장사정포와 평사포는 사용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타격을 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그러나 수도권을 겨냥하는 이 무기들은 사드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위성을 통한 첩보 수집으로 선제타격하지 않는 이상 방어하기 힘든 무기들이다. 전쟁 초기 수도권과 지휘계통을 무력화시키는데 있어서는 사드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과 동시에 보아야 하는 또 다른 외부인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사드배치가 중국의 군사력을 미국에 노출시킬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제시되는 것이 바로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이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우리는 북한 핵실험 당시, 전 세계적인 대북제제를 결의하던 시기의 중국과 러시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며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면, 대북제제에도 적극적이지 않던 중국과 러시아가 중국과 손을 잡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 냉전체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고립을 탈피한다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 ‘평화’와 ‘통일’은 오히려 요원해진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도 고려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사드에 무척이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국가안보에도 해를 끼치고 지역의 전략균형에도 해를 끼친’다며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중국이 외교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정도로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은 무척 낮지만, 북한에 대한 지원을 증가시키거나,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은 분명 무서운 ‘외부세력’이다.

 사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드 반대시위와 관련하여 “불순세력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사드 배치에 대한 재검토 논의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도입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떠한 반론의 여지도 용납하지 않으며, 사드에 반대하는 견해는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색깔론적 시선이다.

 박 대통령은 또한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 주셨으면 한다’며 사드가 대체불가능한 해결책인 것처럼 이야기 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앞서 이야기하였듯, 사드가 북한의 공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고고도 방어체계인 사드가 존재한다고 해서, 북한이 저고도에서 날아가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리도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린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원자폭탄을 실어 나른 ‘비행기’였다.

 비판을 하려거든 대안을 제시하라는 박 대통령의 이야기는 비유하자면 ‘저녁은 카레를 먹을 생각인데 당근을 넣을 거다. 당근이 싫으면 다른 재료를 제시해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카레를 먹지 않을 선택지도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찬성과 반대의 견해를 표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정책이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국민 여론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당장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

 이 단락의 제목은 ‘사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이 단락의 시작을 박 대통령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것은 박 대통령이 ‘우리’ 중 하나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주군민들 외에는 ‘외부인’으로 취급하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일각의 시선과는 다르게, 진짜 ‘우리’와 ‘외부인’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필자의 진보적인 정치성향이나, 지지정당과는 별개로 나는 이 나라 대한민국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나라, 2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나고 함께 생활해 온 그 많은 사람들의 나라, 2년에 가까운 내 청춘을 군복무를 통해 바치며 지킨 나라, 그리고 앞으로도 짐작할 수 없는 시간 동안 내가 살아갈 나라 대한민국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한일전에서 승리하면 친구와 부둥켜안고 좋아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 화가 나고 이가 갈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이 가장 옳은 선택일지 확신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5천만의 국민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지위고하와 재산 보유액, 경영하는 기업의 크기, 직급의 호봉 수를 떠나서 모두에게 동일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직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소통해야한다. 소통과 합의를 통해, 정말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이익을 얻고 행복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단정과 불통과 오만과 배척과 편 가르기를 통한 일방적 결정이 아닌, 소통과 토론과 협의와 대화를 통한 합의. 그것이 바로 ‘사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