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소방관의 잔인한 4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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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 보자’
지난 4월 4일 고성과 속초를 기점으로 강원도에 대형 산불 사태가 났다. 고성과 속초에서 시작된 산불은 인근 지역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더 큰 문제는 강릉, 동해, 인제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4월 6일 낮 12시, 정부는 해당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재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산불 사태는 말 그대로 ‘재난’이었다. 4월 7일 집계된 피해 현황에 따르면, 1명이 사망했고, 1명이 부상당했으며 수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했다. 또한 주택 401채, 임야 530ha, 창고 77채가 피해를 입는 등의 막대한 재정적 손실도 있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속담이 연상될 만큼, 화재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끔찍한 사고였다.
열악하기만 한 그들의 처우
이런 재난과 맞서 싸우는데 역시 일등공신은 최전방에서 활약한 소방관들이다. 불타는 화염 속에서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가 문제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소방관들이 자비로 장갑을 구매한다는 한 소방관의 인터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후 소방 분야의 예산이 2015년 처음으로 1조원 대를 돌파하며 전년도에 비해 약 52% 증액되며 상당 부분 개선되는 듯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여전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 장비 현황만 살펴보더라도 아직까지 소방관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과거부터 매년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의 경우, 구조용 소형헬기 2대가 전부다. 정작 산불 진화용에 필요한 헬기는 전혀 없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알려진 것은 산불 특수진화대의 처우이다. 이들은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즉시 현장에서 화염과 맞서 싸우는 그야말로 ‘용사’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사들이 받는 처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들은 전문적인 장비는커녕 마스크나 장갑조차 소방 업무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장비로 화염과 싸운다. 화마와 맞서 싸운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겨우 일당 10만원. 그마저도 10개월간의 비정규직이다.
이러한 열악한 처우 속에서 소방관들은 수없이 많은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연도별 소방공무원 순직 및 공상자 현황’을 살펴보면 순직 및 공상자의 합계는 2008년 346명에서 2017년 60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에서 소방관들의 위상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경찰관과 더불어 가장 존경받는 존재이며, 명예를 넘어서 실질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뉴저지 주의 경우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평균 연봉은 약 8600만원이었다.
국가직 전환 가능할까?
이번 사고가 터진 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 이슈다. 현재 소방관들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서 ‘지방직’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따로 편성하여 소방관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재정 상황 등에 따라 예산 규모가 상이하여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 또한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할 경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그 권한을 넘겨받게 된다. 중앙정부가 관리할 경우 지역별로 존재했던 편차를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국가직 전환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다.
결국 핵심은 여야합의다. 현재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가직 전환에 있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다소 미온적이다. 하지만 큰 틀에 있어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지 않아, 세부사항만 합의된다면 관련 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을 위하여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된 날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매년 참사를 추모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다. 하지만 지금 소방관들이 근무하고 있는 환경만 보더라도 그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에 가까운 것 같다.
우리나라는 항상 일이 터져야 수습한다는 관행으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수습조차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고는 우리에게 다시 큰 숙제를 남겼다. 이제라도 소방관들의 처우를 완전히 개선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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