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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데이트 카페에서 알바 하실래요?"…성매매를 유도하는 검은 손길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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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1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3월19일 17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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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알바 중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이력서를 공개해 놓은 적이 있다. 그날 하루 동안 완곡하게 유사 성행위 등을 제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12건 받았다. 앱 내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열 곳 넘는 관련 업소가 내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설정하지 않는다.


 

전화번호와 주소, 나이, 학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이유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OO천국’, ‘알O몬’ 등의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서 구직 활동을 시작한다. 더욱 편리한 지원을 위해 작성한 온라인 이력서에는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선뜻 공개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인력 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의 수요는 지원자들을 절박한 위치로 내몬다. 

 

특히 대학의 방학 기간에는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하루에 10곳 이상 지원해도 모두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많은 지원자는 민감한 정보가 담긴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설정한다. 이력서를 공개할 시 위치와 업종, 기간 등 지원자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채용 공고가 제공됨을 넘어 고용주 측에서 먼저 연락을 취하기 때문이다. 공고를 올리지 않고 이력서를 선행 검토한 후 면접을 제안하는 업체들도 다수이다.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리케이션의 이력서 공개 시스템이 가지는 허점


어플 내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지원자는 종업원의 합석이 이루어지는 유흥주점 등의 공고를 열람할 수 없다. 또한, 지원서가 공개 상태일지라도 관련 업체 역시 해당 지원서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한다. 속칭 ‘키스방’, ‘대딸방’ 혹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암시하지 않는 표현인 ‘데이트 카페’ 등으로 불리는 유흥업소다. 이로 인해 단어 자체로는 불건전한 함의를 가지지 않는 ‘데이트’가 졸지에 어플 내 검색 금지어가 되었다. 해당 업소의 피고용인은 고객과의 신체 접촉이 주 업무이다. 지원자 다수가 꺼리는 업종이기에, 인력이 몰리는 방학 기간에도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해당 업소들은 20대 여성 지원자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 공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다. 공개된 이력서에 기재된 지원자의 번호, 이메일 주소 등으로 연락이 올 시 지원자는 해당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 외에는 알 수 없다. 회사명 또는 상호조차 업체 측의 일방적 전달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유흥주점(중개 어플에서는 ‘BAR’로 칭함)과는 달리 ‘데이트 카페’의 경우 어플에서 청소년 유해업소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업체는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도 먼저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아래 사진들은 본인이 이력서를 공개한 직후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만 하루 동안 ‘데이트 카페’에서 받았던 문자 메시지 12건 중 일부의 캡처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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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카페’ 근무 환경의 위험성


문자 메시지의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이 발신하는 채용 제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고용인의 업무를 명확히 기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토킹 까페’로 지칭하며 신체 접촉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듯한 업소도 존재하며, 대다수는 상호조차 밝히지 않는다.

 

비교적 상세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에 적힌 번호로 통화 연결을 해보았다. 피고용인은 정확히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묻자 상대는 주소를 알려줄 테니 대면해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답하였다. 자세히 알고 싶다고 계속해서 질문하자 상대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 아무래도 공개되어 있으면 그쪽도 그렇고 고객도 조금 곤란하니까, 방이 있어요. 어차피 카운터에는 매니저가 항상 있고 안에서 못 잠그는 문이니까 … (중략) 수위는 전적으로 그쪽이 원하시는 대로만 하는 거예요.” 

 

‘수위’는 신체 접촉의 정도를 칭하는 은어이다. 수위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말은 곧 신체 접촉의 범위가 고객과 ‘데이트 카페’ 노동자 간 협의를 통해 정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이 고객과 단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폭력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쏟아지는 성매매 제의 … 이대로도 괜찮을까


이력서를 공개한 일주일간 ‘데이트 카페’를 제외한 기타 유흥업소의 채용 제의는 오지 않았다. 많은 ‘데이트 카페’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자에게 접근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구인난이다. 두 번째는 성매매 경험이 전무해 보이는, 속칭 ‘민삘’ 종사자를 향한 고객층의 요구이다. 전문적이고 능숙한 경력자를 원하는 여타 직종과는 달리, 유흥 업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들을 원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아래 사진은 한 유흥업소 후기 사이트에서 ‘학생’을 검색한 결과의 캡처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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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해당 업소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놓인 사회적 위치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채용 담당자는 우선 공개 이력서를 통해 지원자의 정보를 수집하며, 이후 이를 바탕으로 ‘데이트 카페’가 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동적인 근무 시간과 타 아르바이트 업종에 비해 높은 급여로 지원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고민하는 듯한 답을 보내면 끈질긴 설득이 따라붙는다. 

 

물론 이러한 채용 제의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해당 제의를 수락할 피고용인은 절대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의 이력서 공개 시스템에는 법망을 피한 정보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는 지원자가 ‘데이트 카페’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현재 시스템으로는 ‘데이트 카페’가 가지는 잠재적 피고용인의 범주 안에 미성년자가 포함된다. 관련 법령의 재정비와 엄정한 단속, 무엇보다도 아르바이트 중개 어플리케이션의 이력서 공개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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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1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3월19일 17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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