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극한으로 치닫는 한·일 대립 : 초계기 갈등이 불러오는 가미카제 효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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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2월01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2월04일 09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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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게 일본은 그냥 이웃 나라가 아니다. 36년 간 한반도 공동체의 인권을 유린하고 자원과 재산을 약탈한 침략자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일련의 협정을 통해 경제발전을 위한 차관을 제공하고 기술을 가르쳐준 조력자이기도 하다. 현실은 조력자보다 침략자의 기억이 강해서 우리에게 일본은 따라잡아야 하는 대상, 언젠가는 이겨야하는 국가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 색채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일본에 대해선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일례로 ‘전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아는 민족은 한국인 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한·일 관계에서 자칫 발생할지 모르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한국 정부의 중요한 능력이다. 과거사라는 크나큰 갈등요소가 존재하는 한일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2018년 12월 20일 한국 광개토대왕함은 동해 대화퇴 어장 인근 한일 중간수역에서 표류하는 북한 선박을 구조하고 있었다. 함정은 북한 선박을 찾기 위해 사격통제레이더 중 하나인 MW-08 대함·대공 레이더를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MW-08 레이더가 인근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일본 해상초계기(P-1)을 향했는데,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탐지레이더가 아닌 화기관제 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선박을 찾기 위해 레이더를 운용한 것이지 화기관제레이더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갈등을 풀기 위해 양국이 화상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이후 일본과 한국이 주장과 근거를 담은 동영상을 배포 했다. 그러던 지난 23일 일본 초계기가 대조영함에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아베정부는 이번 달 28일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을 빼고 북한과 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겠다.”는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양국이 초계기 갈등과 실무협상을 하고 갈등을 매조지 하려고 있는 과정에서 한국 함정 주변에서 한 번 더 저공비행을 한 것은 분명한 정치적 행위다. 한국 정부에 불만이 있다는 의사 표시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의거한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2018년 대법원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남북미 평화 분위기에서의 재팬 패싱 등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아베 내각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이 발생했다. 한반도의 시선으로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이지만 일본에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사건들이다. 초계기 갈등은 겉으로 보면 일본 정부의 의도적 불만 표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초계기 갈등이 불러온 효과 혹은 갈등이 달려가는 길의 끝은 아베 내각이 그리는 큰 그림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말미에 일본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편성해 운영했다. 조종사들은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을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여 연합국 함대에 기체를 부딪혔다. 주요 목표는 연합군의 항공모함을 침몰시키는 것이었지만 군함과 전함에 피해를 끼치는 것에 그쳤다. 대신 가미카제는 연합국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일본이 자국민을 전쟁에 무모하게 동원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정부가 초계기로 노리는 효과가 가미카제 효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계기 갈등이 일본 국내에서 불러온 효과를 보자.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밝혀질 경우 어떠한 외교적 실익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베 내각이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있다. 일본 우익, 그중에서도 극우는 일본평화 헌법의 개정을 원한다. 일본 평화 헌법 제 2장 9조는 일본군의 설치를 불허하고 전쟁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이기도 했고 미국의 핵 억지력을 통해 국가 안정을 꾀했던 일본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굴욕적인 헌법을 받아들였다.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핵 억지력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일본의 경제성장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군사적 공헌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어 동아시아 패러다임이 바뀌면 일본은 수세에 몰릴 것이고 그에 대비해 일본은 군사대국화를 원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 대한 일련의 불만을 초계기 갈등을통해 안보적 긴장 상태로 몰아감으로써 국내 여론을 결집하는 역할, 평화 헌법을 개정하는 데 필요한 여론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초계기 갈등 이후 일본 언론 여론 조사에 의하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작년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아베 내각은 위기를 벗어난 듯 보인다. 이미 자위대를 구성해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한 일본이 헌법을 개정한 군사대국화 되는 것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깨는 부정적인 미래다. 앞으로 양국 정부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군사적으로 빌미를 제공하지 말고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어 문제를 봉합해야한다. 근거와 정당성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 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개인적 생각을 밝히자면, 일본어를 좋아하는 제 1 야당 모 의원의 말마따나 일본은 동아시아 평화에 갠세이(방해) 하지 말고 국제사회에서 야지(야유) 받을 국내 정치용 갈등을 조장하기 보단 보다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에서 일본의 역할을 고심해보길 바란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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