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결심, 도돌이표의 그림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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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고민이 시작됐다. 제 20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비리 문제는 여지없이 또 고개를 내밀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의원과 새누리당 박인숙의원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논란부터 시작해 조응천의원의 허위 막말 파문까지 거침없는 국회의 모습에 국민들은 특권 남용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는 특권 내려놓기 소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고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날 것 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권은 약 200여개라고 알려져 있다. 그 중 존폐여부를 두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다. 헌법 제 44조와 제 45조에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권리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 모두 의원의 자주적인 의정 활동과 발언의 자율성,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영국에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행정부, 사법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입법부의 권한을 지켜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46년 12월에 법으로 제정해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보호해 주고 있다.
문제는 권리의 남용과 악용이다. 바른 의정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불체포 특권은 비리가 있는 같은 당 의원의 처벌을 막아주거나 피하는 용도로 변질됐다. 면책 특권 역시 허위 사실이나 인신공격 등 책임지지 못할 말을 마음껏 내뱉을 수 있는 든든한 수단이 됐다. 실제 제 19대 국회의 경우 이들의 남용으로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얻으며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만 심어줬다.
국회는 ‘자정하겠다’고 했다. 여야 3당은 의장 직속 ‘국회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더불어 각 당에서도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보좌진 후원금 납부 금지, 불체포 특권 폐지 등 여러가지 법안을 내 놓으며 너나 할 것 없이 특권 내려놓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결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친인척 보좌관 채용 금지만 놓고 봐도 이미 17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되던 내용이다. 이를 비롯한 다른 ‘특권 내려놓기 법안’ 역시 새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던 것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본회의장 문턱도 가보지 못한 채 줄줄이 폐기된 채 마무리 됐다.
이번 자정의 다짐 역시 일만 벌여놓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지금은 잘못과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만 국민들의 감시가 소홀해지면 다시 그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꼭 쥐고 놓지않을 것이다. 국회는 면책 특권은 유지하되, 불체포 특권은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헌법에까지 명시되어 있는 법안을 수정하기까지는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 이미 그들은 특권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맛봤다.
국회의원들이 가지는 특권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정당한 특권을 국민들이 왜 비난할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은 그 특권이 누구에 의해서 주어졌는 지, 또 누구를 위해 주어졌는 지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마치 큰 선심을 쓰듯이 자신의 몫을 포기하겠다고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특권은 그들이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다시 그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정치로 되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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