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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철수의 사퇴와 다른 이들의 침묵 -공인의 사회적 책임에 관하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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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08일 17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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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다이내믹 코리아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몇 가지 사건을 살펴보자.

 

 #1. ‘ㄱ당’ 국회의원 A씨는 자신의 딸을 인턴으로 채용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이 사건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친인척 채용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었고, 다수의 국회의원이 채용한 친인척 보좌진이 국회 내에 2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 'ㄴ당‘의 비례대표 B씨는 지난 4.13총선 당시 홍보비를 통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검찰조사를 통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 ㄴ당은 당내 주요 인사들이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당의 공동대표 두 사람이 대표직을 사퇴하기까지 이르렀다.

 

 #3. 여당 'ㄷ당‘의 국회의원 C씨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C의원이 당시 KBS의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의 논조를 바꾸고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판을 중지하라고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4. 연예인 D씨는 유흥업소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여러 언론이 앞 다투어 사건을 보도했으며, 첫 번째 고소 이후 각기 다른 여성으로부터 3차례의 고소가 접수되면서 D씨는 긴 시간 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알파벳으로 표기하였지만, 대부분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이다. 이들을 통해 공인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조금 논해보고자 한다.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지는 것인가

 

 먼저 살펴볼 것은 #4의 연예인 D씨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위에 나열된 네 가지의 사건들 중 유일하게 정치적이지 않은 사건이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D씨는 현재 검찰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죄가 밝혀진다면 법에 따라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그에게 죄가 없다고 밝혀졌을 때의 경우이다. 연예인은 소위 말하는 대로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대중들에게 비치는 이미지에 따라서 그 연예인의 가치는 하늘을 찌를 수도 있고, 바닥을 칠 수도 있다. 현재 D씨의 이미지는 최악이다. ‘방송 생활이 끝났다’는 평도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그에게 죄가 없다고 밝혀진다면, 바닥끝까지 떨어진 그의 삶은 누가 책임지는 것일까.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뭐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공인이니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인이니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법에 의한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법이 하는 일이고 범죄 행위에 대한 가장 단호한 처벌이자 책임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그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단순히 법적 처벌이상의 것을 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대중들이 그에게 어떤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을까. 사회적 책임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지는 것인가.

 

 책임을 진 사퇴?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는 사실 정치권에서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2의 사건을 보자. 애써 알파벳으로 표기하였지만, 사실 이 사건은 우리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건, 국민의당에서 발생한 총선 리베이트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력 대권주자이자 국민의당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은 대표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안 의원은 사퇴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 왔고,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의원의 사퇴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그가 ‘새정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 지지층의 상당수는 기존 정치권에 비판적이던 ‘정치 회의론자’ 혹은 ‘정치 혐오론자’들이다. 그들의 지지로 안 의원은 유력 대권주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리베이트 사건’은 안 의원에게 치명적이다. 다수의 주요 당직자들이 연루되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당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이는 안 의원이 표방하는 ‘새정치’에 대한 지지자들의 믿음에 큰 균열을 가져왔다.

 

 안 의원의 사퇴는 표면적으로 ‘나는 남들과 다르다’를 강하게 어필하는 선택이었다. 구설수가 있자 과감하게 자신의 자리를 버리는 단호한 행동이었으며, 기성 정치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결단이었다. 당내의 문제를 모두 수습한 뒤에 사퇴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하락하던 국민의당의 정당지지율은 그의 사퇴를 계기로 반등하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사퇴가 전략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최근의 한국정치를 보았을 때, 안 의원이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하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도를 계속해서 떨어트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 설득력 있는 견해다. 그러나 안 의원의 다음 노림수가 무엇이든 간에 안 의원이 당대표로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을 보여주었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안 의원의 사퇴를 ‘사회적 책임’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2와 #4의 사건에 시선을 두고 ‘의문’을 가져보았다. 결론은 없다. 다만 두루뭉술한 의문일 뿐이다.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확실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다수의 사람이 다수의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가 옳다고 속단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제기한 ‘의문’이 중요하다.

 

 #4의 연예인 D씨는 죄가 밝혀질 경우 법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공인’의 범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의 사건으로 인해 안철수 의원은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그것이 여론에 의한 것이든, 안 의원의 대선 전략을 위한 것이든 그는 ‘당대표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이행했다. 우리는 사퇴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1과 #3의 경우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1과 #3이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난 이후에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가. 그리고 대중은 그들에게 어떠한 시선을 보내는가를 보아야 한다. 

 

 #1의 A의원은 자신의 딸을 인턴으로 채용한 점에 대해 "국회의원이라는 무거운 자리에서 국민과 지역구민께 걱정을 끼쳤다.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발표했고, #3의 C의원은 "평소에 (KBS 보도국장과) 친분이 있었던 사이라 통화가 조금 지나쳤다"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명했다. 그들의 행동은 딱 그 지점의 사과까지였다.

 

 A의원의 소속정당에서는 해당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준비 중이며, ㄷ의원의 동료 정치인들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둘 모두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으며 주변의 반응들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위의 두 가지 사건이 처음 발생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대중들의 분노는 뜨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었다. 대부분의 정치적 사건은 사회적 이슈에 휩쓸려 무뎌지기 마련이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무뎌지는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처음 제시한 네 가지의 사건들 중 최근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4이다. 나머지는 모두 어느 정도는 지나간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본디 사람은 자극적인 것에 더 쉽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정말 잘못된 것은 대중들의 반응이 다음 반응으로 넘어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반응은 사회의 흐름에 있어 절대적이다. 그 말은 곧 대중의 무관심은 사회의 흐름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회적 책임은 결국 대중의 반응을 통해 행동으로 나타난다. 책임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다면 잘못된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혹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일반 대중이다.

 

담론은 여기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책임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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