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뮤지컬 <레베카>, 실체 없는 그녀의 존재는 강렬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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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다의 깊은 신음소리가 저주를 부르고 검은 그림자들이 창문 틈으로 우릴 쳐다봐 문을 잠궈, 다 도망쳐!’
-뮤지컬 레베카 넘버 중 ACT2
뮤지컬 ‘레베카’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2016년의 시작을 함께한 뮤지컬 ‘레베카’ 서울 공연이 3월 6일로 막을 내렸다.
음향상, 무대상 등 제 7회 더뮤지컬 어워즈 5관왕을 수상하기도 한 레베카는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숨 막히는 반전에 극찬을 받으며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는 국내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는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 한국 제작진의 노력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관객, 평단,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로 그 작품, 레바카는 대체 어떤 작품일까.
뮤지컬 <레바카>는 스릴러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의 소설 ‘레베카’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줄거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은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멘델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멘델리는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멘델리의 모든 것은 여전히 레베카에게 깊게 물들어 있고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나’는 점점 위축되어 가고 오해가 쌓여 막심과의 관계도 위태로워진다.
‘나’가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할 때, 레베카의 보트와 시신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긴장감은 극에 다다른다.
뮤지컬 ‘레베카’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총 2부로 구성되어있는 이 뮤지컬의 거듭되는 반전은 170분이라는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숨 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사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극 중 출연진들의 대사, 묘사, 그리고 표정과 분위기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 불완전한 이미지들의 결합이 레베카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상상 속의 레베카는 극이 이어지는 내내 긴박한 추리와 끊임없는 긴장감을 준다.‘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얼마나 매혹적이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영악했을까..’ 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그녀를 그려본다. 그리고 불현 듯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하나의 질문. 그녀 자체가 강렬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상상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이는 이 뮤지컬의 성공 요인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 답은 ‘우리가 결국 레베카, 그녀를 만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신박한 무대구성, 그리고 대중성 있는 OST, 최고의 출연진들. 그들이 답이 아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그녀를 가장 강하고, 강렬하고, 잊지 못할 존재로 만든 것, 그 연출과 분위기가 우리를 숨 못 쉬게 하였고 여운을 남기게 하였다. 우리는 철저히 그 흐름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정작 보이지 않는 무대, 하지만 실체 없는 그녀가 가장 큰 존재감을 드리우는 이 상황.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우리의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 속 한 가운데에 강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던 그녀. 그녀는 결국 우리 상상의 결과물이었다. 조각조각이 합쳐져 만들어진 치명적인 그녀를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우리의 창조물이었기에 여운이 남았고, 여운이 남았기에 우리는 그 공포감과 충격을 간직한다.
직접적인 출연이 아닌, 무의식 중 상상을 불어넣어 강한 존재성을 심어준 뮤지컬 <레베카>, 이를 의도한 연출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아쉽게도 서울 공연은 끝이 났다. 하지만 3월 19일 대구를 시작으로 경상, 울산, 그리고 경기에서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레베카> 속 그녀의 조각을 찾고 싶다면, 그리고 거듭되는 반전에 녹아 170분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투어공연에 함께하길 바란다.
서스펜스 로맨스 뮤지컬 <레베카>, 이는 걸작이다. 지금도 그녀를 볼 순 없지만, 레베카의 눈빛이 보인다. 그녀의 숨결이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모든 것은 또 나의 상상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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