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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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기사의 인터넷 댓글창은 범인에 대한 욕설로 가득하다. 그를 정신질환자로 치부하는 의견은 큰 공감을 얻는다. 범인은 ‘비정상’,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된다. 그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라는 공포적 분노가 몰아친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정신질환을 가졌다고 단정하는 일은 오래됐다. 이와 관련한 사법조치가 존재한다. ‘치료감호’다. 치료감호는 치료감호법 제2조 1항에 따라 심신장애, 마약중독, 그리고 ‘성적 성벽(性癖)이 있는 정신성적(精神性的) 장애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취해진다.
치료감호와 ‘성도착증’
치료감호는 ‘보안처분’의 범주에 속한다. 재사회화와 교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유로 징벌이 아니라고 정의된다.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치료감호는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형벌의 면모를 띤다. 허나 명시적으로는 형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치료감호를 포함한 보안처분 전반을 특혜라고 여긴다. 이들은 사법의 불평등함을 비난한다. 범인이 정신질환을 가장해 감형을 노린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신장애가 감형 요건인 것에 대한 반발과, 성범죄자를 정신질환자와 동일시하는 사고는 교차점을 가진다. 결국 둘 다의 격리를 원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치료감호 조건 중에는 정확히 ‘성도착자’를 겨누는 항목이 있다. 소아성기호증(小兒性嗜好症), 성적가학증(性的加虐症)이 법령에 제시되었다. 허나 ‘성도착증’의 생물학적 원인을 밝힐 수는 없다고 한다. 성범죄의 발생은 개인의 신체적 ∙ 정신적 결함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성범죄가 약물로 사라지나요, 사회 인식 돌아봐야
많은 이들은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성범죄를 일종의 질병으로 여김과 같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성범죄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배경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성범죄는 본능적 영역의 범죄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이 용납되는 정도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17년, 남성 승객이 택시 운전기사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학교 교감이었던 피고인은 해임되었다. 허나 그는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풍부한 67세 여성”이라 성적 수치심이 크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꾸짖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성범죄 기사에는 양형에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허나 법원의 판결은 사회적 시선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법원 밖에서도 피해자의 평소 행실과 개인사가 들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상 공개와 전자발찌, 최종 해결책 아니다
한국에서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시스템이 운용 중이다. 시민은 인근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동 ∙ 청소년을 둔 보호세대의 경우 우편으로 해당 정보를 받기도 한다.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경우 위치 확인용 전자발찌가 채워진다.
허나 살인 ∙ 강도 등 기타 중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서는 같은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재범율의 차이라는 이유를 들어도 성범죄가 일종의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지적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성범죄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반박이 있다. 살인 등은 개인적 원한관계 등으로 상황적 원인을 규명할 수 있지만 성범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로는 아동 ∙ 청소년 성범죄의 40%가량이 면식범에 의해 발생하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소아성애가 완전히 배격되지 않는 점도 그렇다. 아동 광고 모델의 성적 대상화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32개국의 공조 수사로 한 아동 성착취 음란물 사이트가 적발되었다. 운영자와 검거된 이용자의 2/3는 한국인이었다.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80건의 성범죄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글을 검토하는 한 시간 동안에도 3건 이상의 성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신고 사례가 전부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기사화된 사건은 진정 빙산의 일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언론보도가 다루는 ‘끔찍한’ 성범죄만을 단편적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성적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본능은 없다. 성범죄자 개인을 ‘괴물’로 단정할 때 사회는 쉽게 책임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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