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CEO가 본받아야 할 영화 ‘천문’ 속 ‘세종’의 리더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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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씨는 직장 내에서 많은 선배들이 한 직장 상사를 뒷 담화 하는 것을 들었다. 그 과장이 직장 내에서 매일 하릴없이 놀기만 하고 업무는 뒷전인 채 쓸데없는 일만 부하들에게 떠넘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과장은 고지식하고 무능하여 후배들이 그 과장의 일까지 항상 관리해한다고 많은 불만을 털어놨다. 직장 내 에서 능력 없고 고지식한 과장은 소위 직장 내 ‘왕따’라고 김 모씨는 얘기한다.
12월 26일 영화 ‘천문’을 보러갔다. 영화 속 천문에서는 주로 장영실과 세종에 관계, 끈끈한 우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보았다. 세종이 장영실에게 ‘자네는 내 벗이지 않은가’라며 장영실을 향한 무한 애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영화 밖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에 초점을 맞추었고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의 연기 케미에 많은 감탄을 자아내는 말들을 쏟아냈다.
장영실은 우리 역사 속에서 천민임에도 그 재능만으로 세종에 눈에 띄었고 면천되어 벼슬을 한다. 이후 수많은 과학 기구를 만들어낸 조선시대의 천재중에 천재 과학자로 꼽힌다. 하지만 그러한 장영실도 그를 뽑아준 세종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저 이름없는 노비로 살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나라 역사상으로도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은 과연 어떤 리더 였길래 많은 사람들이 따랐고, 장영실과 같은 천재 과학자도 하필이면 세종시대에 나왔을까. 또한 우리 시대에도 세종과 같은 리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포용과 소통능력을 가진 어진 성군 ‘세종’
세종은 성실하다. 세종은 보통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 신하들과 정사를 처리하고 책을 읽으며 경연을 하고 밤이 돼서야 잠에 드는 정말 숨 쉴 틈 없는 일과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종은 이러한 자신의 생활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세종은 항상 본인의 의견을 남들에게 관철시키려하지 않았다. 세종은 항상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이전의 사례들을 먼저 참고하고 대신들의 의견을 꼼꼼히 들어 본 다음 경연을 통한 소통을 하여 나랏일을 처리했다고 한다.
이러한 예의 대표적인 사례로 ‘공법’의 시행을 들 수 있다. 세종은 공법이라는 농사을 잘된 정도를 등급으로 나누는 세금 제도를 새로 마련하기 위해 국민 투표를 실시하였다. 토지수가 많은 남부지역에서는 공법을 대부분 찬성하고 다른 곳은 대부분 반대하여 약 55대 45정도의 결과가 나오자 반대 의견에 대해 다시 대신들과 토론을 나누는 것을 반복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공법이 최종 시행되는데 약 17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어떠한 정책 하나를 실시하더라도 자기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그 시행 대상의 의견을 묻고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도 종합하는 세종의 방식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탄을 자아낸다.
현재 우리 사회의 리더는 어떠한가? 최근 모 항공사의 대표는 항공기 안에서 땅콩을 비행기 안에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무장의 의견은 무시한 채 비행기를 회항시키기도 했다. 또 어떤 CEO는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못하자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부하 직원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하였던 일이 녹음되어 많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조직 내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무조건 관철시키려는 것이 리더와 구성원의 일반적인 갈등 요인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수평적인 사내 분위기를 추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회사 내에서 직급을 없애기도 하고 회사 내에 야식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 등 옛날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가 지속되다 보니 지금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일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적으로 미루면 꼰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CEO들은 조그만 일 하나를 시킬 때도 조심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부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상사 또한 부하의 눈치를 보면서 집단 내에서도 교류가 단절되어 가는 것이다.
언제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만들었던 임금
이러한 문제에 대해 나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에서 CEO가 어떤 일을 지시할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면 그것에 반대할 부하는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세종의 이러한 면모는 잘 들어난다. 세종은 언제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만든다. 대신들이 천문 지도는 천자가 있는 명나라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인데 명나라가 알면 어떡할 것이냐고 세종에게 묻는다. 세종은 명나라의 기후와 시간이 우리와 다른데 어찌 명나라의 것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겠냐고 반박한다.
또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 장영실을 명나라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조선으로 다시 돌려 보낸다. ‘안여(임금이 타던 가마)’를 일부러 부서지게 만들어 장영실에게 죄를 묻는 척 하면서 조선으로 장영실을 돌려보내려 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땅콩이 없다고 비행기를 회항한다는 것은 정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또는 단지 상사가 집에 가지 않아서 야근을 억지로 하게 되는 것은 요즘 청년들에게 납득하기 힘든 일 중 하나이다. 회사에서도 내일까지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야근을 한다면 누구나 이에 동의할 것이다.
때로는 포용력 있게 또 때로는 엄하게
영화에서 세종이 후에 명나라에 우리나라의 사정을 일러바친 대신을 찾아낼 때 선왕 태종이 입었던 검은 곤룡포를 입고 부하들을 단죄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다. 이처럼 세종은 엄할 때는 엄하게 또 유할 때는 유했던 군주였다. 세종은 언제나 집현전 학자들과 협력하면서도 후에 한글을 창제할 때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한글 창제 때 ‘최만리’의 반대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글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 와중에 반대하는 신하들을 의금부로 보내기도 한다. 영화에서도 검은 곤룡포를 입고 엄하게 신하들을 다그치는 모습에서 언제나 부하를 이해하기 보다는 잘못된 점은 강하게 꼬집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모씨의 사례처럼 현재 많은 회사에서 많은 리더들은 부하 직원에게 한마디 잘못했다가 직장 내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잘못한 것을 엄하게 꾸짖을 수 없으니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리더에게도 부하가 잘못했을 때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세종은 자신이 한글 창제를 반대했던 부하를 의금부에 가뒀다가 다음날 바로 풀어 주었다고 한다. 반대 의견에 대해 엄하게 꾸짖되 그것 또한 포용한 것이다.
성실하며 따듯한 리더가 필요한 시대
리더는 포용력이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결단력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숙제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성실했던 세종에게서 답을 찾아 볼 수 있다. 리더는 남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성실성이 필요하다. 세종은 왕위에 있으면서도 항상 책을 놓지 않았던 성실함과 함께 탁월하게 총명했으며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 과감함이 있었다. 그는 자신은 훈민정음을 창제했을 정도로 엄청난 천재성을 가졌음에도 재임 기간 내 1898번의 경연을 열었을 정도로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하고 연마했으며 관리들과 국정을 협의했던 성실한 리더였다.
보통 천재들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천재성이 있으면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세종은 천재이면서 따듯했다. 세종은 그동안 ‘천것’이라 무시당하던 노비에게도 출산 후 100일간의 휴가를 주고 출산 1개월 전부터 산모의 복무를 면제해 주는 듯 따듯함 까지 지닌 리더였다. 세종은 성실하지만 따듯함을 잃지 않는, 보통의 천재들과 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기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꼽는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이자 최고의 리더가 된 것이다. 현재 취업을 앞둔 우리 청년들 또한 세종과 같은 리더가 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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