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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동심리상담센터 선풍적 인기, 부모들 마음은 나아졌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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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27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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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아이 양육, 심리상담센터 문 두드리는 부모들

 

만 4세 아동의 어머니인 이현수(가명)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딸 서윤(가명)이가 또래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처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수 씨는 서윤이가 혹여나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을 걱정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한 심리상담센터의 놀이치료를 신청한 이유다.

  

이 년 반이 지나면 서윤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그 이후 높은 확률로 12년의 정규교육을 받을 것이다. 현수 씨는 서윤이가 단순히 이 체계에 적응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가지기 바란다. 그는 아이가 두각을 나타내길 원한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비슷한 소망을 가질 것이다.

 

현수 씨와 함께 서윤이가 다니는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문을 들어서자 새하얀 대리석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소아과, 키즈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아동이 주 이용자이며 ‘놀이’치료가 이루어지는 곳임을 믿기 어려웠다. 흰 가운을 입은 상담사들은 마치 의사와 같이 보였다.

 

 혼나는 부모들, “혹시 나 때문에…” 죄책감 ∙ 걱정 먹고 크는 양육’산업’

 

영화 <기생충>에서 딸 기정(박소담 분)은 상류층 박 사장 가족 아들의 미술치료사 행세를 한다. 관련 전문 지식이 전무한 그는 아이에 관해 이런저런 말들을 감으로 던진다. 놀랍게도 어머니 연교(조여정 분)는 기정의 평에 눈물을 보인다. 현수 씨 역시 놀이치료 후 상담사에게 부모 지도를 받을 때 항상 울었다고 한다. 연교와 현수 씨의 눈물은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었다는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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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병이다. 병증은 주로 아동의 성장 저하로 대표된다. 유전적 신장보다 5-6cm가량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으로 성조숙증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대부분이 홍보글이었다. 한의원, 성장클리닉 등에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성조숙증 치료에 유념할 것을 조언하고 있었다.

 

 부모님, 전문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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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상담사 등 소위 ‘전문가’는 부모보다 아이를 더 잘 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이 잘못된 지도를 내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2017년 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을 들 수 있다. 한의사의 지도로 부모들은 아이에게 백신을 맞추지 않고, 병원 치료를 거부했다. 자연주의 육아라는 미명 아래 아이들은 얼굴에 딱지가 가득 얹고, 응급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안아키’ 옹호 부모들의 학대에 가까운 행위는 방치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잘못된 방식으로 이끌린 것이다. 부모는 전문가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의 건강을 담보로 둘 간 위계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유명한 대사인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공격적인 광고 방식으로 부모들 간 불안 조장하기도

심리 상담 자격증 우후죽순, 일반인은 전문성 검증하기 어려워

 

몇몇 아동심리상담센터는 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해 광고를 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아동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자녀의 발달검사, 지능검사 등을 위해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일종의 간접 광고다. 맘카페에서는 아이에 관한 고민글에 상담센터 홍보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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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문가의 자격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자격정보서비스(www.pqi.or.kr)’ 사이트에서 '심리상담' 이 포함된 자격증을 검색할 시 총 2888건이 나온다. 위 이미지는 ‘아동심리상담사’를 검색했을 때의 화면이다. 동명 자격증만 140건이다 (9월 23일 기준).

 

애초에 상담 관련 국가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 장애인재활상담사, 직업상담사, 전문상담교사 외에는 없다. 더불어 민간 차원에서는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상담심리사' 또는 한국상담학회의 '전문상담사'까지만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아동상담이나 놀이치료, 미술치료 관련 국가공인자격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상담소는 아무나 하나… 법적 자격요건 미비

 

또한 상담센터 개설은 일정한 자격 요건이 없다. 이는 관련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일반 업소와 동일하게 사업자등록으로 개소할 수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등이 지난 5월 말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지도가 우선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앞서 서윤이가 다니던 놀이치료는 1회 비용이 약 5~10만원 선이다. 현수 씨를 비롯해 많은 부모에게 부담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 그만큼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물론 아동에게 심리치료나 기타 정신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전문가 의견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적합한 양육 방식은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상담 분야는 내담자의 정신적 의존도가 높다.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찾는 아동상담에서는 부모 역시 내담자다. 부실한 법체계가 독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아동심리상담센터 역시 부모의 불안함을 노리는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악습은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양육 분야 전반에서 고쳐갈 필요가 있다. 부모 역시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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