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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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암스테르담 여행을 통해 얻은 화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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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1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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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다국적 기업에 근무할 때 경험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덩치가 크고 강하다는 인상을 내게 남겼다. 그 외에 풍차의 나라, 스마트농업을 포함 농업기술이 발달한 나라, 튜립의 나라, 더불어 행복하게 아이를 출산 육아하며 강하게 독립적으로 키우는 나라 정도가 내가 그 나라에 대해 갖고 있던 이해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짧은 기간 여행하며 그 나라에 대해 여러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처음 구도심에 들어섰을 때는 첫 인상이 혼란 그 자체였다. 자전거, 사람, 자동차, 트램이 뒤엉켜 1인당 GDP가 6만달러 가까운 선진국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어수선한 상태였다.

 

관찰해보니 우선 도심의 도로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로가 색이나 재질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지만 턱이나 도로경계석이 없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자전거, 자동차가 적당히 옮겨 다닐 수 있다. 또 이내 자전거가 최우선임을 알 수 있다. 자전거가 엄청 많아 자전거 신호등이 따로 있었다. 전세계 도시를 다니면서 자전거 신호등(신호등에 사람 픽토그램이 있는 것처럼 자전거 그림이 있다)은 처음 봤다. 또 다른 특징은 도로 중앙이나 가장자리에 화단, 가로수 등이 전혀 없었다.

또 이렇게 복잡한 도로에 도로기둥은 오히려 단순하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 제안되고 있는 스마트폴 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이 되는 메인폴과 낮은 높이의 신호등 두 종류 뿐이다. 사람, 자전거, 자동차, 트램이 뒤섞여 다니는데도 신호등은 그 수가 훨씬 적다. 각 이동체를 대상으로 한 신호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즈막한 높이의 신호등 하나를 같이 이용하는 개념이다. 신호등을 잘 살펴서 가야 한다.  

 

우리와 너무 다른 이런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지만 몇 일 관찰하면서 그 배경을 짐작하게 되었다.

 

암스테르담은 16세기 후반부터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으로 엄청나게 돈을 모은 부자들이 운하 가장자리에 집을 지으며 빠르게 성장한 도시이다. 인구의 증가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고 한다. 동인도주식회사의 주식을 발행해 주식제도를 만들고 또 거래소도 최초로 설립하였다. 즉, 암스테르담은 자본가들이 세운 도시인 것이다.

2010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운하지구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시에서는 운하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5층 주택들이 지반 침하로 기울어지고 있는데도 보강하여 사용토록 하고 철거하거나 새로 건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네델란드는 건축 설계가 발달한 나라이지만 구도심은 철저하게 보존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몇 백 년 된 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해 외형의 모습을 바꾸기 보다 제한적인 자원(도로)으로 넘쳐나는 사람과 이동체를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이 도시의 도로의 모습인 듯하다. 도로의 경계가 모호하고, 신호등의 수도 턱 없이 부족한 듯해도 그 안에서 각자가 살펴서 서로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

 

또 이 도시에서는 부자들이 도시를 일으키면서 그 토양 위에 많은 화가들과 음악가들이 활동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또한 유산으로 남아 있는 많은 물관과 콘체르토 헤바우 같은 유서 깊은 공연장을 시민들이 수시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거의 공연장과 물관들을 그대로 보존하여 전통을 느끼게 하고 있다. 

 

도시의 곳곳에서 자연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지 각색의 분리수거 쓰레기통, 물 대신 톱밥으로 덮는 화장실, 정기적으로 소등을 하는 호텔, 인공 구조물이 없는 자연적인 공원 등등….

 

그런가 하면 창의적인 운영(operation), 건축, 시설, 놀이기구 등 구석구석에서 창의적인 국민이 일군 창의적인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 읽을 수 있는 화두는 보존과 최소한의 철저한 규제, 자유(자율) 가운데 책임(자기방어), 도시의 외형적 투자보다 효율적 운영, 도시에 흐르는 문화 예술의 기운, 창의적인 조치 등이다.    

 

역시 선진 도시는 다 뜯어 천지개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 들을 지키며 효율적, 창의적으로 운영하는 도시이다. 시민이 최소한의 규제 속에서 자율적으로 역할을 하는 도시의 모습을 본 듯하다. 우리와 반대로 최소한의 신호등으로 그 혼잡한 거리가 유지되는 것이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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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1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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