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광장 안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 ‘틀딱’과 ‘맘충’의 비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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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1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18일 16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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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광장, 양분된 대한민국

 

최근 언론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관련 기사가 쇄도했다. 현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41.4%, 취임 후 최저치다. 그런 중 부정평가는 56.1%로 최고치를 경신했다(YTN-리얼미터). 국정운영평가 조사 결과는 분열된 국론을 여실히 드러낸다.

 

광화문과 서초동에서는 집회가 이어졌다. 여-야, 진보-보수 간 첨예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지난 14일 법무부 장관직은 공석이 되었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공전하는 갈등은 여전히 국민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광장을 채운 열기가 가라앉기에는 아직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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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혐오와 맞물린 음모론… ‘잘 몰라서’ 집회 참가한다고?

 

서초동, 광화문의 각 집회는 정반대 의제를 내걸었다. 그런 탓에 서로 흠집을 내려는 시도도 잦았다. 특히 광화문 집회의 노년층에 대한 질시가 눈에 띄었다. 노인들이 잘못된 정보로 선동되었거나 돈을 받고 집회에 참여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노인에 대한 편견에 근거한다. 이들이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뿐더러 판단력 자체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생산력 있는 인구만을 우선시하는 기조의 잔재다. 군사정권의 개발독재 시절 자리 잡은 이 관점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지문처럼 남아 있다.

 

특히 저출산은 늘 노인 부양의 문제와 결부된다. 그 기저에는 노인을 수동적 피부양자로만 보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노인은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회적 걸림돌이 아니다. 이들은 외려 저출산을 조장하는 한국의 직장문화를 보완한다. 많은 노인이 손자녀를 돌보며 국가복지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노인을 단순 피부양자로만 보는 시선으로는 이러한 면면을 눈여겨보기 어렵다. 그들 개개인이 정치적 주체로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말이다. 이들을 겨냥한 가짜뉴스는 이차적 문제다. 노인들이 광장에 나선 이유부터 먼저 풀어나가야 한다.

 

 ‘맘카페’에 가하는 질 낮은 비하… 어머니는 숭고하지만 ‘맘충’은 멍청하다?

 

노인과 더불어 기혼 여성에 대한 비하도 만연하다. 특히 이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에 대한 온라인상 비난이 거셌다. 맘카페 회원들이 외모만 보고 지지를 보낸다며 조롱하는 식이었다. 일명 ‘댓글알바’가 여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와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한 홍보는 여야 공통이다. 당 차원의 전략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견해 표명인 경우도 많다. 즉 누군가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쓴다고 해서 이를 선동이라 단정할 순 없다.

 

맘카페 비하는 전업주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드러낸다. 특히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아니꼽게 여기는 편견이 녹아 있다. 정치적 성향을 띤 인터넷 커뮤니티는 맘카페를 제외하고도 많다. 그러나 유달리 맘카페만이 정치화에 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이들이 주체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의견은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 누구나 주관적 측면 존재한다

정치의 최종 목적은 일상 회복… 당쟁 벗어나 국민에게 도움될 방법 모색해야

 

비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정 집단 비하는 이들의 정치화에 대한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 진보-보수의 프레임으로 봤을 때만 모습을 달리할 뿐이다. 노인층의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 맘카페가 선동당했다는 편견, 휴식할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빨갱이’ 낙인 찍기는 같은 선상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광화문 집회를 “무책임한 정치 선동”으로 표현했다. 자유한국당은 삭발식을 거행하고, 민중가요와 방불한 시위곡까지 제작했다. 그토록 욕하던 ‘종북좌파’를 닮아 있다. 현 사태를 봉합하고자 하는 의지는 양자 모두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념으로 점철된 공허한 말은 정치권에서만 유효하다. 모두의 일상을 포괄하는 만큼 지나치게 거시적이며, 이로 인해 멀게 느껴진다. 이러한 대결적 정당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말이다. 광화문, 서초동 양 집회의 20대 참가율은 둘 다 한 자리 수라고 한다.

 

보다 실질적인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인간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상위 목적에는 여야가 입을 모아야 한다.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지 않을 필요가 있다. 진보-보수의 고착된 이분법은 이미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여야는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 조국의 법무부장관직 사퇴는 그 시작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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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1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18일 16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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