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되다. > 청계산 칼럼

 돈 못 갚는 증권거래인에서 유래한 말인 절뚝이는 오리, 레임덕은 행정부의 권력 누수를 뜻한다. 이는 대통령과 해당 정부의 각료들까지 모두 포함되는 말로, 주로 정부의 임기 말기에 나타난다. 그러나 권력 누수 현상은 임기 중간에라도, 심지어는 초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민심 이탈이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 정부는 절뚝이는 오리 신세가 된다. 아무리 권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으스대도, 결국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심이 등을 돌린 정부는 결국 ‘식물 정부’로 전락한다.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던 대통령의 최측근, 조국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순간,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의 길로 들어섰다. 조국 법무장관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특권과 반칙이 판치는 인사 임명, 핵심지지층만 챙기는 분열정치, 국민은 나몰라라 정쟁에만 목숨 거는 모습이다.

<특권과 반칙이 판치는 인사>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때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조국 후보자가 도대체 왜 적임자이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식에서 이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는 저를 보좌하여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

결국 조국은 대통령을 오래도록 보좌한 최측근이고, 또 그래서 본인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불거졌던 인사 검증 실패,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폭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버닝썬 관련자와의 친분 등 수많은 논란을 문제 삼지 않은 것만 봐도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다. 결국 ‘문재인의 남자’인 것이 조 장관의 자격이다.

 조 장관도 이 사실을 안다. 지난 청문회에서 그는 “물론 저보다 훨씬 능력과 도덕성에서 뛰어난 분이 분명히 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금태섭 의원에 대답했다. 그러나 ‘더 적합한 분’들이 그 능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반면, 조 장관은 먼저 임명된 후 자격을 증명하라는 ‘선임명 후증명’의 특권을 부여받았다.

 또 조 장관의 능력을 떠나서, 가족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공정하고 차분한 업무수행이 가능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은 법무장관이 되었다. 이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라는 부러운 특권이 아니면 무엇인가. ‘내 사람이니까 괜찮다’는 식의 인사배치는 문 정부의 가장 핵심인 공정, 정의, 평등을 가볍게 무시한다. 국민은 이에 환멸을 느낀다.

<검찰개혁, 왜 꼭 조국이 해야 하나>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팔짱 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어쩔 줄 몰라하는 후배 검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그걸 말해준다. 그러나 그걸 꼭 어떤 개인이, 그리고 꼭 대통령의 측근이 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검찰개혁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질은 완전히 독립된 사법부를 만드는 것이다. 검찰이 자연스럽게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으려면 행정부의 입김에서 검찰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사까지 임명하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 얘기는 쏙 빼놓고 검찰 수사에 미친 늑대라고 하는 등의 거센 입김을 불면서, 공정하고 독립된 사법권을 논한다.

 결국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맞게 검찰은 조국이 장관으로 임명된 다음에도, 그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 영장을 청구했다.

 직을 걸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데, 그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가 앞장서 내란이니 칼춤이니 하고 압박을 가한다. 이를 보면 혹시 청와대가 말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남의) 권력’만 잘 수사하도록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검찰개혁이라는 공약을 반드시 조국 장관이 실천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검찰개혁이 아니라 현 정부의 검찰 길들이기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라는 부러운 특권을 이고 있는 비선출권력의 권력 남용일 뿐이다.

<조 장관의 도덕성에 치를 떠는 여론>

 여론은 조 장관의 도덕성에 등을 돌린지 오래다. 검증 기사가 만 건을 훌쩍 넘을 정도였지만, 취임 후에는 더더욱 그의 도덕성이 의심된다.

 우선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교묘히 편법을 써서 이득을 취했던 과거 행적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하는 법무장관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앞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겠지만,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희귀한 우연들로 그 자식들에게 탄탄대로가 주어졌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세상 억울하다는 것처럼 ‘들판에서 거센 바람을 맞고 있는 여인’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조국 배우자의 뻔뻔함과, 공정 스티커를 붙인 사다리를 청년들에게 건네주는 쇼를 하는 걸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오만함에 치가 떨린다. 심지어 후보 시절에는 청년들과의 만남을 두 차례나 거절했다고 들었다. 이 정도면 공감능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도덕성에 큰 결함이 있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핵심지지층만 챙기는 분열정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에 조국 법무장관 임명 관련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50% 이하였던 적이 없었다. 8월 말에는 반대가 60%를 훌쩍 넘었고, 조 장관이 임명된 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대가 53%로 과반을 넘는다.(출처 SBS) 대통령도 조 장관 임명식에서 이를 언급했을 정도로 이를 신경 쓰고 있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 모든 게 단지 의혹뿐일 거라는 두터운 신임 뿐만은 아니다.

 ‘40대 열혈 친문’이 왜 조국 장관 임명을 찬성하는지를 다룬 국민일보 기사가 있다. 여기서 그들은 ‘조국 = 문재인’이라고 답한다. 조국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정당성, 촛불정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지 못하면 그 정당성의 핵심지지층을 잃게 된다. 대통령은 이 핵심지지층을 잃으면 곧 권력누수가 온다고 판단하여, 조국 임명을 찬성하는 그 3-40%의 핵심지지층만을 위한 선택을 한 듯 보인다. 그 외의 다른 국민은 대표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는 국민을 친문과 비문으로 분열시키고 서로 헐뜯게 하는 분열정치이다. 야당과 언론, 국민의 정당한 비판을 무조건적인 공격과 가짜뉴스로 받아들이고, 내 편을 지켜야 한다는 전투적인 자세로 임명을 강행하니 찬성과 반대로 분열되는 것이 당연하다. 모든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민생, 안보보다 조국 살리기가 1순위인 정부>

 국민까지 투쟁에 참여시켰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조국을 임명하는 정쟁에 모든 것을 걸었다. 논란이 시작된 8월 중순부터, 보름이 넘도록 그저 ‘조국 대란’에서 승리하기를 1순위 목표로 놓고 달려온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민생은 더욱더 나빠졌다. 세계 경제는 점점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고, 우리나라는 심지어 벌써 디플레이션 기조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22년 만에 최고치의 고용률을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여기 포함되지 않는 구직단념자의 수 역시 최대치였다는 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눈앞이 캄캄하다.

 그러는 동안에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양파 같이 까도 까도 논란이 나오는 후보자를 임명하지만 않았어도 피할 수 있었던 소모적인 정쟁을 하느라고 정작 국민은 뒷전이었다. 조국이 법무장관을 해야 하는 것이 민생보다 우선인 정부를 국민이 더 이상 어떻게 신뢰할 수가 있나.

 민생뿐이 아니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안전보장의 권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달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했고, 불과 며칠 전 북한은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아예 없다고 여기는 듯하며, 설상가상 한미동맹은 전에 없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반도는 점점 위태롭게 고립되어 가는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다.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온 인력을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보름이 넘게 정쟁에만 전념했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생활수준과 안보를 타협하는 정부는 신뢰받을 자격이 없다.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

 헬무트 콜 당시 서독총리가 통일을 서둘렀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동독 정부가 붕괴 직전 상태였기 때문이다. 철통같았던 당 관리들은 부패했고, 동독 주민들은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주변국을 경유해 서독으로 망명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고, 매일같이 서독 방송을 시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민이 등을 돌리는 정부는 결코 존속할 수 없다.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이야 당연히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 남의 얘기 같겠지만, 결국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정부는 조국 법무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인사 임명,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행보, 민생과 안보를 뒷전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국정수행을 못하게 된다면 그 또한 정부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