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낙수효과론은 잘못된 인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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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2000명을 밀고 나가면서 복지부는 의사 숫자를 확 늘리면 기피분야인 필수 의료와 지방의료를 하겠다는 의사가 나온다고 둘러댄 모양이다. 복지부 관료들이 이런 논리를 스스로 ‘낙수(落水) 효과’라고 지칭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의사 증원의 중요한 논리로 이것을 들고 나온 것은 분명하다. 의사 숫자가 늘면 뇌신경외과의, 심장혈관외과의, 그리고 초응급실(trauma room) 의사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의료정책부서는 아예 해체해야 마땅하다.
세상에 그런 몰상식한 이야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복지부 관료들에 의하면 당대의 뇌신경의였던 레이건 대통령의 장인 로열 데이비스(Royal Davis) 같은 명의(名醫)도 결국 ‘낙수(落水)’ 의사에 불과했다는 이야기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분야는 우수한 학생들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택하는 것이고, 교수도 사명감을 갖고 후진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쉽고 수입이 좋은 분야에 가지 못한 의사들은 필수의료를 하라고 하니 복지부 관료들이 정상적인 사고능력이 갖춘 인간인지가 의심스럽다.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의사는 사회적 대접도 받지 못하고 상응하는 경제적 대우도 받지 못할 뿐더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변호사들의 밥벌이 상대로 전락해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런 힘든 처지에 있는 의사들을 복지부 관료들이 ‘낙수’에 비유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복지부 관료들의 시각에 의하면 불리한 여건을 감수하고 지방의료원의 필수의료를 지키고 있는 의사들은 ‘2중 낙수’(double trickle) 신세인 것이다. 복지부 관료라는 집단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고, 그 수습은 불가능해 보인다.
‘낙수 효과’(trickle-down)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 후 밝힌 경제회복 계획에 들어가 있는 감세(減稅) 정책을 진보학자들이 비판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진보학자들은 공화당 정부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깎아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면서 레이건의 정책을 ‘낙수 정책’이라고 지칭하고 비웃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30년대에 영화배우로서 높은 수입을 올릴 때 소득세가 너무 많아서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 그리고 어느 해에 수입이 많아서 세금을 많이 낸 배우가 그 이듬해에는 수입이 적어서 생활이 곤란했던 주변의 모습을 보고 높은 세금은 그 자체가 불공정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할 동기를 상실케 한다고 생각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레이건의 경제회복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효과가 없었던 물가/임금 통제를 없애고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신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감세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으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중산층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진보학자와 진보언론은 레이건의 감세 정책을 ‘낙수 효과’ 이론이라고 비웃었고,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 진보학자들도 보수정책을 ‘낙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폄하했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바는, 1980년대의 구조조정이 그 후 미국 경제의 초석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낙수 효과’라는 명칭 자체가 정치적 슬로건이었던 셈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Paul Romer), ‘기본경제학’ 책을 쓴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은 ‘낙수 효과’라는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 ‘낙수 효과’ 이론이 의대 증원의 근거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 사진 (1)과 (2)는 우리나라 복지부 관료들이 ‘낙수 의사’라고 보는 미국의 뇌신경외과의사와 심혈관외과의사들이 뇌수술과 심장수술을 하는 장면이다. 이런 의사들은 우리 돈으로 연봉 10억 원 수준을 받는다. 하지만 높은 소득세를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그 보다 훨씬 적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누리는 사회적 존경(social respec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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