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철학의 빈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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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과 양정철 발탁설로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황당하다고 한다. 동아일보의 “혼돈의 용산”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해 보인다.
나는 2022년 7월부터 8월 사이의 몇 차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 가장 큰 문제를 “철학이 없는 것”으로 보고, 철학이 없는 국정 운영은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었다.
철학이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비전, 방향, 꿈이 없다는 말이다. 아직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어 보인다. 국민 가운데 누구도 우리가 무엇을 향해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 사실, 지금만 혼돈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혼돈으로 출발하였다. 최근의 총선 기간에 대통령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어떤 비전을 보여주었는가? 운동권으로는 안 된다는 것 말고,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운동권들의 민주당이 상수가 되고, 국민의힘 “스스로” 종속 변수가 되었다.
민주당이 테제의 위치에서, 국민의힘이 안티 테제의 위치에서 한 선거였다. 종속 변수가 상수를 이기기는 어렵다. 거대한 세력 싸움을 검사 출신의 스타 한 명에 의존해서 해보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하였는데, 이것은 혼돈의 여권이 조성한 수준이 그대로 연장된 것이다. 철학이없으면, 삶도 권력도 혼돈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철학이 있는가? 그렇다. 민주당에는 비전과 꿈(비록 스스로 생각해서 만든 꿈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주입된 꿈이지만, 구조적으로 꿈은 꿈이다)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해방 직후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586이 이루려 했던 그 꿈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래서 민족의 정통성을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에 두고, 국군보다는 빨치산을 사랑하고, 한미 동맹을 해체하고, 미국을 반대하고 중국을 찬성하는 방향을 일관되게 견지한다. 이 방향성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보지 않고, 치욕의 역사로 보게 한다. 나는 이것을 사악하고도 위험한 꿈으로 본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는 정치 행위가 “철학-강령-실천”이라는 매우 탄탄한 구조를 갖게도 한다. 이 탄탄한 구조는 “리더-실천가(player)-지지자”라는 효율적인 인적 역량을 갖게 한다. 다 꿈과 비전이 있어서이다. 당과 갈등이 생기자 장예찬은 무소속을 택하고, 임종석은 당의 뜻을 수용했다. 꿈을 공유하는 습관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왜 단일화시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나는 사회주의보다는 자유민주주의가 더 좋고, 빨치산보다는 국군을 더 사랑하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치욕이 아니라 자랑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어서, 또 그렇게 해야 내 생명과 가족과 재산이 더 잘 지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사를 검사 일색이라고 비판하면, 문재인 대통령 때는 운동권 일색이었다고 반격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검사 일색의 인사와 운동권 일색의 인사 사이에는 구조적으로 수준 차이가 있다. 검사 일색의 인사는 어떤 비전의 지도도 없이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왜, 꼭 그 자리에 가야 하는지를 알기 어려운 인사가 대부분이다. 누가, 어디에서, 무슨 비전과 기준으로 인사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운동권 일색의 인사는 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왜? 문재인 대통령 때는 비록 사악한 것이라도 꿈과 비전이 분명해서, 그 꿈과 비전에 맞는 인사를 했던 것이다.
철학(비전, 꿈)이 있으면, 그것을 실행하려는 사명이 생기고, 사명이 생기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의 “필요”가 생긴다. “필요”가 생기면, 그 “필요”를 채우는 데에 누가 가장 적절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철학-사명감-필요”의 구조를 분명하게 가지면, 인사는 자연스럽게 탕평하게 된다. “철학-사명감-필요”의 구조를 갖지 못하면, 권력 유지를 위해서 누가 가장 적합한가만을 따지게 되고, 그러면 믿을 만한 사람이나 친한 사람이나 익숙한 사람만을 구하게 된다. 대통령이 철학이 없으면, 권력자 이상이 되기 어렵다. 철학이 있으면, 진실 정도에 따라 정상적인 “국정 책임자”나 “국가 경영자”가 되고, 시운이 좋으면 성군도 되는 것이다.
지금 인사의 혼돈은 인사권자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모르는 데에서 왔다.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서둘러 철학(비전)을 갖춰서 스스로 철학의 인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혼돈은 더 커지고, 수습하기 어려운 - 사실은 수습 불가능한 -- 위기가 올 것이다. 애통하다! 비전이 있다는 정치 세력은 사악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보는 정치 세력은 비전 없이 혼돈 속에 있구나! 철학, 우습게 볼 일 아니다. 철학이 없으면, 삶도 권력도 혼돈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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