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맑의 동심(童心)여행’-현영표의 그림 에세이 <39> 하얀 속살 삘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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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가 얼매나 심했냐고요?
부엌이며 광이며 집안 구석구석 눈씻고 뒤져바도,
묵을 만흔 것은 없었습니다….
설싸 컹컴한 광에서
꺼멓게 썩은 고구마 남응 거 맻개 찾아내와도
써서 도저히 못 묵습니다….
에잇~싸릿문을 박차고 차라리 봄바람 부는 들판으로 몰려 나갑니다.
머슴아 녀석들은
보드랍고 달짝지근한 삐비도 뽑아묵고, 찔래순도 벳께묵고,
물가에 앙거서 즉석 버들피리도 맹그러서 불고 놀 즈음…,
아랫집 순이 웃집 영희같은 또래 가스나들은,
엄니들이 좋아흐는 겨울 눈 속에서 살아남은 파릇파릇 보리싹이랑 쑥이랑 냉이같은
나물을 캐서 바구니에 수북히 채우기 바쁩니다….
삘기(삐비)는 생각보담 맛이 좋았습니다….
왼손에 한 웅큼썩 뽑아들고
양지바른 곳에 날라리 앙거서 하나씩 벳께묵습니다.
너무 센것도, 너무 애린 것도 아닌 적당한 것이 연하고 달짝~지근합니다.
삐비 말고도 먹을 수 있는 풀들이 맻가지 더 있었지요,
이제는 사라져버렸지만….
★삘기에 얽힌 추억들은 생각할수록 정겹씁니다..맑맑
<ifsPOST>
※ 현영표 에세이스트는 월출산 자락 전남 영암 출신으로 ‘맑맑’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맑맑’은 “맑은 물 맑은 삶”. 그림에 덧붙인 글은 본인이 즐겨 사용하는 전라도 우리 탯말로 작성된 것으로 맞춤법과 상관 없이 작가의 체취를 살려 그대로 옮겨 싣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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