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처음과 끝, 하우스 오브 카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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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통’ 정치 드라마의 등장
‘하우스 오브 카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중 한 편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가장 성공한 정치 드라마 중 한 편으로 꼽을 만큼 사랑받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대로 된 정통 정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현실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거의 없었고, 만들어진 대부분의 드라마는 거의 실패했다. 가장 성공한 드라마가 있다면 KBS의 대하사극이었던 ‘정도전’ 정도인데, 이마저도 사극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현실정치를 소재로 다뤘다고 보기 힘들다.
이렇듯 한국인들에게는 제대로 된 정통 정치 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드라마가 2013년에 혜성처럼 등장했는데, 바로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우리에게는 당시 생소했던 매체라고 볼 수 있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유통되었다. 이를 통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드라마 자체의 성공과 더불어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시켜며 매체의 성공까지 이끌었다.
(2)과연 왜 성공했는가?
또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다른 정치 드라마들과 매우 차별화되어있다. 첫 번째는 바로 정치의 가장 더럽고 추악한 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정치는 과정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국회 본 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만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해서 볼 수 있을 뿐 그 법안을 만들고 통과하기까지의 복잡하고도 고단한 과정은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연꽃’과 비슷하다. 더러운 흙탕물에 연꽃이 피면 사람들은 연꽃만 바라볼 뿐, 그 밑에 흙탕물에는 관심 없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흙탕물’을 다룬다. 특히 흙탕물의 더럽고도 추악한 면이 극대화되어 드러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이다. 이는 성공한 드라마 요인에서 가장 쉽게 뽑을 수 있는 요소이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연기자들의 연기는 매우 놀랍다. 주연 케빈 스페이시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맞았고,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극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하는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캐릭터는 매우 특이한 존재다. 강력한 절대악으로서 사람을 협박하고 살해하기까지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처음에는 주인공의 악행에 경악하지만, 언젠가는 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정치드라마라면 정의감으로 가득 찬 주인공이 현실의 문제를 깨닫고, 멋지게 그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러한 편견을 완벽하게 뒤집어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모험을 강행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다른 요인은 주인공인 케빈 스페이시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조연까지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의 아내로 등장하는 로빈 라이트는 이른바 완벽한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드라마에서 가끔가다 나오는 이른바 ‘연기력 논쟁’을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만큼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3)비판과 시사점
하지만 드라마가 비판받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 극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회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협박하며 심지어 죽이기까지도 한다. 이로 인해 이 드라마는 심각한 정치혐오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진짜 정치에서 상대방을 살인하는 과정은 없다.
정치혐오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두 가지의 중요한 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언론과 민주주의다. 우리는 대의제 민주주의 속에서 불가피하게 정치인들을 선출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들을 검증한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기 바쁜 사람들이 모든 정치인을 검증할 수 없기에 언론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중요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일반 국민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언론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 극에 등장하는 어떤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정치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인과의 거래를 통해 권력과 유착한다. 또한 반대로 정치권력이 자신을 검증하는 기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철저하게 탄압하여 입을 봉쇄하기도 한다. 이에 겁에 질린 언론은 결국 입을 닫고, 그 권력은 더욱더 부패하여 폭주한다.
(4)드라마 vs 현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런 의미에서 단순한 오락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 ‘정도전’이 이른바 ‘민본(民本)’의 가치를 말했듯이, 이 드라마도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드라마는 그 극의 제목과 내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먼저 제목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제목을 직역하면 ‘카드로 만든 집’이다. 카드로 집을 만든다면 당연히 그 집의 구조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부실한 정치 구조, ‘사상누각’을 의미한다. 극의 내용을 고려하여 조금 더 의역한다면 부패하여 무너져가는 정치권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정치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이른바 ‘하우스 오브 카드’ 인가, 아닌가? 누구나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드라마의 주인공인 ‘프랭크 언더우드’와 닮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에서 프랭크 언더우드는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반드시 성취하는 인물이다. 이 두 인물이 비슷하다고 사람들이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였다. 의혹은 당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하여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연관되어있다면 역사가 바뀔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특검이 시작되었고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드라마에서 프랭크의 비서실장으로 등장하는 배우 마이클 켈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 드라마를 좀 봤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프랭크는 한가롭게 트위터를 하는 대신 좀 더 책임감 있는 면모를 보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이 드라마는 이런 점에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한편,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좋은 명작으로 남기 때문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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