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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언어통일이냐, 언어통합이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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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0월05일 17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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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 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9‧19 평양 공동선언의 주요 의제는 북핵문제, 남북군사긴장완화, 남북경제협력이며, 관련 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정치‧경제적 논의가 활발한 반면 남북문화교류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문화‧예술‧체육교류의 활성화 의지를 분명히 담고 있다. 재조명해야 할 남북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2005년부터 진행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다.

 

언어정책의 의미와 겨레말큰사전

 

언어정책이란 언어의 유형, 형태, 사용을 조정하고 계획, 실행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언어정책에는 한 사회 내에서 공유되는 언어에 대한 신념과 태도가 반영된다. 따라서 언어정책의 수립에는 언어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요인도 강력하게 작동된다. 독일의 언어철학자 레오 바이스 게르버는 모국어와 개인의 정신 형성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언어는 민족의 특징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남북의 언어정책 논의는 한민족 정체성 형성과도 큰 관련이 있다. 

 

남과 북의 일상어 사용은 65% 정도 일치한다. 그러나 의료, 산림, 건축, 경제와 같은 전문분야에서 남과 북의 전문용어는 심각하게 이질화되었다. 각 측의 전문가들이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의 전문용어 10개 중 3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이 2005년 2월, 남북통일을 대비하여 우리말을 정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를 결성해 집필 중인 국어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은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을 토대로 하여 올림말을 선정하고 어휘를 보충하며 뜻풀이 작업을 진행한다. 겨레말큰사전에 수록할 새 어휘는 문헌 자료와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다. 남북 편찬위원들의 논의에 따라 남과 북에서 상이하게 사용하는 어문규범을 정비하여 통합하고, 합의된 사전집필 방식을 설정하는 것이 겨레말큰사전 사업의 주된 내용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진행 현황 그리고 문제점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염무웅 이사장이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해 사전편찬 사업 재개에 긍정적 불씨를 댕겼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북한 측에 재개 사업 회의를 위한 실무 접촉을 제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겨레말큰사전 사업은 2007년부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오고 있으며 본디 2014년 4월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과 같은 외부 원인으로 인해 편찬 작업이 자주 중단되었고, 2019년 4월에는 국가지원이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다. 아직 사전제작 완성률이 약 74%에 이른 상태라 과연 2019년 출판 시점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침체 원인은 남북 간 언어 이질화 고착과 남북관계에 따른 불안정한 사업 진행이라 할 수 있다. 겨레말큰사전은 ㄱ, ㄴ, ㄷ 순으로 항목을 정한 뒤 남과 북이 각각 항목을 할당하여 집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남한에서 집필한 것은 북한에서 검토하고 그 의견이 다시 남한으로 넘어오면 재검토한다. 그 후 중국과 북한 등지에서 1년에 4차례 만나 합의안을 도출한다. 사전편찬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각자 교열, 교정, 교차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만나 상대측 집필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전 편찬 사업은 중단되었고, 남과 북이 만나 집필 회의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약 4년 6개월간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국민들의 언어 사용 양상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남과 북이 만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남과 북의 언어 이질화 현상은 더욱 고착되었다. 흔히 입말(구어)의 변화는 글말(문어)의 변화보다 빠르다고 한다. 물론 언어 변화 양상은 일시적이고 빠르기 때문에 사전이 국민들의 구어 사용 현상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분기마다 사전의 표제어와 용례를 수정하고 추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역동적인 언어의 생명력을 사전에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겨레말큰사전이 ‘죽은 사전’에 그치지 않고 남북의 언어 양상을 담아낸 ‘살아있는 사전’이 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언어사용에 대한 학술적‧문화적 교류가 필수다.

 

언어통일이냐 언어통합이냐 -겨레말큰사전 사업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현재 남과 북의 언어사용과 사전집필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은 ‘두음법칙’, ‘외래어 사용’, ‘자모음 배열방식’, ‘사이시옷 표기’ 등이다. 그렇다면 겨레말큰사전의 목표는 남과 북의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고자 하는 것인가.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측 중 한쪽의 언어 사용 방식을 선택하여 일방적으로 통일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지 않는다. 남과 북의 언어는 분단 이후 각각 독립적으로 분화하여 전승되었다. 그러나 이는 민족어가 더욱 풍부한 양상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또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해외동포의 언어 사용 양상을 조사함과 동시에,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 모두에 등재되지 않은 민족어 발굴에 힘쓰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겨레말큰사전의 가치는 남북언어체계의 통일에 있지 않다.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 언어체계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검토하여, 하나의 총체로서 통합된 민족 언어의 외연과 내포를 넓혀 간다는 의의가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오히려 남한 측의 모국어 연구와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차이에 부딪힐 때 비로소 자신의 속성을 더욱 잘 알게 된다. 북한과 다른 남한의 언어 사용 양상을 경험하며, 우리만의 체계와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은 결국 남한의 모국어 체계를 튼튼히 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과 연결된다. 겨레말큰사전 사업은 대내적 이유가 아닌 남북관계라는 외부 원인에 의해 여러 번의 침체기를 겪어왔다. 정치적 요소가 사전 편찬이라는 비정치적인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셈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재추진의 원동력을 얻어 무사히 출간되기를 바란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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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어 태그 #경제 #정치 #통일 #한글 #북한 #우리말 #겨레말큰사전 #언어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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