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진짜 기대하는 공약] 청년들의 주거∙교육 문제 그리고 지방선거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주거는 교육과 직결된다. 교육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청년 주거 환경의 처우가 개선되어 안정되지 않는다면 교육 정책의 실효성은 감소한다. 가령 긴 통학으로 인한 시간적 비용, 주거촌 치안 문제로 인한 심리적 비용, 불합리한 월세로 인한 경제적 비용 등의 온전치 않은 주거 환경은 대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 주거실태조사’에서 청년 가구의 80.8%가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언급했다. 청년 10가구 중 8가구는 임차가구로 월세 비중이 71.1%에 육박했고, 10.5%는 최저 주거수준 미달 가구로 조사됐다. 해마다 화두에 오르는 주요 청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미비하며 올해 역시 그 체감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숙사 지으려니 지역 주민들은 울상 짓고
청년들의 주거난이 이토록 심각한 와중에, 기숙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은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 2015년 열린 공청회가 지역 주민들의 항의 퇴장으로 파행을 맞은 뒤 2년이 넘도록 기숙사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총신대는 동작구청으로부터 116실 규모의 기숙사 신축을 허가 받았지만 주민들이 환경 악화를 근거로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에 조정신청을 넣었다. 고려대 역시 2013년 1100여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개운산에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이에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주소지를 성북구로 옮기는 운동까지 진행하기까지 했다. 유권자가 아니기에 학생들의 주장이 무시 받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 정책도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
기숙사뿐만 아니라 기존 정부 정책들도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은 크게 대출,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1인가구는 대출이나 금융 지원을 제외한 다른 정책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책들이 신혼부부와 같은 2인가구를 위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금융정책 위주의 청년 주거 정책은 “청년 입장에서는 부채를 발생시키는 정책임과 동시에 위기를 유예시키는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지속적인 고용 악화는 그 위기를 단순히 유예시키는 것을 넘어서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청년이야말로 소득이 가장 낮은 세대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에만 몰두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꼴이다.
*지방선거에 희망을 걸 수 있을까?
당장 청년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울시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물론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지방선거 공약을 살펴보았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역세권 주변의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하려 한다. 높아진 건물의 일부를 공적 이익을 위해 기여하게 하거나 건물주 스스로 낮은 가격으로 임대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8만 호 정도 보급하려 한다. 말하자면 역세권 청년 주택이다. #역세권청년주택 #건물_높이_규제_완화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후보는 5월 16일 서울 지역 학보사가 연합하여 주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캠퍼스 외부에 짓는 기숙사는 주거 전용 건물이기 때문에 5층 높이 이상으로는 건축이 불가하다. 그래서 외부 기숙사에 상업 시설을 추가하여 건물 높이 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숙사 문제의 가장 핵심인 주민들의 반대와 관련된 코멘트는 없었다. #외부_기숙사에_상업시설_추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메트로하우징이라는 공약이 눈에 띈다. 안철수 후보가 암스테르담에서 직접 본 건축물을 서울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라 한다. 메트로하우징 공약은 지하철 위의 부지를 활용해서 건물을 올려 10만 호의 임대아파트로 공급하는 정책이다. 우선 지하철 위의 부지는 국유지이기에 땅값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비만으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기에 같은 예산으로도 더 많은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지하철 바로 위의 주택이기에 역세권 주택을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이용가능하다. 다만 워낙 참신한 공약이라 시민사회에서 공약검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트로하우징
<정의당>
지자체가 지원하는 ‘대학연합형 행복기숙사’ 확대를 통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자녀의 월세 자금을 지원하는 부모의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2천만원 미만의 월세 보증금에 대해 연 2% 이하의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도록 한다. #연합기숙사 #부모세액공제 #보증금저금리대출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지방선거 10대 공약 자료집에 따른 청년 주거 정책은 다음과 같다. ‘5년 간 공적임대주택 25만실 공급 및 기숙사 5만명 지원, 공공 쉐어하우스 공급 확대, 청년을 위한 금융지원 및 주거정보 제공 강화, 1-2인 가구 맞춤형 주거 공급 확대.’ 다만 2022년까지 공약을 완수하겠다는 선언 이외에는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 나와있지 않아 아쉽다. 또한 기존에 현실성 문제가 여러 번 지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우려가 현실화된 공약들이 재탕되었다. 기숙사 5만명 지원이나 쉐어하우스 공급 및 확대는 당장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칠 위험이 크다. #공적임대주택 #참신한_공약은_없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역시 5월 18일 청년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 청년안심주택 5년간 25만호 공급 공약이 있다. 또한 신혼·취약계층 중심의 현행 행복주택 제도를 청년층으로 확대해, 도심 내 우수입지에 교통여건이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주변 시세의 60~80%수준의 임대료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행복연합기숙사’를 향후 5년간 6만 명에게 제공한다는 공약은 정의당의 공약과도 비슷하다.
앞서 민달팽이유니온에서도 지적했듯 기존 행복주택 정책이 신혼‧취약계층 위주로 이뤄졌음을 인지하고 청년층으로 당해 제도를 확대하는 측면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다만 청년안심주택 5년간 25만호 공급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발표한 ‘5년간 공적임대주택 25만실 공급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 행복연합기숙사 공약도 정의당의 공약과 비슷하다. 보수정당이 진보정당의 공약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현재 청년 세대의 주거 난은 좌우를 넘나드는 공통된 관심사다. #신혼‧취약계층에서_청년으로의_확대는_환영 #나머지는_민주당과_별반_차이가_없다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저소득 청년에 월평균 10만원의 주거안정자금을 5년간 한시제공하며, 저소득 청년 가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료를 지원하고, 저소득 미혼 청년자녀의 세액공제를 부모에까지 확대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주거 난은 빈부와 상관없이 청년 세대 전반의 포괄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청년층에게만 공약이 집중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거난은_청년_모두의_문제다
*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주거 공약은?
월세와 보증금에 대한 부담이 과중하다 보니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더 저렴한 월세를, 더 저렴한 보증금을 찾아다닌다. 더 저렴한 방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주거의 질도 낮아진다. ‘지옥고’,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뜻하는 조어는 이렇게 완성된다.
지난 2014년 민주연구원이 서울시의 용역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1인 청년가구 중 23.6%가 주거빈곤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36.2%의 청년 1인가구가 주거빈곤에 놓여있다.
상기한 민주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다음 정책들을 제언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청년 주택바우처 도입”, “소액 보증금 융자제도”, “에너지 보조금”, “대학-지자체 연계를 통한 주거장학금”, “저렴한 기숙사 제공” 등 수 많은 정책들을 제언하고 있다.
다 좋은 정책들이다. 무엇 하나 지금 당장이라도 도입하지 않을 것이 없다. 하지만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쓰느냐보다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청년 주거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기숙사를 요구하는 와중에도 지자체와 당국은 지역 주민들의 눈치만 보느라 주거 문제 앞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질문은 꼭 남기고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청년들을 위해 정치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위해 정치하는데 어떤 청년이 기쁜 마음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는가? 투표 당일에도 월세 값과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치킨을 배달하고 인형 탈을 쓰게 될 청년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