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소방관의 억울한 죽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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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인들이 종종 시민들에게 듣는 인사말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해줘서 고맙다는 뜻을 가진 이 인사말을 통해 미국 시민들이 생각하는 군인이 드러난다. 이 존경심을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하고, 지금 당장 필요하다. 특히, 재해를 피해 도망가는 우리를 뒤로하고 재해 속으로 들어가는 소방관들에게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감사하다는 표현이 쉽지 않을지언정, 감사한 마음을 갖길 바랐지만 이조차 없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뉴스와 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달인 4월 2일 전북의 도로변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취객을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출동했던 소방공무원 강 모(51, 여)씨는, 정신을 차린 취객의 폭력으로 며칠 어지럼증과 경련 등을 호소하다 사망했다. 우리 사회를 지지하고 있는 영웅에게 걸맞지 않은 대우다.
하지만 소방관의 낮은 대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새 정부는 소방관을 위한 많은 공약을 약속하며 시작했지만, 강 씨의 사망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현실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소방공무원 인권상황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소방 공무원의 62%정도가 언어폭력을 1년 이내에 경험했다고 한다. 성희롱과 실제 폭력 또한 각각 3%와 8% 정도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실제로 보고하거나 신고하는 경우는 대다수의 경우 10% 내외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촬영을 통한 증거 확보를 하지 못 했다면 어떤 수모를 더 당했을지 모른다.
근무 환경 자체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밤낮 없고, 교대 인원도 부족한 경우가 있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예를 들어 새벽에 퇴근하는 소방관이 화재로 출동하게 된다면, 화재를 마무리하기 전에는 퇴근하지 못한다. 여기까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화재가 어느 정도 정리되더라도 다시 야간 당직이라면 바로 근무지로 출근해야 되는 상황이 생겨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다.
통계상으로도 어렵지 않게 우리 사회가 소방 공무원에게 보내는 신뢰에 비해, 점점 낮아지는 근무 환경이 확인 가능하다. 2007년 146,019번의 구조건수(실제 출동한 횟수)는 2017년 655,485번의 구조건수로 4배가 넘게 증가하였지만, 같은 기간 소방공무원의 수는 3만 2천여 명에서 4만 8천여 명으로 50%정도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소방공무원 한 명에게 일 년에 평균 13번, 한 달에는 한 번 정도의 출동이 있는 셈이지만, 그 출동을 위해서 24시간 근무를 서고 있다는 점과 출동하는 인원이 최소 2-3명이라는 점을 고려하자.
사고 현장의 선두에 위치하기에 화학적, 생물학적 위험에도 자주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도 가중되지만, 그들은 내색할 수 없다. 소방공무원의 10% 정도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고, 이는 일반인의 5배 수준이다. 필수적으로 특수건강 검사를 시행하지만, 20%가 넘는 소방 공무원이 실제로는 받지 않는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더라도 후속 조치를 받은 경우는 10%도 안 되는 것으로 국가인권위 보고서에서 확인되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근무 인원 자체가 부족이 꼽혔다. 소방 공무원의 대부분이 아직까지는 지방직 공무원으로 지방 자치 단체의 재정 능력에 따라 다른 처우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 부족과 부실한 재정이라는 이름하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영웅들을 더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다양한 해결책이 채택되어 ‘실행’만 되면 된다. 그리고 이 해결책의 실행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서 관련 공약 확인까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야말로 변화를 일으키는 해결책을 실행시키는 원동력이다. 강 씨의 죽음에 대해 소방청이 중대 범죄로 여기고 강한 대응을 취한다고 한다. 강한 대응에서 끝나지 말고, 강 씨 가족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소방청에서는 소방관의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없도록 약속하는 중장기적인 구체적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순직하신 소방관은 돌아오지 않는다. 소방관, 그들이 없다면 우리가 돌아오지 못 했을 수도 있다.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마음 한편을 차지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를 위해, 이제 우리가 나서서 그들에게 지지를 보여 줄 차례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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