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드루킹’의 댓글조작,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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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포털사이트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성격의 댓글을 추천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혐의로 유명 파워블로거 ‘드루킹’을 포함한 3명의 민주당원을 구속했다. 현재 확인된 내용은 이들이 지난 1월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에 무려 4만회가 넘는 ‘공감’을 클릭했다는 점과, 이들의 댓글 추천 조작과정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이들이 훨씬 더 많은 포털 기사에서 추천 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드루킹’이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접촉한 내용을 확인하고 정치권과 연계 유무를 파악하고 있다.
■ 파워블로거 ‘드루킹’, 그는 어떤 인물인가?
‘드루킹’은 이 사건을 민주당을 둘러싼 ‘온라인 전쟁’으로 확전시키는데 크게 일조한 인물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넷상에서 진보성향의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국내 정치 동향과 국제정세를 분석한 글들이 주로 올라왔는데, 그의 분석이 운 좋게 일부 적중하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가 운영하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이름의 경제·시사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 수 900만여 명을 넘어서며 ‘파워블로그’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2014년부터는 소액주주 운동을 목표로 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를 개설해 회원수 2500여명을 모집했다.
자신의 게시물이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드루킹의 존재감은 커져갔다. 그가 ‘안철수’를 ‘MB 아바타’로 언급했던 것은 크게 화제가 되었고 안철수는 직접 TV 토론회에서 이 단어를 언급하기에 이른다. 그 외에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동교동계 세작’으로 칭했다가 이후 이재명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댓글과 게시물이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한 후로 그는 인터넷기사의 댓글순위를 조작하는 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삭제됐으나, 과거 그의 게시물 중에는 친문 성향의 댓글을 상위권에 올려놓는 방법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 경찰은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그룹이 5~6개 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댓글조작 사건의 공모자들이 민주당원이라는 점과, 그들이 민주당 김경수 의원 측에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수 의원이 과거 ‘문재인의 복심’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관심의 초점이 ‘개인적 일탈 여부’에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김경수 의원 측에서는 ‘일방적인 접촉이었다’며 선을 그었으나, 앞으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사건이 청와대를 겨냥한 ‘댓글조작 2탄’으로 번질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 사건이 발생된 구조적인 원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그룹이 5~6개 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네이버의 협조를 받아 의심되는 추가사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댓글조작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세력이 드루킹 외에도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물론 또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계성도 고민해볼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더 궁극적으로 포털이 이처럼 조작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프로댓글러’ 몇 명만 모여도 인기기사 순위가 바뀌는 현실
지난 2월 문을 연 네이버 댓글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는 놀라운 사실을 공표했다. 지난해 11월~올 3월 초 넉 달여간 한 달 평균 200여개 이상 댓글을 올린 네티즌 수가 1619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 달 평균 5~6개를 다는 일반인의 50배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한 명이 50인분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프로댓글러’ 몇 명만 모여도 인기기사 순위가 바뀔 정도다. 일부의 의견이 과대 포장되는 부작용은 물론이거니와 정치기사의 댓글창은 속칭 ‘좌표’를 찍고 몰려드는 진보와 보수의 진영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문제는 포털도 댓글 조작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는 다양한 기준으로 뉴스에 순위를 매겨 화제성이 높은 기사를 더 노출되게 한다. 이들 포털은 단순 댓글 순위뿐만 아니라, 연령별·성별 댓글 순위도 함께 공개하고 있어 댓글이 많은 기사일수록 여러 경로로 시민들에게 도달된다. 포털의 방치 속에 시민들은 조작된 댓글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일부의 선동적인 댓글이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러한 속성을 아는 ‘꾼’들이 스스로 댓글입력을 자제할 리 만무하다.
■ 포털이 바뀌지 않으면 댓글조작은 계속 된다
포털이 조작에 쉽게 노출되는 상태로 남아있는 한, 일부에 의한 무분별한 댓글 작성은 계속될 것이다. 네이버는 이미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작성 혹은 추천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실제로 네이버는 1개 아이디로 하루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줄였으며, 매크로를 막기 위해 최초 댓글 작성 후 또다시 댓글을 쓰기 위해서는 10초가 지나야 가능하도록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네이버의 튼튼한 방패도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보유한 날카로운 창을 막지 못했다. 설사 더욱 정교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크로를 막더라도, 분산된 컴퓨터를 이용한 소위 ‘댓글알바’를 동원한 여론 조작은 포털이 아무리 댓글과 공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포털 스스로 과열된 ‘기사 랭킹 매기기’ 경쟁을 내려놓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선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는 ‘뉴스 랭킹’ 코너의 ‘댓글 많은’ 순위 및 ‘실시간 공감’ 순위를 없애야 한다. 해외포털인 야후의 경우, 애초에 랭킹 코너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홈페이지 상단에 위치한 뉴스는 화제성에 따라 배열되지만, 네이버나 다음의 경우처럼 기사를 읽는 도중 화면 오른쪽에 ‘가장 많이 본 뉴스’, ‘분야별 주요뉴스’, ‘뉴스토픽’ 등의 기사순위가 다양하게 노출되지도 않는다. 해외포털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으로 공감과 댓글작성 수에 따른 당근을 잔뜩 쥐어주니 여론을 조작하려는 세력이 판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작이 난무하는 현행 댓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해외포털들은 이미 악플과의 전쟁에 나섰다. 일례로 구글은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로 넘어가도록 해놨다. 의견을 꼭 남기려는 사람들만 댓글을 작성하게 하려는 의도다. 아예 댓글 창을 없애는 조금 과격해 보이는 방법도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현행 댓글 시스템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제 2, 제3의 드루킹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라는 말로 여론조작을 방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에 임해야 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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