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속의 '빅브라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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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개개인을 감시하는 체제를 뜻한다. 여기, 소설가의 암울한 상상력이 이제는 현실과 우려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과연 우리 시대의 빅브라더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사람들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을까?
아침에 당신이 주문했던 메뉴가 신용카드 결제 기록으로 남아있다. 업무차 꺼낸 스마트폰에는 그날의 문자, 통화 데이터, 기지국과의 수신 기록들이 가득하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찾은 검색 기록을 통해 당신의 신상, 취미, 인간관계까지도 쉽게 유추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 모든 것들이 '데이터(data)'다. 그리고 우주의 별 만큼이나 많은 데이터들의 총집합을 '빅데이터(Big data)'라고 지칭한다.
데이터의 발전은 곧 인류의 발전과도 같다. 역사는 선사시대 사냥한 사냥감을 동굴 벽에 새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봉건시대, 조세를 걷기 위해 마을의 호적을 기록하던 장부도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시대에 이르러서야 인터넷과 정보 통신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를 관리하고 활용할 직종들이 파생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빅데이터는 현시대의 석유, 디지털 유전이다.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곳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칼날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칼을 쥔 자가 모두 책임감이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빅테이터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무차별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3월 18일,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회원 정보를 유출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를 지원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통화와 문자 기록까지 들여다본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CEO 마크 주커버그는 나흘 만에 뒤늦은 해명을 꺼냈지만 사건을 무마시키지는 못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페이스북은 신뢰도 하락은 물론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갈 날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는 '빅테이터'라는 인류의 귀중한 자산을 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이 결여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들은 개발자들에게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제공하며 수익을 챙긴다. 그러나 정작 데이터의 합법적인 수집과 보안에 적절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최근 IT 전문지 '레코드'와의 인터뷰에서 정보 제공과 관련해 "적절한 모니터링 없이 많은 개발자들에게 페이스북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내에서도 '소셜 서비스'에 대한 실태조사가 시작되었다. 지난 3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톡 등에서 사용자들의 통화내역 무단 수집이 있었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개인 통신 기록 열람은 수사를 할 때도 법원의 허가가 필요할 만큼 엄격한 사안이며,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무단 수집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빅데이터'의 발전은 결국 '개인 정보'에 관한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위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정보는 어디선가 유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적절하게 보호하면서도, 한편으로 '빅데이터'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비(非)식별화를 통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끔 하는 기술적 조치같은 방안이 구체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사용자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 제공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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