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이 가야할 방향성, 혁신적이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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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주요 경제 정책으로 ‘혁신성장’의 개념을 제시했다. 이어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혁신성장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26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고 국민들에게 보고드릴 기회가 있었지만,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개념이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상대적으로 덜 제시한 측면이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프로세스를 창출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혁신을 통해 소득을 극대화해야, 소득을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선순환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있는 한정된 돈 안에서 분배를 통해 소비를 증진하는 건 한계가 있다.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파이를 늘려서 전체적인 소득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혁신이 대기업에 쏠렸다는 점에 있다. 비정상적으로 소득이 적은 쪽의 파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안위타 바수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선임 국가 애널리스트는 “대졸자의 10%만이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일자리의 87%는 중소기업에 있는데 정작 중소기업이 국가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작다”며 한국경제리스크를 꼬집었다. 국민 87%가 중소기업에 종사한다. 중소기업의 성장은 국민 87%의 임금상승을 이끈다. 시장경제 내에서도 충분히 양극화 완화가 가능하다. 혁신성장의 방향성은 중소기업혁신이어야 한다.
소득양극화 문제 원인은 혁신성장 자체에 있지 않다. 혁신 자체가 아닌, 혁신의 불평등이 문제다. 지금은 혁신은 대기업에 치우쳤다. 한국 제조업은 대기업이 최종재를 생산하고, 중간 투입물은 중소기업에 하청 생산한다. 문제는 대기업의 독점력이 커지면서 하도급대금 후려치기, 인력 유출 등 불공정한 관행이 중소기업의 혁신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지속적 납품단가 인하는 중소기업의 수익률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 대기업은 고정자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혁신동력을 잃었다. 대기업에 치우친 성장은 10%에만 성장의 열매가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혁신성장이 문제인 이유는 혁신 자체가 아니라, 치우친 혁신이다.
중소기업 수평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중소기업 동종 또는 이업종 간 협력 등 다양한 형태의 수평적 네트워크 관계 모색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모든 기술과 경영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공유와 결합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네트워크법>을 통해 기업 간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그에 따라 네트워킹 양적 증가뿐 아니라, 참여기업의 자본투자수익률에서도 비참여기업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성과를 보였다. 중소기업 네트워크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나 절감을 넘어, 신제품 신산업 개발 통로 마련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혁신에 적합하다.
이때 핵심은 정부가 단순지원이 아닌,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간 네트워킹을 위한 기초 전제가 되는 신뢰 구조가 법과 제도 내에서 구체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 공동연구개발 및 공동생산법>을 통해 공동생산, 마케팅 물류체계를 형성을 도왔다. 이탈리아는 <중소기업법>으로 표준계약서를 제시해 협업체를 이끄는 리딩기업이 또 하나의 갑이 되지 않도록 질서를 만들었다. 한국은 협업사업 지원제도 참여기업이 감소추세다. 단순 자금지원과 세금혜택으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획득이 어렵고, 이윤 분배에 따른 갈등 등 저신뢰문제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업 간 네트워크를 위한 기초 전제가 되는 계약, 사업 성과관리, 운영 등의 표준안 구축 등 신뢰구축을 위한 법 제도적 인프라 마련이 절실하다.
아직 내놓지 않은 혁신정책의 방향은 중소기업을 향해야한다. 소득을 통한 성장이 가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시장 밖에서의 분배 정책만 내놓았다. 분배도 필요하다. 불평등 시장 소득을 방치하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 갈등비용 급증, 내수시장 침체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분배만 있어선 안 된다. 혁신을 통한 자유시장 내에서의 성장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장패러다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부가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이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구체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많다. 공제혜택이나 정부지원금 제공등과 같은 해묵은 해법이 아닌, 중소기업의 자생적 혁신이 가능하게 판을 짜주는 구체적인 모델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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