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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공영방송, 재기하려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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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9월15일 16시29분
  • 최종수정 2017년09월15일 16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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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와 MBC의 공공성, 공정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외적 자유의 보장과 내적 자유 보장 이뤄져야

 

KBS와 MBC가 총파업에 나섰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서다. 공영방송은 공공자원인 전파를 사용해 방송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무거운 책무를 가진다. 그래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반영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고, 오히려 시민들이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려버렸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영방송의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돼야 할 정치권력은 공영방송을 쥐고 흔들었고, 언론을 망가뜨렸다. 공영방송이 외적, 내적 자유로 독립성을 확보해, 공공성과 공정성을 되찾아야 한다.  

 

언론이 정치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독립성, 즉 외적 자유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공영방송의 경영진 선출 방식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사장을 선임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공영방송 이사회가 여당과 야당 간 불균형한 이사 추천 비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S의 경우 이사회 11명 중 7명이 정부와 여당 추천, 4명은 야당 추천으로 구성돼 있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 9명 중 6명이 정부와 여당 추천, 3명이 야당 추천으로 이뤄진다. 과반수가 정부와 야당의 추천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성향에 맞는 사장이 선임될 확률이 높으며, 사장은 자신에게 자리를 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누가 될지 뻔해 보이는 경영진 선출방식의 개선이 절실하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해 7월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김재철 방지법’으로 불렸다. 개정안의 핵심은 특별다수제다. 방송마다 각기 다른 이사수를 여야 7대 6으로 통일하고, 사장선임 시 재적이사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 쪽 이사의 동의가 없어도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이전의 방식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야당 측 이사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특별다수제 역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사회 여야 비율을 조정했을 뿐, 기존의 정당 추천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것에 불과하다. 여전히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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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의 외적 자유는 지배구조에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확보해야 한다. 정치인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세계적으로 수준 높다고 인정받고 있는 독일의 공영방송 ZDF가 좋은 예다. 나치의 독재 선전에 이용당했던 ZDF는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해 정치적인 독립을 확보하고 있다. ZDF의 공영방송위원회의 구성원은 77명에 이르는데, 정치인, 예술인, 학자, 환경단체 대표 등 각계각층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정치사회는 물론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반영해 정치적으로 언론이 이용당하거나, 한쪽으로 편향된 보도를 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외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완전한 차단은 어렵다. 프로그램 제작과 편집에서의 독립과 자율성 즉, 내적 자유 보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행 방송법에서 방송 편성 자유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으나,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프로그램 제작과 개편 과정에서 취재제작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단순히 듣는 것에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실질적인 편집권을 갖고 있으며, 이들의 생각과 판단이 보도 방향과 편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정권이 불편해하는 세월호 참사가 축소 왜곡 보도 됐으며, 북한 관련 사건은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편집 권한이 경영진에게 독점적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편성을 하는 데 있어서 의견 충돌이 있다면, 경영진의 뜻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편성회의를 열어 함께 심의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언론이 망가지면 사회도, 민주주의도 무너진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도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이 감시견(犬)이 아닌 정치권력의 개(犬)가 됐을 때 생기는 결과의 참혹함을 우리는 보고 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공공성을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독립, 편집권의 독립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언론인들의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의식도 필요할 것이다. 영국의 BBC는 편성 가이드라인 중 ‘가치들과 표준들’항목을 두고 있다. BBC가 언론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들에 대해 자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력이 바뀌어도 BBC가 공정성을 잃지 않는 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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