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김영란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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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대하여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28일부터는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
‘청년이 본 김영란법 :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16년 9월 9일, IFS 3기 청년기자단으로 선발되고 처음 작성한 기사다. 1년 만이다. 이제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청탁금지법은 어떻게 적용되어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 모든 것을 본 법안의 입법을 주도한 ‘김영란 석좌교수’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김영란법을 만든 실제적 동기]
인터뷰를 한 당시에, 어려운 시간을 쪼개주신 마음에 감사함이 들어 작은 비타민 음료 한 병을 사들고 찾아뵀다.
김영란 : 청탁금지법에 이거 걸리는 거 아니에요?
권민기 : (웃음) 직무 관련성이 없고 100만원이 넘지 않아서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직무관련성과 금품 수수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점을 짚었다.
권민기 : 교수님께서 최초에 법을 만드신 동기가 ‘스폰서 검사 사건’ 및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영란 : 그런 측면도 있긴 하지만, 실질적 동기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제가 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옆방 판사에게 사건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학교 선배인 변호사가 옆방 판사에게 로비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인간관계로 포장된 그런 부분이 채무자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죠. 그래서 그런 청탁을 못하게 해서 공무원을 좀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영란법의 실태에 대한 생각]
권민기 : 교수님께서 주도하신 법안은 현재 시행중인데, 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영란 : 최근에 검사들이 밥을 먹은 것 등 소소하게 입건이 되고 있어요. 최순실 사건은 이 법이 시행되기 전이지만, 시행되었더라도 최고 권력자들이 뒤에서 벌이는 모든 일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행동강령’이니까, 행동하는 방식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거든요? 초기에 공직자가 되었을 때부터 체화시키고 나서 고위 공직자가 되었다면, 체화된 내용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겠죠?
일반적인 형법은, 당신이 뇌물을 받았을 때는 징역이 몇 년이다 이런 식으로만 되어있는데, 이 법의 경우에는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았다면 이렇게 행동해야 합니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을 받습니다.”라고 알려주는 것이라 그 성격이 좀 다르죠. 누가 고가의 선물을 놓고 갔더라도 당사자가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 일방적으로 전달 받은 경우에는 돌려줄 방법도 없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신고의 절차를 밟아 해당 기관장에게 돌려주면 기관장이 반납절차를 밟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이럴 때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처벌받는 게 아니라 신고를 안 한 경우 처벌 받는 거죠. 그런 식으로 신고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든 거예요. 간단하게 말하면 ‘행동지침’, 일종의 매뉴얼이 되어주는 법인 것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귀찮게 만드는 법이랄 수 있겠네요. (웃음)
[인터뷰를 거절해온 지난 날, 그리고 기다림]
권민기 : 교수님이 제안하신 법안이 통과된 후에 많은 언론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보도된 인터뷰가 거의 보이질 않았거든요. 만드신 분인 만큼 어떤 코멘트 등을 요청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김영란 : 언론의 인터뷰는 최대한 거절했어요.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저의 이런저런 코멘트 보다는 기다림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이번 9월에 청탁금지법 시행이 1년을 맞게 되니 한번 얘기들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출판사의 요청 때문에 책을 통해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김영란 교수와 저널리스트 이범준 씨의 김영란법에 관한 인터뷰는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2017, 도서출판 풀빛)」로 출간되었다. 본 인터뷰의 내용에서도 상당 부분이 책에 언급되어있다.
[김영란을 만나다]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경어를 쓰시는 모습을 보며, 참 공직자는 이런 분이겠구나 싶었다. 흔히들 생각되는 엘리트들의 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고 낮은 자세로 인터뷰를 해주신 덕에 절로 존경심이 생겨났다. 일상 속에서의 ‘엘리트’들의 모습과 대비되지 않은가.
지난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국가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고, 이는 다시 대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청탁금지법이 지향하는 바는 정확하게 이 상황을 꿰뚫는다. 우리 사회의 신뢰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법의 시행이 되고나서 많은 공무원들은 저마다 고위 공직자의 위치로 다가갈수록,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될 것이다. 모쪼록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되어 제 2의, 제 3의 김영란이 이 사회에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시고 궁금한 부분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일러주신 김영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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