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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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래를 거부한 트럼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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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6월16일 17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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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에 관해 이야기할 때, 종종 언급되는 명제가 있다.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모두가 공동으로 자원을 공유할 때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는 비극을 뜻한다. 공동으로 소유되는 지구는 이러한 공유지의 속성을 지닌다.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온실가스를 끊임없이 배출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꺼리며 예고된 ‘비극’을 외면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한 세계인의 관심과 우려는 파리기후협정(이하 파리협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 사회가 자율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약속한 결정으로 무려 196개국이 참여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하였다.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지원기금을 만든다는 내용을 협정에 포함하여 개발도상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였다. 국가의 이해관계보다 환경을 우선시하였기에 파리협정은 그 자체로 국제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노력과 의무를 뒤로한 채 지난 6월 1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국 2위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파리협정은 큰 효력이 없다. 미국을 빼놓고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독단적인 결정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탈퇴 선언, 그 이유는?

 

사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결정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는 줄곧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야기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해왔으며 자국의 석탄산업과 석유산업의 부흥을 위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 자체가 ‘날조’라며 언성을 높였으며, 이러한 독단적인 결정은 세계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본과 환경을 맞바꾸겠다는 그의 선언은 진정 ‘미국 경제’를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다음 선거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는 그의 주 지지층인 ‘제조업계 종사자’를 겨냥하였다. 지지율이 나날이 하락하고 있는 이 시점, 공약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파리협정 탈퇴라는 도박을 택한 것이다.

 

폴리티코에 의하면 트럼프가 지지층에 과시하고 싶은 것은 “기름을 시추하고 석탄을 캐는 ‘진정한’ 미국인들을 무시하는 나약한 엘리트와 똑똑한 척하는 과학자들과 나무 포옹이나 하는 환경론자들에게 트럼프 자신도 분개한다는 공감대”이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는 이러한 공감대를 도모하며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지지층 결집을 위한 ‘도박’으로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변화는 주요 선거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이지만, 의료보험이나 복지혜택과 달리 대다수는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 이슈는 늘 대선에서 뒷전이었기에 트럼프는 국민의 대대적인 반대를 뒤로한 채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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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사회의 비난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였다. 환경 문제에서 ‘국제적 왕따’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앞으로의 행보가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보다 더 나은 정책을 찾기 위해 민주당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미국에 도움 되는 정책의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국제 사회 그리고 미국 내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미국의 방송사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미국 국민의 59%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Trump’s decision will hurt U.S. leadership in the world”라며 파리협정 탈퇴는 그의 지도력을 손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불러올 나비효과

 

희망적인 사실 하나는 미국의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파리협약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이다. 국제 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동시에 파리협약을 준수하겠다는 공언을 하였다. 주요국 지도자들이 파리협약 수호 의지를 밝혔기에 협약의 보편적 가치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파리협정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던 나라들이 탈퇴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탈퇴함으로써 협정에 불만을 품고 있던 나라들이 도미노처럼 빠져나갈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해도 그 실효성이 약화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구는 점점 더 열 받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가 물에 잠기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더는 묵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파리기후협정을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거래’로 보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 파리기후협정은 후손들을 위한 국제 사회의 ‘의무’가 되어야만 한다. 

 

탈퇴 결정 후 약 2주가 흐른 지금까지도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그만큼 환경보존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류 공동의 의무인 ‘온실가스 감축’은 지구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후손들의 미래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트럼프의 리더십은 절대 지지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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