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일자리 지각변동에 대비하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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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 대학생이다 보니 학교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러다 자정이 가까워올 때쯤 경비원 아저씨들께서 건물 순찰을 도시면 도서관을 나와 별빛에 머리를 식히며 집으로 온다. 가끔씩 내가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일 때에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경비원분들의 덕담도 받아오곤 한다.
아직까지는 이렇게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곧 있으면 더 이상 이런 풍경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발달하는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무인경비시스템이 빠르게 경비원들의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대 내 인문대, 사범대, 자연과학대 건물에는 모두 무인경비시스템이 들어갔다. CCTV와 각종 센서들이 설치되고 중앙관제센터에서 관리되는 형식으로 경비업무의 대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학교는 구석구석에 경비원 대신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가 아직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한 정보 통신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다는 면에서 서울대 경비원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진보가 사람이 하던 일을 대체하는 건 막을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자동차의 등장 이후 마부가 직업을 잃고, 버스 안내양이 사라진 현상은 멈출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도 느껴지는 시대의 흐름을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산업구도가 바뀌는 시점은 언제나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직업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는 한 사람과 한 사회의 존속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의 급변동과 그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기술 진보와 일자리의 역사적 흐름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흔히 말하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직업이 평생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자연자원을 채취하는 등 당장 생존에 필수적인 일을 했었고 대게 이런 직업은 대대손손 세습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이후 전 세계로 산업화의 물결이 퍼지면서 근대적 의미의 노동자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초기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태어났으니 먹고 살기 위해 평생 하는 일’과는 다른 ‘형식적으로나마 계약을 통해 자발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일자리의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널리 퍼지게 된 개념이 ‘실업’이었다. 산업혁명 이전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술의 발전이 더욱더 빨라졌고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생산성이 더 좋아진 기계가 등장하였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경향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되는 억울한 경우가 늘어갔다. 당연히 불만은 쌓여갔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업을 기계 탓으로 돌렸다.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은 이러한 불만이 폭발한 가장 유명한 사례였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꿰찬 기계를 부숨으로써 다시 일자리를 얻고자 했다.
그러나 한번 생산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기술 진보가 시작된 이상 이를 되돌릴 순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 1차, 2차 산업이 점점 사람의 노동력에서 기계의 노동력으로 바뀌어가며 오늘날 많은 일자리가 3차 서비스 산업 위주로 개편되는 역사적 흐름이 이어져왔다. 특히 자동화 공정 기술로 대표되는 20세기의 3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일자리 문제가 사회복지문제와 결부되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또 한 번의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은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3차 산업혁명 이래로 사회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의 변동은 점점 더 심해져 갔고 그 변동 속에서 탈락하는 많은 개인들을 보호해주는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이 두드러졌다. 현대 사회에 와서도 여전히 사회 복지 제도는 기본적으로 일자리의 변동과 연결되어 운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역사적 흐름을 짧게나마 살펴봤을 때 일자리 문제는 근본적으로 당대의 산업구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일자리 문제가 단순히 청년들의 창업을 기대한다거나 국가가 재원을 투입하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즉, 일자리 문제는 사회 복지 제도와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로서 현 사회의 인구 현황, 복지 제도와 함께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상당히 넓고 깊은 문제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또 한 번의 일자리 지각변동
지루하지만 역사 이야기를 끌어온 이유가 있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 산업구도와 일자리 문제를 돌아보아야만 앞으로 다가올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은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왔던 많은 서비스업들이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서 기계가 사람보다 생산성이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이 추세는 멈추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건 ‘미래의 일자리 예측 및 창출’이다. 3차 산업 혁명 이후 서비스업이 주를 이뤄왔던 오늘날의 일자리 시장에서, 기계가 서비스업의 상당부분을 대체한 이후 사람만의 창의성이 중요해지는 새 직종들에 대한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존의 일자리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야 할 필요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시간제 정규직’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실험해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여러 형태의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급변하는 일자리 시장에 맞추어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에도 노력해야 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일자리 문제는 현대 국가의 복지 제도와 떼어놓고 논의할 수 없다. 한국은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복지 제도가 미흡한 면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존의 복지제도를 확충해 나가는 데 더하여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기본소득’등 새로운 형태의 복지제도를 연구 개발하는 건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 투자이다.
결론적으로 일자리 문제는 ‘돈을 얼마 들여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단언할 수 있을 수준의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예전 식의 대규모 토건 사업, 정부 주도의 단기적 일자리 창출은 다가올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하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방법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와 함께 이루어져야만 실현가능하다.
현대사를 관통해온 문제이자,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있는 일자리 문제. 시대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넓은 시각으로 전 사회를 통찰해야 할 때다. 일자리라는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현재 한국 경제 상황, 사회 복지 제도에 관한 논의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숲’을 볼 때 비로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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