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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철학과에 가면 사주카페 차리나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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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12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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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경제가 어려워지고, 취업이 어려워짐에 따라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주변의 걱정과 편견이 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쓴이처럼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나 걱정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고, 코난 오브라이언이라는 코미디언이 말했던 것과 같이 ‘철학’ 그 자체로 무난한 취업을 하는 건 고대 그리스에서 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편이다. 그가 했던 농담 역시 철학과에 대한 또 다른 편견(취업의 문제를 제외한)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번 글에서는 일반 사람들은 물론 인문학을 전공하는 다른 학자들도 ‘철학’에 대해 종종 오해하는 부분 몇 가지를 해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 글의 제목과 같이 ‘철학과에 가면 사주카페를 차리는가?’이다. 통상 철학과에서는 철학을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으로 구분하며, 동양철학으로는 ‘유학사상’, ‘불교사상’, ‘노장사상’ 등등을 대해서 배운다. 그리고 서양철학으로는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등등을 배운다. 그런데 소위 ‘철학관’, ‘사주카페’와 대학의 철학과는 딱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는데, 이는 동양철학의 저서 중에 하나인 ‘주역’이라는 책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주역이라는 책은 본디 점을 치기 위한 책이었으나, 후대의 유학자들이 유학의 형이상학적인 부분을 주역의 내용으로 풀이함으로서 오늘날에 ‘주역’은 철학서로서의 지위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대학에서는 주역을 통하여 점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종교철학수업에서 ‘어떤 신을 믿어라!’라고 하지 않고, 그 종교의 가치와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가졌는지 등을 공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두 번째 ‘철학은 허무맹랑하며, 쉬운 말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철학이야말로 진실로 현실을 규명하려고 애를 쓰는 학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철학이 이를 위해 반드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논리적인 사고와 통찰을 통하여 현실과 현실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을 알 수 있기에(물론 이러한 필자의 견해에 대해 불교사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겠지만) 최대한 정확한 언어로 현실과 현상을 풀이함으로서, 오해와 몰이해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철학은 현실과 괴리되는 학문이 아니라,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이론’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만일 이론을 공부했음에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론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거나, 그 이론이 틀렸음으로 다시 수정하고 좀 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과 동떨어진 철학은 그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그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들은 ‘아니 그럼 유교가 현실적이란 말인가? 공자왈 맹자왈 따위가 이 세상을 어떻게 망쳤는지 모르느냐?’라고 비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는 공자와 맹자의 철학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그 믿음을 깨트릴 수 없는 도그마(Dogma)로 만들면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철학 자체의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떤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발전시키는 것과 어떤 철학적 세계관을 믿고 행동하는 일은 사고(思考)의 다른 맥락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철학은 어렵기만 하고, 취업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정부분 사실이다. 철학 그 자체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의 언어와 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직접적인 물질의 생산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은 어떠한 현실과 현상에 대해 사람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판단하는 것의 총체를 말한다. 물론 쓴이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반대하는 학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나, ‘이성적으로 생각’이라는 부분에서 반대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철학을 하고자 한다면, 영어나 라틴어를 배우거나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잘 생각하는 행위가 모두 철학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축구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는 쉽게 할 수 있고, 자기가 사는 동네나 학교에서는 대단한 실력을 뽐낼 수도 있지만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축구를 하는 프로선수들과 경기를 한다면 공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패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철학은 어떠한 시합이나 경기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의 대결을 통해 패배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취업의 경우에도 철학이 전혀 쓸모없지는 않다. 거의 모든 철학에서(동양이든 서양이든) 계속해서 연습하는 부분은 자신의 견해를 ‘합리적’ 그리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이는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수학, 공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손님을 접대하는 일, 영업, 기획 등등)에서 반드시 사용하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어떠한 문제의 해결능력이 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보다 뛰어날 수 있다. 문제해결력의 경우에는 그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기업에서도 철학과 같은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업들도 결국 ‘인간’에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인간’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통하여 쓴이는 철학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서, 이것들이 왜 잘못된 생각인지 지적하고자 하였다. 물론 쓴이의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철학과라는 학과와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나름의 오해를 풀고자 하였다. 인간의 지혜를 사랑하며 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너 그 대학 성적 맞춰서 갔지?’라거나 ‘철학 그거 해서 뭐해?’라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철학은 어떠한 ‘직능’을 연마하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또 생각할 많은 일들을 위한 ‘사고력’을 향상시키고자 공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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