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람의 게으른 건강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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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돈보다도 친구보다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러한 건강법에 왕도(王道)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얼마 전 황제다이어트라고 하여 고기만 먹고 살을 빼는 건강법을 개발한 에트킨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120Kg의 몸무게로 73세에 죽었다. 저탄고지를 주장하며 ‘샹그릴라 다이어트’ 라는 책을 쓴 세스 로버츠라는 사람도 61세에 산책 중 동맥질환과 심장비대로 쓰러져 죽었으니 “저탄고지” 다이어트 건강법은 나에게 있어 그리 설득력이 없는 건강법이다.
그 다음은 “운동의 중요성”이다. 운동하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건강이 확실히 좋아지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운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어떻게 운동을 하느냐 즉 '횟수와 강도'가 더 본질적 문제인 것 같다. 내 주위에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있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헬스장에서 한시간 정도 운동하고 출근하면 정말 좋습니다.”, “일주일에 두세번 테니스를 치면 한 주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습니다.” 등등. 그런 사람들에게 두세달 길어도 서너달 후에 아직도 그렇게 하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운동을 얘기할 때 반드시 병행해야 할 논제는 그 운동의 『지속성』 여부라고 본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여자들이 일생에 53번의 다이어트 시도를 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금연시도율은 2008년 57회, 2019년 78회라고 한다. 다이어트나 금연은 성공한다면 한번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자주 시도하는 것은 그 만큼 어렵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뜻할 것이다.
메스컴에 소개되는 많은 건강법들은 과학자들이 엄밀한 영양학적 분석과 통계분석을 통해 발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다른 분석도 있다. 그것은 세계 장수마을에서 '실제로' 오래 산 분들의 식단과 생활상을 분석한 자료다. 여기에는 복잡한 영양학적 분석도 없고 단지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관찰적 분석’이 있을 뿐이다. 장수마을 사람들의 말은 한결 같다. 아침에 나가서 일하고, 해지면 들어오고, 우리가 기른 채소를 전통방식으로 요리해서 먹을 뿐이예요. 특별히 건강과 장수를 위해 먹는 것은 없습니다. 이때 어떤 이들은 일본 오키나와 장수촌을 들면서 검은 해조류와 등 푸른 생선을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장수촌 중에서 해안가 마을 보다는 산간지방 마을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말은 곧 해조류, 등 푸른 생선도 절대적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해조류와 등푸른 생선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한 바로는 건강과 장수에는 정형화 된 왕도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중매체에 자주 볼 수 있는 영양학자들의 말은 비교적 적게 참고하고, 장수촌의 관찰결과와 내가 살면서 관찰한 것을 종합하여 몇가지 건강법을 말해 보겠다. 이것이 오늘의 주제다.
나는 영양학자도 의사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연구나 주장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도 공부를 했고 가르쳐 본 사람의 입장에서 수십년 이상 (정말로 상당히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를 얘기할 뿐이다. 또한 일반 연구자들의 연구압력에 쫓기는 마음도 이해하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동의하지 않으면 된다. “아! 김교수는 건강에 대해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정도로 가볍게 받아 주기를 바랄뿐이다. 그래도 구태여 반기를 들고 싶다면 마음 속에서만 해주기를 바란다.
내가 관찰한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건강에 관한 100개의 가설이 있다면 101번째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써놓고 보니 미국 대학에서 101번 강의는 가장 기초과목을 뜻하는 것인데 어찌 그와 비슷하기도 하다.
첫째; 음식은 가능한 '전체'로 먹어야 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껍질(피부)과 안(살코기)이 있고, 그리고 더 속에는 뼈가 있다. ‘전체로 먹어라’는 뜻은 먹을 수 있으면 가능한 이 모든 것을 다 먹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매우 중요한 과학적 논리가 있다. 동식물의 구성 성분은 각각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생명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성분(영양소)은 거의 동일하다. 즉 좁쌀 한 알에도 코끼리 한 마리에도 양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구성성분은 거의 같다는 뜻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먹어야 건강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한 『전체』로 먹어야 한다. 장수촌 사람들이 바로 이렇게 먹는다.
포도주를 보자. 포도주가 좋다고 하지만 좋다는 포도주는 백포도주가 아니라 적포도주다.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성분은 적포도의 껍질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포도를 어떻게 먹는가? 손가락으로 꼭 눌러 가운데 알맹이만 쏙 빼 먹는다. 즉 영양소(Ca, Mg, K, P, 유기성 복합체 등)들은 다 버리고 당분 하나만 섭취하는 것이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즈음은 농약을 걱정하여 껍질도 두껍게 깎아 안쪽 살만 먹는다. 똑 마찬 가지다. 영양소는 버리고 칼로리(당분)만 먹는 꼴이다. 닭고기도 생선도 껍질은 버리고 살만 먹는 사람이 있다. 같은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영양소는 버리고 단백질 즉 칼로리만 먹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면 이 방법은 나에게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다.
내 직접 경험을 하나 말하겠다. 나도 나이가 드니 전립선 비대 증세가 있었다. 하루밤에도 두세번 화장실을 가고 급뇨는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6개월을 치료했다.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고3때 영어 정통 책이 떠 올랐다(고3시절 공부가 이렇게 연결 될 줄이야!). 영어 속담에 ‘하루 사과 한알을 먹으면 일생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과가 빨개지면 의사 얼굴은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래 한번 먹어보자. 그래서 껍질째 먹는 사과 파는 곳을 찾았다. 제법 있었다. 각각의 집에 주문하여 먹어보고(광고기사도 믿을 만하지 못해서) 한 재배업자를 찾았다. 내가 있는 경희대에서 농학박사를 했다고 한다. 지금 거의 2년여를 먹고 있다. 그런데 5개월 째부터 좋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기분상으로 80~90% 나아진 것 같다. 그 외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데 식사량도 줄어 자연스런 다이어트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아침에 금(金)인 사과를 나는 실제 직접 경험하고 있다.
둘째; '고루' 먹어야 한다.
과학적 논리는 ‘전체로 먹어라.’와 동일하다. 전기한 바와 같이 동식물은 그 안에 있는 영양소의 종류는 거의 같지만, 그 동식물의 서식 환경과 크기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의 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인간만의 생활환경이 있고, 인간만의 활동이 있다. 그럼 어떻게 식사를 해야겠는가? 당연히 고루 음식물을 먹어야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학교에서 ‘고루 먹어야 한다. 편식을 해서는 안된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먹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생활환경이 좋아지고 자식 숫자가 줄어 '너무 귀한 내 새끼'가 되면서부터 오히려 부모가 자식이 좋아하는 것만 먹이는 편식을 시키는 것 같다. 그것도 내 귀한 새끼를 귀하게 키운다는 착각에 빠지면서 말이다.
셋째는 '로칼 푸드' 즉 그 지역에서 나는‘신선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
얼마 전 우루과이라운드가 우리나라 농촌 경제를 위협하면서 ‘신토불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었다. 그때는 경제적 의미로 주장하였지만 나는 지금 영양학적 입장에서 신토불이를 말하고 싶다. 외국 셰프들의 프로를 보면 음식을 만드는 재료는 “로칼에 있는 누구누구 농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다,”는 말이 거의 빠짐없이 나온다. 같은 이치라고 본다. 그리고 로칼푸드는 신선하고 맛도 있으며 값도 대부분 싸다. 탄소발자국도 적다. 일석사조(一石四鳥) 아닌가?
그러면 로칼푸드를 어디서 사야할까? 그런 식품은 대형마트에는 별로 없다. 냉장실에 비닐에 싸여 깨꿋하게 보관된 식품들은 보기에는 좋지만 어디서, 언제, 누가 생산하였는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다. 5일장에 가면 필요한 음식재료는 거의 다 있다. 그것도 나는 오후 3,4시경, 장이 파하기 한두시간 전에 간다. 이것은 우리 어머니 방식이다. 재래시장은 냉장고가 있을 수 없다. 그날 나온 것은 그날 팔아야 한다. 그래서 파장 한두시간 전에는 가격이 싸다. 양도 많다. 나는 이래서 좋다. 그런데 요즘 깔끔하신 부인들은(우리 안사람 포함)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집 부부싸움 중 작은 한 원인이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도 재래시장을 굳건하게 찾아 갈 것이다. 사족 하나를 덧붙힌다. 그러면 그 늦은 시간에는 상품이 신선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이다. 시든 것은 요리하는 과정에서 물과 접촉하면 금방 살아난다. 신선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대형마트에서 비닐로 싸여 냉장고에 보관된 흙 없이 깨끗한 상품이다. 나도 무지 바쁜 사람이다. 그러나 5일에 한번 몇시간 낼 수 없는 사람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시장에 가면 사람 사는 맛도 느낄 수 있고, 나에게는 무엇보다 심신의 피로가 치료되는 것 같다.
넷째; 음식은 맛있게 먹어야 한다.
음식은 맛있어야 먹는다. 그래야 밥 먹는 맛도 있고, 식사 시간이 즐거우며, 가족 간의 우애도 이때 생기는 법이다. 이민 등으로 고향을 떠나서도 가장 늦게까지 남는 본능은 음식에 대한 기억이라고 한다. 즉 음식은 그 만큼 중요하고 가족과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어.”라는 말을 듣는다. 하나뿐이어야만 하는 ‘제일’이 왜 아이들 수만큼 많은가? 그것이 바로 음식에 대한 향수다. 엄마가 손수 해주는 음식은 그만큼 중요하다. 피곤할 때 사주는 음식도 좋지만 엄마가 손수해주는 음식은 더 없이 중요하다. 귀찮아 하기에는 너무너무 중요한 요소다. 가정의 평화와 가족 간의 끈끈함(유대감)을 형성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음식 맛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 좋은 재료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맛을 구성하는 삼대요소(내가 명명한 것임)는 적당한 '염도, 온도, 물기'다. 제발 음식 먹으면서 “짜다. 탓다. 기름기가 있다.” 라는 말을 하지 말자. 나는 유학시절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미국에서 몇 번째로 큰 병원이었다. 어디에도 짠 음식, 탄음식이 나쁘다는 경고 문구는 없었다. 다만 문 입구마다 붙어있는 것은 과다 설탕섭취에 대한 경고였다. (언제 별도 제목으로 써 보겠음)
다섯째; 마지막은 좋은 것 찾아 먹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 경제력이 좋아지고 운송수단의 발달로 사람과 음식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좋은 것을 골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는 위 네가지 지적과 동일하다. 모든 생물이 필요한 영양소는 거의 같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춰 오랜 기간 거기에서 살았다. 로칼음식은 그 지역에서 수천년의 선택과 교배과정을 거쳐 최적으로 선택되어 살아남은 것들이다. 쉽게 얘기하자. TV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건강 식품들을 매일매일 소개받았는가? 무슨무슨 베리... 내 기억에도 십여가지는 넘었던 것 같다. 정말로 그 음식들이 그렇게 좋은 식품이라면 왜 그리 자주 바뀌어야 하는가? 결국 살아남은 식품들이 그 지역 최적의 식품인 것이다.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하다는 말은 식품에서도 통용된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긴 얘기를 줄이면 아주 간단하다.
음식은 ① 가능한 전체로 먹고 ②고루 먹고 ③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주로 먹어라는 것이다.
간단하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게으른 사람의 게으른 건강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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