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 도시를 만드는 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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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15일 16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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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광풍이 불고 있다. 전국의 주요 지자체들은 5년 단위의 스마트시티 계획이라는 걸 만들기 위해 민간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후에 주요 기관의 컨설팅을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는다고 한다.

한편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스마트시티를 주요 해외 수출 대상 사업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우선 계획 안에 포함된 기술들이 솔직히 우리 만 갖고 있거나 애초에 우리가 만든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필요하면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더구나 스마트시티의 개념 조차도 나라마다 우리와 달라 어디에 수출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해외 건설 사업에 참여한다 하면 이해가 간다. 

 

스마트시티는 스마트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스마트기술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광풍처럼 부는 계획은 불필요하게 비용이 많이 들거나 기술 과잉으로 흐르기 쉽다. 스마트한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돈을 들이고 머리를 싸맬 것이 아니라 스마트한 문화를 일으키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스마트도시 계획에 포함하고 있는 스마트 하지 않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상가지역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투기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지 그걸 잡아 내겠다고 초고성능 CCTV를 설치한단다. 버스쉘타나 공원 의자에 스마트하게 무선 충전기를 설치 한다고 한다. 그런데 기종이 다르고 전기 규격이 달라 안 되는 게 더 많다. 언제는 공공에 충전 시설이 없어 난감하더니 과잉이다. 돈 많은 어떤 지자체는 인도에 ‘10분 헬스’라고 박스를 만들어 운동기구를 들여 놓았다. 공중전화 박스도 마음대로 놓지 못하게 하던 지자체들이 스스로 인도에 시설물로 점유하는 꼴이다. 

 

꽤 여러 지자체는 주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영주차장을 짓고, 또 온갖 IT 기술을 동원해 빈 주차공간을 알려주고 심지어 주차장에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하면서 스마트하다고 한다. 삶의 패턴을 바꾸게 해야 한다. 여유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처럼 목적지 건물까지 차를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 멀리 대고 걷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거나 그도 아니면 대중교통을 활용하기 마련이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스마트한 것이다. 미국같이 땅이 큰 나라의 경우는 몰라도 전세계 주요 대도시 어디나 다 초소형 자동차를 타고 스스로 주차를 해결할 방도를 찾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도로에서 안전을 지키겠다고 자동차 속도를 낮추게 하더니 온갖 형태의 속도체크기를 설치해 속도위반을 단속하겠다고 한다. 누구 말대로 속도체크기가 너무 많이 설치되어 있어 내비게이션의 멘트 때문에 음악 한 곡을 옳게 들을 수도 없는데 이것이 스마트한가.

일본의 몇 개의 소도시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도로에 인위적 시설물을 최소로 설치하고 그것도 오래된 그대로의 모습이다. 점검하거나 색출하지 않아도 시민들의 도덕심으로 질서와 안전이 잘 지켜지고 청결이 유지됨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한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도 스마트한 도시임을 느낄 수 있다.

 

외곽으로 나가 논을 지나치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도로 옆 논 한 귀퉁이에 손바닥 만한 땅이 있어 무슨 용도인가 했더니 자동차나 농기계를 세워두는 공간이었다. 우리 같으면 의례 길가에 세워두었을 것이다. 도로를 임의로 점유하지 않는 것이다.

도시에 꽃나무가 있어 때마다 예쁜 꽃이 피는 것이지 도로 가운데는 물론 양 옆까지 너무도 인위적인 화초들을 심어가며 예쁘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모자라 가로등에까지 꽃을 매달아 놓느라고 예산을 얼마를 낭비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시민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자녀를 키우고 교육시키며,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고, 문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가 스마트한 도시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광풍이 불고 있는 IT기술로 포장되어 주객이 전도된 도시는 전혀 스마트한 도시가 아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국가가 스마트한 도시를 위해 무엇을 바꾸고,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너무 명확하다. 그런데 근본은 손대지 못하면서 도시를 담당하는 국토부만 스마트도시를 만들겠다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서는 꼴이다. 

전혀 스마트하지 않으면서 비용은 많이 들어가는 도시를 만들며 스마트도시라 하지 않는지 돌아 봐야 한다. 스마트도시를 만들겠다는 사람들부터 스마트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기 바란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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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15일 16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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