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54>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이것이 가능한가? > 청계산 칼럼

우리 주위에는 편리하고 귀에 듣기 좋은 유행어들이 있다. 그래서 많은 매스컴들이 그런 단어들을 양산하고, 또 일부 사람들은 그런 유행어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서 무비판적으로 즐겨 쓰는 경향이 있는듯하다.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고, 국민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그런 잘 된 유행어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말들 보다는 그저 듣기에 그럴싸한 감각적인 말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감각적인 말들은 국민들의 감정을 호도하고,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을 잘못 이끌게 되는 것 같다. 잠시의 인기와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말들을 만들거나 유행시킨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잘못을 국민들에게 저지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얼마 전까지 정말 유행했던 말 중에 “명품(名品)”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내가 봐도 마음을 솔깃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미친 과도한 소비성향은 정말 큰 것이었다. 파리의 살아 있는 유행의 전설이라는 ‘실비 그랑박’ 여사가 우리나라 청담동을 돌아보고 난 다음, “내가 파리에서 평생동안 볼 구찌와 프라다 핸드백을 오늘 하루 동안에 다 보았다.”라는 말을 하였다. 15년 이상 된 최고급 위스키의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2위다. 아마 그런 최고급 위스키로 폭탄주를 만들어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스카치위스키 50년 이상 된 '정말로, 정말로' 최고급 위스키를 전 세계 최초 판매를 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왠지 좀 씁쓸하다.

긴 얘기를 할 필요 없이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외출할 때 몸에 걸치고 나가는 옷, 액세서리, 자동차의 값을 합하면 얼마가 될까를 생각해 보면 우리 소비성향이 얼마나 고급한 것인가, 아니면 사치스러운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명품인가, 사치품인가를 구분하는 명백한 기준이 있다. 자기 소득이 탑 5%에 속하면 그것은 명품이다. 그러나 5%에 속하지 않으면서 그런 물건을 산다면 그것은 사치품이다. 사람은 마음이 비어있으면 뭔가 채워 줄 다른 것이 필요하다. 아마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명품과 사치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느 매스컴에서 이런 실수 들의 폐해를 인식하고, 『유행어 만들지 않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고, 그래도 우리 언론의 건전성을 보는듯하여 다행이라는 느낌을 가졌었다. 

중요한 하나의 예를 더 들겠다. 나는 이런 유행어를 지어내고 유행시킨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름 아닌 “헬 조선”이라는 말과, “삼포시대, 사포시대, 오포시대”라는 단어를 만든 인간이다. 잘 생각해 보라. 5천년 우리나라 역사에서 지금과 같은 풍요를 가졌던 세대가, 아니 조금이라도 이와 유사한 정도의 부와 여유를 가져 본 세대가 우리 역사에서 있었는가? 단연코 없었다. 거의 확실하게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민족의 역사상, 아니 전 세계 인류 대부분이 이런 풍요를 즐겨 본 적은 이번 세대밖에 없을 것이다. 

“헬 조선”이라고? 내가 묻고 싶다. 뭣 때문에 헬 조선인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헬 조선’이라고 말한 것이라면,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전제 된다. 모든 자기 행동에는 책임이 존재한다. 그런 의무와 책임은 지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 얻지 못하기 때문에 헬 조선이라고 했다면 그 사람의 치기(稚氣) 정도는 지나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을 하나 소개하겠다. 이십여년 전 『벤처기업 양성』을 막 시작할 때였다. 당시에는 벤처, 벤처캐피털, IT라는 말 자체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였다. 벤처기업의 양성은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거기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에서 ‘모두’ 조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당연히 ‘벤처캐피털’의 양성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사업의 초기에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을 양성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투자와 기술평가 전문가들을 모아 어느 기업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벤처기업인가를 인증하는 인증서 비슷한 평가서를 발급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필요한 조치였다. 

그때 참석한 어느 벤처기업가가 아주 볼멘 목소리로 “이런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평가했으면 충분한 자금도 공급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바라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런 부류의 무책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바가 컸었다. 아무런 의무감이나 사명감도 없이 남의 돈을 그냥 공짜로 무책임하게 가져다 써도 좋고, 은행은 당연히 자기에게 돈을 무상으로 융자해 주어야 하며, 사업이 실패해도 자기가 갚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신 갚아주어야 한다는 발언을 듣고 정말로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지금 ‘헬 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너무나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세계의 『기본 원칙』은 “권리와 의무”, 그리고 자기 행동 결과에 대한 “이익의 향유” 및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에 우선되는 기본 원칙이며, 이 원칙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지속되어 온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젊은 세대들은 ‘권리의 주장과 이익에 대한 향유’는 있지만, ‘의무의 준수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별로 없는 것이 가끔 발견된다. 정말 안타깝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와 의무,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나, “우크라이나에 참전 무기를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헬 조선’이라는 표현과 별 차이가 없게 보인다.

‘안보는 미국’이라는 말은 무기나 전쟁 수행 능력은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미국 편에 붙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는 중국이 G2 국가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수출입의 가장 큰 고객임으로 중국 편을 들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아주 지혜롭고, 멋지게 들린다. 하나도 손해 보지 않고 안보의 이익과 경제의 이익 『모두』를 고스란히 챙기겠다는 아주 영리한 말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세상 일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권리에는 의무가 있고, 결과에는 책임이 있기 마련이다. 

쉽게 생각해 보자. 북한과 우리나라와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러면 미국이나 다른 서방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우리를 손쉽게 도와줄까? 아니 역으로 우리가 다른 서방 국가들에게 우리나라를 도와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까? 아마 그들은 우리의 과거 행적을 보고, 안보는 미국과 너희 나라 사이에서 결정하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책임 없는 과거의 우리 행적을 보고 곧바로 우리를 돕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일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명확하게 이번 미중 사이(대만)에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편을 들겠다고 미리 선언하였다. 우리는 한때 그들을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라고 불렀다. 그 경제적 동물이 미국편을 들겠다고 수상이 확실하게 미리 천명한 것이다. 그들이 경제적 판단을 하지 않고 그런 성명을 발표했을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우리보다 그들은 더 잘, 더 먼저 계산했다고 본다. 

하나도 손해 보지 않고,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때로는 먼 큰 이익을 위해 눈앞의 작은 이익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이외에 ‘경제적 관점’에서도 중국의 미래경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중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고도성장과 미국과 패권을 다툴만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냉철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미래 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다. 특히 다음 사항에 대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중국이 미래에도 과거와 같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국가인가?

중국은 2023년 예상 경제성장률을 5%대로 발표하였다. 2022년 성장률이 3.4%로 매우 낮은 성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낮은 목표치다. 얼마 전까지 7%, 때로는 10% 이상 성장했던 중국 입장에서는 역(逆)성장에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5%가 너무 낮게 잡은 성장목표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의 리칭 총리는 “이 5%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의미 있는 통계치 몇 개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1,300만명의 신규 청년들에게 직장을 주기 위해서 중국은 최소 6%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2023년 목표치 자체가 5%에 불과하다. 지금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20%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은 이제 청년실업률 통계를 잡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20% 추정치도 ‘도시청년 실업률’이다. 즉 10억명에 가까운 지방 사람들, 즉 시골에 사는 청년들의 실업률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은 수치다. 아마 50%도 훌쩍 넘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3.4%의 성장도 많은 외국 경제평가기관들은 과장된 수치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023년부터 순(純)유출 상태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보자. 중국 GDP의 30%는 부동산이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제 재건 정책 시행을 위해 빈집 조사를 한 결과 중국 전역에서 빈집이 6억채(6천만채가 아님)를 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을 통한 경제발전은 곧바로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직결된다고 판단되어 그 계획을 포기했다고 한다.

둘째; 시진핑의『내수시장 진작을 통한 경제발전』전략의 실현 불가능성이다.

리커창 전 총리의 발표로도 중국 인구 절반인 7억명이 한달 17만원(위안 아님)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드만의 보고서는 더욱 참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인구 14억명 중 6억명이 하루 3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고, 4억 4천만 명이 6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고 하였다. 즉 중국 인구 14억명 중 10억명이 아프리카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산다는 뜻이다. 그러나 7천만명은 연 2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우리가 보는 사람들은 바로 이 7천만명이라는 것이다. 즉 절대로 이 7천만명이 중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제가 급속히 성장할 때는 이런 모순이 감춰지지만,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지면 이런 모순점은 사회문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첫번째 경제개발 계획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승만 대통령 이래로 사실 세 번째 경제개발 계획이었다. 그러나 첫 두 번의 개발계획은 우리 기억에도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발전을 주지 못하고, 실패한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 대통령의 경제개발 계획은 성공한 첫 번째 계획이라고 하면 가장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 이전 계획은 실패했고, 박 대통령의 계획은 성공했느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자조정신(自助精神)』과 수출을 통한 『수출입국(輸出立國)』 전략이라고 말한다. 바로 새마을 운동과 수출제일주의를 뜻한다.

조금 나이든 사람들은 “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이라는 국가적 구호를 아직도 기억할 것이다. 더욱이 1977년 우리나라 최초로 100억불 수출을 달성했을 때 전국적으로 얼마나 큰 축하 행사를 했는지도 기억할 것이다. 즉 박 대통령 경제발전전략의 성공 요인은 국내시장을 키운다는 전략이 아니라(시진핑의 내수 위주 개발전략),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들에게 상품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수출전략을 세운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으로 볼 때 시진핑의 『내수위주 경제발전 전략』의 미래는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0억명이 하루 6달러 미만으로 살고있는 나라가, 그리고 자기 나라 인구의 절반인 7억명이 월 17만원 이하로 살고있는 나라가 내수 위주 경제발전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이 수출을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는 극렬한 통상분쟁을 지속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유세계는 신(新)냉전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신(新)냉전체제의 가장 중요한 사안인 “신(新)역내 유통망의 구축”은 “자유주의 국가들만으로도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는 무역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중국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배제되더라도 자유세계는 유지될 수 있는 자원과 수출입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정책은 설령 미국의 대통령이 바뀔지라도 기본 구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중국경제 성장 동력의 감소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은 연 2만달러을 상회하는 7천만명에 대한 환상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 내가 판단하기에는 이들 7,000만명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7천만명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 7,000만명이야 말로 부동산 재벌이고, IT 기업인들이며, 사(私)교육업자들이고,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자유무역을 지향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가? 모두 사라졌다. 부동산, IT, 사(私)교육업 모두 사라졌다. 인민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시진핑이 순식간에 모두 제거해 버렸다. 오죽했으면 홍콩의 전설적인 부자 리카싱은 중국 내 모든 자기 자산을 헐값으로 팔아버리고, 대부분의 홍콩자산도 처분한 이후 현재는 영국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즉 시진핑은 자본주의의 새싹을 아예 밑동부터 잘라버린 것이다. 즉 7천만명의 창의적인 사람들의 숨구멍을 막아 버리고, 목줄을 조여버린 것이다.

넷째; 중국 시장이 세계공장과 최대 거대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중국이 그 지지리도 못살던 나라에서 급격하게 세계 G2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거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었다. 하나는 ‘중국이 계속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으면 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로 더욱 공고화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 중국경제를 개발시켜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바로 닉슨과 키신저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확실하게 다르게 공산주의 체제를 더욱 강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는 나라로 변해버렸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제 혼쭐을 내주어야 할 필요가 너무 확실해진 것이다.

다음은 중국의 저렴한 양질의 인력구조의 변화다. 중국인은 부지런하다. 그리고 임금은 미국의 1/20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도 수당만 지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찌 이런 나라가 세계공장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그리되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중국 임금은 이미 우리나라의 80%, 미국과 비교해도 약 절반 정도 수준이다. 운송비, 관세 등을 고려하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리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등장하였다. 이제 더 이상 중국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끝으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이점’이다. 이것은 아직도 잘 작동되고 있는 이점이다. 그러나 거대 시장이라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필요조건’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완전조건’은 아니다.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이익의 실현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중요한 가치는 기업의 『장기 생존성』이다. 즉 그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안정적인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이런 관점에서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국가보안법』이라는 해괴한 법을 만들어서 “국가의 중요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외국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간첩(스파이) 처벌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법의 문구도 ‘국가의 중요정책에 관련된 정보’라는 매우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즉 공산당 정부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법이라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자마자 해외에 중국경제 통계를 제공하는 기관이 2023년 초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외국기업과의 업무계약을 모두 취소해 버렸다. 

이제 중국에 대한 통계는 추측하거나, 아니면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 통계의 투명성은 이미 우리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전(前) 총리인 리커창이 자기도 “전력 소비량과 철도 화물량 그리고 대출 잔액 이외에는 믿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자료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투자의 안전성 확보에 절대로 필요한 『투명성』이 부족해진 것이다. 전문용어로는 중국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분명히 예상할 수 있는 미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감소와 투자금의 회수 또는 기업의 철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공장의 확장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향할 것이다. 인도, 베트남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나는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지금 열거한 국가들과 함께 미얀마(버마)에 많은 관심을 가져 보기를 권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큰 약점이지만, 국민들이 근면 성실하고, 영리하며 무엇보다 베트남과 중국식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를 하지 않을 나라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군부정권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섯째. 시진핑의 독재체제와 중국의 자기 이익에 따른 정책의 급격한 변화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거의 주장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매우 중요한 사항이고,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재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기 체제의 유지다. 절대로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을 어느 정도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그때 경제정책이 작용될 뿐이다. 그래서 모택동은 7천만명을 굶겨 죽였고, 북한도 4백만~5백만명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굶겨 죽였다. 그러고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공산주의 체제의 특징이다. 일부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제가 나빠지면 국민들의 불만이 들끓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그들의 내부 문제를 간단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진핑이 잘 나가는 사기업과 부동산 그리고 IT 기업들을 단칼에 잘라버린 것도 같은 원리에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공산당(시진핑)은 사기업의 힘이 너무 커져서 공산당의 통제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판단이 들자마자 “인민들 간의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 잘라버린 것이다. 

그때 나온 중국 정부의 구호가 바로 『국진민퇴(國進民退)』다. 즉 국영기업은 더욱 커져야 하고, 민간기업은 줄어들어야 한다는 구호다. 우리나라나 자유주의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중국과 북한에서는 아무런 저항 없이 행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다. 가끔 주위에서 중국을 찬양하는듯한 사람들의 발언을 들으면 정말 중국의 사실성(정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저런 천진한 (자기는 매우 앞서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소리를 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여섯째; 중국 민간 기업에 대한 공산당 간부의 파견이다.

이것은 아무도 강조하지 않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듯하여 별도의 항목으로 설명하겠다.

세상에는 작지만 매우 큰 일이 있고, 크게 보이지만 조금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다(동일한 제목으로 과거에 쓴 글이 있으니 읽어 보시면 좋겠음).

공산당 간부의 파견은 어찌 보면 매우 작은 일처럼 보인다. 내용은 단순하다. “중국 내 일정 크기 이상의 중국기업에는 공산당 간부를 파견하여, 기업의 의사결정 시에 그들의 허락을 받도록 한다.”는 규정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공산당 입장에서는 민간 기업을 통제하는 가장 저렴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잡는 쥐에게 방울을 몇 개 달아주는’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파견된 공산당 간부가 기업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불을 보는듯이 뻔하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벌어지는 ① 기업의사결정 속도(速度)의 저하, ② 의사결정 질(質) 저하, 그리고 ③ 부정부패 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 등은 가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일곱째; 중국은 우리나라 땅을 탐하는 나라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모든 이유보다 앞서는 이유다. 중국은 우리의 ‘천년의 적’이라는 말이 있다. 천년의 적이 아니라 ‘수천년의 적’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중국이 갖는 본성 중 하나는 중화사상에 기초하여 ① 끝없는 영토확장 야욕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② 끊임없는 내정간섭이다. 멀리 갈 필요조차 없다. 우리는 나라 이름을 정하는 것도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임금이 등극할 때도 그들의 허락을 얻어야 했다. 과거에 중국의 사신(使臣)이 오면 마치 사신(死臣)이 오는 듯이 조정이 벌벌 떨었었다. 

시진핑이 트럼프를 만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한국은 과거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말을 하였다. 즉 중국이 한국을 차지하여도 과거 우리 땅을 회복하는 것이니, 미국이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만리장성의 끝은 그들의 역사서에서도 요동반도의 산해관(山海關)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동북공정이 진행되면서 북한의 평양성으로 바뀌었다. 

중국을 찬양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진실로 말하고 싶다.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을 때는 단순히 자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나름대로 역사적 사실과 현실을 알고 주장하기를 바란다. 국가와 관련되는 일은 우리 후손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봄철이 되어 벚꽃놀이하는 것과는 정말로 다른 차원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까지도 가장 이 사실을 중시하여 중국을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았었다. 하다못해 베트남의 호지명도 “베트남이 중국의 지배로 가면 베트남은 영원히 독립 국가가 될 수 없다.”고 하며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스스로』 택했었다.

지금까지 열거한 대부분의 내용 즉 중국 통계의 불투명성,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의 모순, 중국 성장 동력의 감소, 세계공장과 거대 시장으로서의 매력 상실, 시진핑의 독재체제 그리고 중국 민간기업에 대한 공산당 간부의 파견 등은 미래 중국의 경제를 암울하게 하게 만들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끝없는 중국의 영토확장 야욕은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될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더없이 좋은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현실 세계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빛 좋은' 말일 뿐이다. 국가는 영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성인(成人)들은 자기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속 빈 강정 같은 빈말을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어른들이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허망한 상상을 바탕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 개인도 마찬가지지만, 정부 당국자는 더욱 그래야 한다.

미래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①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고 ② 그 변화의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며 ③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① 뱀처럼 냉철한 판단과 ② 끊임없는 자기 혁신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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