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통일을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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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22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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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단어에 대한 수정을 꾀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국민’을 ‘인민’으로 바꾸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이라는 단어 사용과 인민이라는 단어 사용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과 인민은 그 뜻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가에 의한 질서를 근본으로 하는 법적 개념으로서 ‘국가의 구성원’을 의미하나,  인민은 천부적 권리를 가지는 개인인 ‘자연인’으로서 세상을 구성하는 인민과 구별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국민과 인민을 구별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남북통일은 마치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지상과제인 양 절대적인 대전제로 군림해왔다. 1947년부터 전해져오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상징적인 노래로써, 군사 독재 시절에는 ‘국민교육헌장’으로써, 오늘날에는 각종 통일연구원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와 국가의 정책으로써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의 꾸준한 통일 담론과는 다르게, 통일에 대한 대한민국 인민의 인식은 날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례(實例)로 2017년 통일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통일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20대와 30대의 사람들에게서 통일을 반대하는 여론이 극대화되고 있다.

 

본 필자 역시 남북통일에 반대하는 경향이다. 이는 필자가 민족반역자라서도 아니요. 친일과 친미를 하는 사대주의자이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안정적이기를 원하는 평범한 인민이기 때문이요. 인간의 사유와 행위의 판단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학생이기 때문이며, 사해만민(四海萬民)에게 보편적인 생득적(生得的)인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사랑하는 철학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많은 사람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남한 인민의 정치적, 경제적 불이익에 근거한 통일반대론을 제외한 또 다른 세 가지의 이유를 들어 통일에 반대한다.

 

첫 번째, 남북한 인민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를 알기 위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작성한 북한주민 통일의식 2016과 2017 통일의식조사를 참고하였다.)이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남한 사람들의 경우, 통일에 대한 찬성이 날로 줄어 현재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0% 내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찬성하는 이유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단순히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는 이유가 가장 크며, 2007년부터 2017년까지 40% ~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쟁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20% ~ 30%로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와 ‘한국이 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각각 10%에서 15%로 거의 비슷하게 공동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이와 다르다. 새터민으로부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된 바에 의하면, 이들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에서 30% 내외이고, ‘북한 주민이 잘살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50% 가까이 된다. ‘이산가족의 고통 해소’나 ‘전쟁 위협의 해소’ 등등과 같은 부분은 10% 내외이다.

 

이처럼 남북한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통일에 찬성하는 남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비교적 감성적인 민족의식에 따라 통일에 찬성하는 경우가 많고, 북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실리적인 차원에서 통일에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북한의 사람들이 통일에 찬성하는 이유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늘 90% 내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남북한 주민 간의 통일에 대한 의식은 극명하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자국 안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도 제대로 해소하고 있지 못하는데, 과연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었을 때의 갈등은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남한사람들과 북한사람들은 통일에 대해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합의를 통하여,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경제적 문제는 제외하고서라도 사고방식의 차이는 정말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차이에서 비롯되는 불이익과 사회적 갈등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통일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있는가?

 

두 번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후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닌 엄연한 UN에 등록된 회원국이며 ‘외국’이기 때문이다. 비록 1948년 UN총회에서 대한민국이 48대 6으로 국제적인 질서 속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써 인정을 받았고, 문민정부 이후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계승을 천명하였으며, 북한의 경우 김일성의 항일투쟁만을 강조하였기에 그 ‘정통성’만큼은 대한민국에 비해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통성이 미약하다고 해서 북한을 인정할 수 없을까? 아니다. 1991년 대한민국과 북한은 UN에 함께 가입하였으며, 이는 곧 북한이 독립적인 주권국가임을 세계가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헌법 제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되어있기에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 점거한 무장단체라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단지 조성,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를 대등하게 논의할 수 있겠는가?

 

이미 북한은 대한민국과 다른 정부를 가지고 한반도의 절반을 차지하여 주권국가로 존재한 지 오래되었다. 단지 대한민국의 헌법에 한 줄 적혀있다는 이유로 통일을 지향해야 하거나 혹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는 마치 일본이 자신들의 헌법에 ‘일본의 영토는 일본 열도와 한반도 그 외 부속 도서로 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고 한일합병조약에 근거하여 대한민국과 통일을 시도할 때, 한국인은 물론 국제사회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 북한과 전쟁에 의한 통일은 물론, 협상과 외교를 근간으로 하는 통일 역시 그 자체로 남북한 인민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득적인 자기소유권이 있기에 자신의 생명을 소유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이를 침해하려고 한다면, 그 어떠한 존재도(짐승이나 인간은 물론 신과 악마까지도)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를 ‘자연권’이라고 명명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인권선언과 협약 등이 생겨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 정부는 정치범 수용소를 상징으로 하는 기타 억압적인 사회문화와 정치제도를 운영하며, 전 세계로부터 반인권적인 국가로 낙인찍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북한의 정부는 북한 인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민이 아사하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강성대국을 운운하며, 군대를 육성하고 각종 생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만들어 국제적 분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는 하나 민주적이지도 않고 인민을 위한 공화국도 아니다. 그렇기에 북한 당국의 의지는 북한 인민의 의지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증명하듯 오늘날에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는 인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 당국과 외교를 통하여 통일을 운운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이미 북한 인민의 인권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북한 당국은 인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므로 그들이 논하는 ‘통일’과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통일정책’이 인민을 위함이 아니라, 북한 당국과 당국의 권력자들을 위한 정책임이 자명(藉名)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 정부의 정치시스템이 인민을 위한 시스템으로 변화하기를 바라야 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북한의 정치가 개인의 자유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정치적 협상도 북한의 끔찍한 인권탄압에 간접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또한 남한의 인민들 북한 인민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은 없다. 물론 남한 인민이 북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개인적인 차원에서 혹은 어떠한 조직적인 연대를 통해 이들을 도울 수는 있지만, 이는 개개인의 동의하에 발생하는 부조(扶助)이다. 그러니 그들이 무엇을 하든 다른 이가 이를 간섭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연방제 통일이든 남한의 흡수통일이든 한 국가의 체계로 그들과 합병하는 것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이를 부담하게 되는 것임으로 남한의 인민들에 대한 필연적인 인권침해가 예상된다. 왜 우리는 국가와 정부를 필요로 하는가? 그것들이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부가 사실상 외국인인 북한의 인민을 위하여 남한의 인민들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게 희생할 것이라 예상되는 ‘통일’을 지향함은 그 자체로 윤리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통일은 사회적으로, 시대적으로, 윤리적으로 불가하다. 통일은 남북한 인민 간의 통일에 대한 의식 차이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고, 이미 명시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서로 다른 주권국가로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통일해야 할 시대적 정당성도 부족하며, 인권을 심각하게 탄압하는 북한 정부와 함께 통일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남북한 인민의 인권을 침해하여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진실로 남북한 인민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평화뿐이다. 현재 통일이 이를 방해할 것으로 강력하게 추측되는바, 오늘날 통일은 근시안적인 역사의 망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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