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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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과 샹하이 푸동지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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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14일 09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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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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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을 두고 상하이 푸동 지구와 비교해서 정부의 의지가 약하다고 비판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웃지 않을 수 없다. 상하이는 지금 인구가 2700만 명이고 근교까지 합치면 4000만 명이다. 쓸 수 있는 토지가 고갈된 상하이는 바다에 면한 늪지를 매립한 후 푸동 지구로 개발해서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었다. 상하이라는 거대도시와 그  경제력이 있으니까 푸동 지구가 가능했다. 그런 푸동을 새만금과 비교한다는 것이 도무지 말이 되는가. 새만금이 두바이가 된다는 이야기나 비슷하다.  

 

매립 사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는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을 보면 알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제1의 건설회사였던 현대건설은 정주영 회장의 1992년 대선 출마와 헛된 대북사업으로 급속하게 기울었는데, 거기에는 서산 매립지도 한 역할을 했다. 쌀이 남아서 창고에 보관하기도 힘든 세상이 올 줄 모르고 엄청난 돈을 들이고 어민과 환경단체와 싸워가면서 이룩한 것이 서산 매립지이다. 지금 와서는 용도가 없는 땅이지만 매립면허를 내 줄 때는 특혜라는 비난을 받았다. 매립 사업은 ‘저주’였다. 

 

매립으로 거덜이 난 기업으로는 동아그룹도 있다. 중동 건설 쇠퇴와 성수대교 붕괴 등으로 동아건설은 기울어가고 있었는데 동아도 매립사업을 하고 있었다. 정부는 현대건설에 서산매립을 허가하면서 동아건설에도 김포매립을 허가 했다. 때는 1980년 전두환 정부 초기였다. 서산에 비해서 김포는 면적은 작았지만 인천과 가까워서 그것은 특혜로 비쳤다. 서산 매립지와 마찬가지로 김포 매립지도 용도는 농지였다. 서산 매립지는 3,800 헥타르여서 서산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자금력이 딸리는 동아건설은 서서히 사업을 진행했다. 

 

전두환 정권 말기에 수도권 쓰레기 위기가 닥쳤다. 지금은 상암동으로 개발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가 되어서 난지산(山)이 되고 말았는데, 이제는 산으로 쓰레기를 올려 쌓는 것도 한계가 온 것이다. 심각성을 느낀 환경청, 서울시 등 관련 기관 공무원들이 지도를 놓고 궁리하던 중 동아건설이 바다를 매립한다는 지역을 보게 됐다. 이렇게 해서 정부가 동아건설로부터 매립 대상지 2,000 헥타르를 인수했다. 대신에 동아건설에는 쓰레기 매립지 건설 공사를 주기로 했다. 이게 수도권 매립지이다. 이런 것을 보면 당시 우리 관료들은 머리도 잘 돌아가고 권한도 많았다. 

 

동아건설은 나머지 1,600 헥타르를 매립하는 공사를 1991년에 끝냈다. 제방, 도로, 용수로를 제외한 토지는 사업자인 동아건설 소유이니까 대단한 특혜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용도가 농지로 지정되어 있어서 그대로는 경제성이 없었다. 동아건설은 공사를 끝내면 정부에 로비해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나서 동아건설은 엉망이 되고 말았고 1997년에는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동아그룹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김포매립지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었다. 동아건설은 김대중 정부를 상대로 읍소를 했지만 당시 농림부 장관은 농업경제학 교수 출신인 김성훈이었으니 바늘도 안 들어갔다. 결국 동아건설은 부도가 났고 그룹 자체가 없어졌다. 또 다른 매립의 ‘저주’인 셈이다. 

 

동아건설이 만들어 놓은 매립지는 정부가 매입해서 공공개발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용도를 변경해서 개발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인천 청라지구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한때는 어려움에 처했지만 지금은 인프라가 개선돼서 쾌적한 지역이 됐다. 게다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천공항이 가까워서 구태여 푸동을 조금이라도 닮은 지역을 한군데 댄다면 청라와 송도라고 하겠다. 

 

< 교수가 된 후 내가 처음 발표한 논문이 ‘환경보호법리로서의 공공신탁 이론과 해안 및 강안(江岸)지역의 환경법적 문제’(1983년)이고 부교수 승진을 앞두고 발표한 논문 중 하나가 ‘연안역(沿岸域)의 환경관리법제에 관한 고찰’(1987)이었다. 그 시대 법학교수가 그런 논문을 발표한다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새만금, 김포 매립지, 동강댐, 그린벨트 등 큰 이슈가 있었던 기간 중 나는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이에 관한 사설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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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상하이 푸동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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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청라 지구와 수도권 매립지.
공항고속도로 아래 쪽이 청라지구이고 위 쪽이 수도권 매립지다. 고속도로와 같이 가고 있는 물길이 아라뱃길이다. 난지도 쓰레기를 바지선으로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려는 구상이 한때 있었다. 이명박은 이것을 관광 뱃길로 만들어서 개통했으나 볼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토목회사 돈 벌어주기 위한 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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