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의 거품을 고발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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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여름을 강타한 AR, 포켓몬고
2016년 7월 6일, 닌텐도의 증강현실(AR)을 ‘포켓몬’이라는 세계적인 인기 컨텐츠에 접목시켜 탄생한 포켓몬고가 출시되었다. AR을 활용한다는 점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잊을 정도의 깊은 몰입감을 제공했다.
기존의 화면 속의 캐릭터를 지켜보아야만 했던 유저들에게 ‘일체감’을 선사하는 AR기술이 가져다주는 영향은 컸다. 출시 2주 만에 3000만건 다운로드에 35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었고, 말 그대로 전세계는 포켓몬 열풍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지도 반출의 문제로 구글과의 마찰이 있었다고.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속초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이 해외 계정으로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으며 게임을 즐겼고, 속초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상에 오르자마자 속초로 수십만 명의 사람이 몰리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언컨대 2016년의 여름은 ‘포켓몬고’의 계절이었다.
포켓몬고의 몰락
세계 각지를 돌며 포켓몬을 모두 모았다는 어떤 외국인의 기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는 등,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6주간의 1위 자리를 지켜오던 포켓몬고는 9월 중순에 들어 1위를 넘겨주게 됐다. 사실, 이러한 포켓몬고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조작과 무료인 점, 그리고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한 ‘포켓몬’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얻어진 거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컨텐츠다. 포켓몬고는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 AR로 구성된 점을 제외하고는 돋보이는 컨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포켓몬 게임에 빠지게 한 기능들이 대거 빠져있었다. 포켓몬 간의 배틀, 기기간 통신을 통한 진화 등의 ‘포켓몬’만의 재미요소들이 빠진 것이다. 단팥빵에 단팥이 없었기에, 직관성이 우수하고 단순한 게임 구조는 흥미를 빠른 시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던 것이다. 현재 활동 유저 수나 다운로드, 앱 이용 시간 등의 수치들은 출시 때보다 감소해있고 여전히 하락세다.
냄비근성
한국 사람들이 여러 사건에 대해 보이는 반응에 ‘냄비근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르곤 한다. 금방 끓었다가 금방 식는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는 이런 냄비근성을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기억하는가?
당시에 너도나도 허니버터칩을 사먹기 위해서 줄을 서기도 하고, 가게의 끼워팔기식 판매 전략을 받아들여가며 샀던 일들은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물론, 지금도 허니버터칩을 팔지만 줄을 서가며 사는 사람들은 이제 없다. 또 매년 거론되는 연예계의 각종 사건 사고들은 말할 것도 없다.
속초에 몰리던 사람들의 발걸음, SNS에 도배되다시피 올라오던 포켓몬고와 관련한 글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포켓몬고 신세, 내실을 다져야 한다
삼성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함께 상당부분 점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그런 삼성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가 폭발하여 국내외 소비자들로 하여금 큰 실망감을 준 것이 최근 뉴스에서 자주 보인다.
폭발에 대한 위험성 탓에, 교환일시까지 배터리를 60퍼센트만 충전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더 빠르고 좋은 스마트폰을 더 빠르게 제작하려다보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진해운은 보유 선박용량이 세계 7위이자 국내 최대의 정기운항 국적 선사다.
그러나 족벌 경영으로 존폐 기로에 서있다. 국적 선사로서의 전 세계를 향한 자산가치가 보전되기 힘든 상황에 치달아 있다. 이 모두가 내실을 다지지 못한 한국의 단면이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 포켓몬고와 같다. 지난 6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오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인의 모습은 타 국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마치 앱스토어의 1위 자리를 가진 것처럼.
그러나 흔들리는 정치권의 모습과 북한의 위협, 경제의 불황 등은 국가로부터 얻어지는 안정감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포켓몬고도 내부 컨텐츠의 견고하지 못함이 하락세를 불러일으켰듯 한국도 그러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단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뤄낸 저력 있는 나라며, 포켓몬고 또한 이용자 수를 이미 5억명 이상 확보한 획기적인 게임임은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포켓몬고도 타 게임들처럼 내부 컨텐츠의 다양성 등을 확보하면 다시 상승세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한국도 그렇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 하려는 탓에 생긴 지 모르는 ‘냄비근성’이, 국가적 차원의 내실을 다져서 치유될 수 있다.
포켓몬고에는 ‘포켓몬’이라는 인기 컨텐츠의 위상이 거품이었던 셈이다. 이 거품이 걷혀지고 있는 순간에 빠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 포켓몬고는 한 때 반짝이다 떨어진 별똥별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해낸 일들의 성과가 어쩌면 거품인지 모른다. 이제는 거품을 걷어내고 ‘빠른’ 이미지가 아닌 ‘바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내실 있는 국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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