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전 검사장과 4천원의 무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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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열차 암표 회사원 쇠고랑."
20년 전 1996년 7월 28일자‘한겨레’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은 미리 사둔 열차표 1장을 피서객에게 팔아 4천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회사원을 이례적으로 구속기소 했다는 내용이다.
4천원의 부당이득으로 인해 내려진 판결은 구속이었다. 그를 구속기소한 젊은 검사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서객이나 귀향객들의 심리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올리는 나쁜 범죄, 휴가철을 앞두고 암표상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구속기소한다.’
사회의 경종을 울리고 옳지 못한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한 패기 넘치던 2년차 검사의 이름은 바로 ‘진경준’ 당시 나이는 서른이었다. 그리고 20년 뒤에 차관급의 지위, 검사장이 된 그는, 지난 7월 뜨거운 여름날 밤 긴급체포 되었다. 검찰간부로 재직하던 중 기업으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아 12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항상 1등만 했다. 30회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연수원 성적도 1등이었다. 진 전 검사장은 모든 검사가 선망하는 서울지검에 초임지 발령을 받았다. 연수원 21기 검사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임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사 생활에서도 법무부 검찰국의 국제형사과장, 형사기획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등 일선 검사들이 선망하는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모두 1등을 해야 거칠 수 있는 자리들이다.
계속해서 진경준 전 검사장은 승승장구했다. 언제나 1등이었던 그는, 올해 3월에 공개한 공무원 재산 순위에서도 약 157억원을 기록하며 검찰 중에서도 1등을 했다. 더불어 그는 또 하나의 1등을 기록했다. 검찰 수립 68년 만에 현직 검사장 중 첫 번째로 구속된 일이 그것이다.
그의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BH (청와대) 까지 번졌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진경준 전 검사장을 통해 기업체에 처가의 부동산을 팔았다는 의혹으로까지 뻗어나갔다.
20년 전 4천원의 부당이득에 철퇴를 내린 젊은 검사는 막대한 금액의 부당거래 의혹과 함께 청와대마저 흔드는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4천원의 무게는 어떠한가? 물리적 수치상으로 4천원과 100억원이 넘는 돈은 삼척동자도 그 차이를 구별할 것이다.
그러나, 20년 전 진경준 전 검사장이 직접 말했던 4천원의 의미와, 그가 얻어간 100억원이 넘는 돈의 의미는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4천원의 부당이득을 단죄했던 젊은 검사의 일화는, 20년 뒤 크나큰 무게와 울림을 간직한 채 우리 앞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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