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설현 사태, 한국 역사교육을 재조명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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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광복절 특집으로 식민지 시대 지배국과 피지배국 국가의 비정상들이 모여 대화하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한,중,일의 비정상들이 식민지 시대에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에 대하여 서로 토론한 점이 흥미로웠는데, 일본인 토론자 오오기는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이 가해자로서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서 배우지 않는다.” 라며 자신도 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과거사에 대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독일과 다른 일본의 태도에 각국의 토론자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오기는 일본을 대표하여 제가 대신 사과하면서 일본의 청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문제인식을 환기했다.
대한민국 역사인식의 현주소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역사인식은 어떠할까? 한 방송국에서 2013년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본 결과 서대문형무소, 야스쿠니 신사, 위안부 심지어 독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또한 당시 고교생 응답자 69%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했다고 할 정도로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청소년 들은 역사인식이 현저히 부족함을 알 수 있었다.
지난 5월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이 한 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사진을 보고 “긴또깡?” 이라는 발언을 내뱉으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71주년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는 도쿄 콘서트 후 본인의 SNS에 욱일승천기가 들어간 문구를 사용하며 또 한 차례의 논란을 빚었다. 2~3분후 바로 삭제하고 소속사와 본인의 공식적인 사과도 있었지만 논란은 거세지며 티파니는 출연 중이었던 TV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모 정치인이 731부대에 관해서 “항일 독립군 부대”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리 큰 논란이 일지 않았으면서, 유독 걸그룹 설현, 지민과 티파니와 같은 연예인에게는 역사인식이 부족하다며 엄한 잣대를 대는 것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에게 유독 ‘공인’으로서의 엄격한 책임을 묻고 있는 문제는 잠시 차치해두고, 역사학을 4년째 전공하고 있는 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피해자의 역사? 가해자의 역사”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다른 나라와 관련된 역사를 보면 일제의 침탈 과정부터 각 시기별 일제통치의 특징과 항일 위한 노력들을 서술하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즉,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한 피해자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가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베트남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하여 참전한 사건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교과서에는 일제의 식민지 시대처럼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그런 일이 있었다.” 라는 정도로 가볍게 기술되어 있다.
자, 우리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살펴보자. 이 글은 꽝응아이 성 빈선현에 세워진 위령비에는 적혀있는 문구다. 불편하더라도, 끝까지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한국군들은 이 작은 땅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참혹하고 고통스런 일들을 저질렀다. 수천 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가옥과 무덤과 마을들을 깨끗이 불태웠다. 1966년 12월 5일 정확히 새벽 5시, 쭈라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남조선 청룡여단 1개 대대가 이곳으로 행군을 해왔다.
그들은 36명을 쯩빈 폭탄 구덩이에 넣고 쏘아 죽였다. 다음 날인 12월 6일, 그들은 계속해서 꺼우안 푹 마을로 밀고 들어가 273명의 양민을 모아 놓고 각종 무기로 학살했다. 모두가 참혹한 모습으로 죽었고 겨우 14명만이 살아남았다.
미제국주의와 남조선 군대가 저지른 죄악을 우리는 영원토록 뼛속깊이 새기고 인민들의 마음을 진동토록 할 것이다. 그들은 불도저를 갖고 들어가 모든 생태계를 말살했고, 모든 집을 깨끗이 불태웠고, 우리 조상들의 묘지까지 갈아엎었다. 건강불굴의 이 땅을 그들은 폭탄과 고엽제로 아무것도 남지 않는 불모지로 만들었다.
베트남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80건에, 피해자 수만 9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실례로 베트남 반딘성의 한 박물관 관장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특징은 아무런 심의과정과 설명 없이 집단학살을 저질렀다.” 고 말하며 당시 한국군의 참혹함을 전했다.
이에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이 1998년 호찌민 묘소를 참배하고 2001년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의 행동과 같이) 우리 교과서에 우리 스스로가 자행한 역사는, 베트남전에 파병했다는 등의 사실 위주의 기록 외엔 그 무엇도 없었다.
일본이 우리에게 가해자라면 우리도 베트남에 가해자가 아닌가? 일본이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비난하면서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한 이중성에 대해, 이제는 정확한 문제인식을 환기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는 사과를 한 점에는 일본과 차이가 있지만 국민들이 침묵하는 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아니, 어쩌면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들보다 더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일 수 있다.
베트남전쟁에서의 한국군이 자행했던 학살 문제는 명백한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와 떳떳이 마주해야, 우리도 일본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모습들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 19년간 베트남의 퀴논시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였고 올해 이태원 보광로 59길에 베트남 퀴논길 명예도로명을 부여하고 ‘퀴논정원’을 조성하였다.
이 지역에서 만큼은 베트남어를 주요언어로 채택해 베트남관광객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에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개개인, 시민단체의 차원에서 베트남 평화기행등을 시행하며 국민들 스스로도 반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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