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발의 - 영화 내부자들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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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12일 19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8월12일 19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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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은 현실을 비춘다

 

 지난 2015년, 한국 영화에 획을 그을만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이병헌과 조승우, 백윤식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주연하고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내부자들>이다. <내부자들>은 그 자체만으로 700만의 관객을 동원하고, 그 인기에 힘입어 개봉한 감독판 격인 <내부자들-디 오리지널>까지도 20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로는 독보적인 총 900만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기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최다관객 수는 <친구>의 818만, 공식 집계는 <아저씨>의 617만) 

 

 <내부자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어마어마한 관객 수 뿐만 아니라, 많은 유행어들을 만들어냈으며 출연한 배우들의 주가도 잔뜩 올렸다. 영화의 인기에는 배우들의 열연과 인상 깊은 캐릭터도 한 몫 했겠지만, 영화가 적나라하게 묘사한 재벌과 고위공직자의 부패한 모습, 그리고 말단 평검사와 깡패가 그것을 깨트리는 모습이 주는 카타르시스의 역할이 지대했다.  

 

 ‘부패한 상류층과 그들을 응징하는 정의로움’이라는 주제는 비단 <내부자들>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호응하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어 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이러한 내용을 다룬 <부당거래>, <검사외전>, <찌라시 : 위험한 소문> 등의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어떠한 영화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는 것은 그것이 비추는 현실이나 내포한 메시지가 현실과 어떠한 맥락에서든 관련이 있다는 뜻이며 그것이 당대의 여론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뜻이다. 여론은 현실을 반영한다. <내부자들>의 흥행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회는 부패한 권력을 비판하고 그것을 정의롭게 응징하고 싶은 다수의 희망을 의미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영화가 개봉하자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영화 속에 묘사된 상류층의 모습이 과연 현실인가 하는 궁금증을 쏟아냈다. 그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성 접대와 정경유착, 언론사의 여론유도 등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차마 현실은 저러지 않기를 바라게 했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는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막연하게 알고 있다. 여론이 현실을 반영하였듯, 영화 속의 모습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故장자연씨 사건’은 연예인의 성 접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고, 지난 2013년에는 인터넷에 유출된 성 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당시 차관 급의 고위 공직자로 지목되며 국민의 공분을 샀다. 누구보다 청렴해야하는 수사기관인 검찰 역시 이러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전적인 지원과 향응을 제공 받고 특정 기업이나 인물의 죄에 대해서 눈감아준다는 ‘스폰서 검사’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대중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이러한 부정적 행태는 최근에도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내보내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던 사실이 밝혀져 정치인의 언론 탄압, 더 나아가 언론 조작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지난 20여 년간 검사생활을 한 진경준 검사장은 한 게임회사의 주식을 상장 전에 매입하여 120억 대의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밝혀져 공무원직에서 해임되었으며, 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우병우씨 또한 같은 게임 회사와의 부동산 거래가 밝혀지며 야당으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발의

 

 영화 속에서는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는 정의로운 검사와 악당들에게 버림받은 정치깡패가 손을 잡고 그들을 응징하지만, 현실에서의 정의실현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대한민국 조직사회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도, 용납하지도 못한다. 정치깡패가 부패한 상류층을 응징하는 모습은, 오히려 깡패가 아니고서야 그들을 응징하지 못하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깡패의 존재는 지금은 있어서도 안 되는 한국 현대사의 추한 모습이다. 영화 속의 잘생긴 깡패가 멋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패한 권력자를 폭력과 불법으로 응징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점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은 주목할 만 하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를 감시 및 척결하기 위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관장하는 독립기구로서, 법안이 통과되고 공수처가 설치될 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서 국회의원, 국무총리, 3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 대통령 비서실, 판·검사 등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공수처에게 주어진다. 또한 기존에는 검찰에게도 조사권이 없던 준장 이상의 군 장성들에 대한 수사권도 가지게 되며, 수사 시에는 경찰과 검찰 모두에 대한 통제권 까지도 행사할 수 있다. 

 

 공수처 설치는 지난 20여 년 간 9차례 시도된 바 있는데 모두 실패했다. 이번 법안 발의는 10번째 도전인 셈이다. 공수처 설치가 번번이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와 검찰권의 약화에 대한 우려 등이 그것이다. 지난 8일 발의된 법안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놓았는데, 그 근거는 ‘특검’이 존재하기 때문에 업무가 겹치는 권력기관이 생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의 공식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설치에 대해서는 다수의 지지가 뒤따른다. 심지어 새누리당 내부에서까지도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는 외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나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 역시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앞서 제시한 다양한 사건들을 보자. 두 문단을 할애하면서 나열한 사례들 중 잘못에 합당한 처벌을 받은 경우가 몇 건이나 되는가. 길을 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한 번 물어보자.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사회냐고, 대한민국의 법이 모두에게 평등하냐고 물었을 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스로의 개혁을 외쳐왔던 검찰은 국민들이 준 기회를 너무 많이 날려버렸다. 그 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은 국가의 이름을 짊어진 자신들의 명예를 너무나 많이 깎아먹었다. 이제는 정말 혁신이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그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아니,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서 마지막 문장을 조금 바꾸자.

 ‘될 수 있다’가 아니라, ‘될 것이다’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은 그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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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8월12일 19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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