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직장, 그 어디를 가더라도 나는 죄인이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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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보건복지부 소속 30대 여성 사무관 A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녀의 일터 정부 세종청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구명하기 위해서 부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평소 그녀의 건강상태와 지병이 없었던 점, 건강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부분을 종합하였을 때, 그녀의 사인(死因)은 ‘과로사’로 볼 수 있었다.
무엇이 젊은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딸이자, 그리고 부인인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또한 그녀의 죽음에 대한 대답을 우리 대한민국은 떳떳하게 해명할 수 있을까?
그녀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지 일주일 만에 죽음을 맞이했다. 복귀하고 일주일 내내 새벽 5시에 출근해서 밤 9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주말이라도 오후에는 아이들하고 시간을 보내고자, 일요일 이른 새벽시간에 나왔다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에너지 절감과 건강을 위해 노력하자는 홍보문구가 부착된 계단에서 조금이라도 건강을 신경 쓰고자 오르던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그녀의 일터인 복지부가 후속대책을 내놨는데, 이 부분이 매우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원들의 건강과 가정을 위해서 토요일에는 전 직원이 출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우스운 대책에 대해서 ‘그렇다면 일요일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이 부분에 대답은 이와 같았다.
‘꼭 필요할 때만 나오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주중에 발생되는, 야근, 조근 등의 근무는 어떻게 진행하고자 한다는 대책 또한 언급되지 않았다. 저출산과 복지를 책임지는 부처에서 발현되는 대책이 그다지 위와 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표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일주일 내내 야근에, 특근에, 조근까지 이러한 일들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일이 너무 많다.
둘째. 쓸데없는 일이 많다.
첫 번째 이유와 같은 경우에는 인력을 더 충원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인력을 더 충원하는 부분에는 또 다시 수많은 이해타산이 접목되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두 번째 이유와 같은 경우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다. 즉, 업무를 진행하는 방법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전시행정 등에서 벗어나야 하며, 초과근무가 없다면, 기타 인사나 복지 등에 불이익이 가해지는 구조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전반적인 의식과 근무인식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자중에서 편안하게 연차와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쉴 수 있는 근로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녀는 정부에서 보장하는 육아휴직을 통해서 휴식을 취한 후 업무에 복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피로로 인하여 안타까운 사고를 맞이했다.
과로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젊은 사무관의 사고는 비단 그녀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 아이들 키우는 일이 미안하고, 힘들고, 지치고, 행복하지 않은 나라 ]
[ 배우자에게는 그만큼 더 신경 쓰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해서 아픈 나라 ]
[ 자신에게 주어진 과도한 업무와 불투명한 미래로 인하여 고통 받는 나라 ]
이러한 나라의 모습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더욱 더 큰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가 가진 행복을 더 이상 잃어버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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