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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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충고’의 벽, 대통령의 눈을 가리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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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16일 19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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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 버스킹(거리공연) 하는 것을 소재로 한 JTBC 프로그램 ‘말하는 대로’에 시인 하상욱이 출연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자작시 ‘충고의 벽’을 낭송했다. 

 


수많은 꿈이 꺾인다

현실의 벽이 아니라,

...

주변의 ‘충고’ 때문에

 

 

 놀랍게도 많은 사람은 그의 시에 공감했다. 무언가를 ‘포기’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그 상황이 주변의 ‘충고’에 지레 겁먹고 벌어진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단 한 번도 현실에 부딪혀 본 적이 없었을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충고 앞에 많은 꿈이 꽃을 피우기 전에 무너졌다.

 

 충고의 벽을 넘지 못한 사람은 현실에 정면 돌파한 사람과 차이가 있다. 현실과 싸워 본 사람은 포기한 뒤에도 후회가 없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지혜로 다른 길을 개척한다. 

 

 그런데 ‘충고의 벽’에 부딪힌 사람은 마음이 애매하고 불편하다.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못 할 것 같기도 할 때, ‘그건 아니라’는 누군가의 충고를 듣고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하상욱 시인은 이런 ‘충고’에 무너지는 인간의 심부를 정확히 간파했다. 그리고 시를 통해 ‘충고의 벽’을 넘어야 해볼 만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대한민국에도 ‘충고의 벽’에 막혀 현실과 부딪혀보지도 못한 사람이 있다. ‘최순실 벽’에 갇힌 대한민국 최초 여성 지도자로 주목받던 박근혜 대통령. 지금은 탄핵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에 높여있다.

 

박 대통령은 민생과 부딪혀본 적이 없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취임 첫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에 초심의 흔적을 남겼다.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추구했던 국정어젠다였는지 비선실세 농단의 시작이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이 두 사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고 글로벌 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엿볼 수 있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부로서 해야 할 일을 해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열심히 ‘창조’했다.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7개 시·도에 설립했다. 지난 4월 선거 개입 논란에도 충북과 대구센터 방문을 강행하며 힘을 쏟았다.

 

 미래 세대 가능성이 소프트웨어(SW) 교육에 달려있다며 코딩 교육의 붐을 일으켰다. 코딩 수업이 생겼고 학원가가 조성됐다. 비록 구체적으로 코팅 교육 계획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한 큰 허점이 있었지만 일단 ‘창조경제’에 엮여 화려하게 진행됐다.

 

 'K'시리즈도 같은 맥락이다. K푸드, K패션, K미디어, K뷰티, K컬쳐, K투어, K브랜드, K게임 등의 행사에 족족 참여했다. CJ E&M가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대통령 축하영상으로도 등장했다. 

 

 문화·스포츠 진흥을 목적으로 미르 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대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형식으로 774억 원을 받아냈다.

 

 위의 공통점은 ‘창조’에서 끝났다는 점이다. 그 안에서 국민과의 소통이나 개선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국민은 ‘창조경제’ 그리고 ‘문화융성’에 발로 뛴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하지만 정확하게 두 사업의 핵심적 목적이 뭔지 잘 모른다. 

 

 문화는 한류만을 일컫는 건지, 창조 경제라는 건 인공지능을 포함하는 4차 산업을 말하는 건지, 신(新)산업의 영역인지, 어떤 가상 세계(VR)인지, 당장 내일 직업이 없고 돈이 없고 희망이 없는 국민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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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문고리3인방 등 비선실세의 

‘충고의 벽’을 넘지 못한 박 대통령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최순실의 ‘충고’에서 비롯된 사업인지 조사 중이나 현재 상당 부분 비선실세와 연관돼 있어 앞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충고의 벽’을 깨지 못한 지도자는 국민과 불통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늘릴 의향이 없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좀 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언제든지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순실의 벽 앞에 ‘독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정무수석 당시 대통령과 통화를 했어도 독대한 적은 없다고 답했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들리는 말에 정치인들도 앞에선 싸워도 뒤에서는 형님, 아우 한다는데, 박 대통령은 함께 나라를 운영해 나가는 여당·야당을 막론하고 조금만 자신을 조여 오는 의원들을 철저히 배척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돼 야당과 소통이 불가피한데도 협치 테이블에서 ‘YES’라고 한 것을 늘 회의가 끝나면 ‘NO’라고 밝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도, 조윤선 장관 임용도 의원들의 반발에 아무 반응이 없다가 대뜸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승인해버렸다.

 

 IMF 이후 청년실업률 최고치를 찍은 데다 내수 침체와 수출 감소, 소비 부진 등 산적한 경제현안들을 대통령과 머리 싸매고 해결해야 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11월 초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다고 답변해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조금도 얽히지 않으려 허위 답변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의 ‘충고’ 속에 갇혀 진짜 부딪혀봐야 할 국민과 그들이 삶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정황은 부인할 수 없다.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3.0’은 실패다. 청년 일자리 정책, 누리과정, 계약직·파견직 보호 등 모두 떠넘기기 혹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효과를 볼 수 없는 오히려 경제 상황 악화로 살기는 더 힘들어졌다. 

 

아직도 국민이 원하는 ‘규명돼야 할 진실들’이 많지만, 박 대통령은 말이 없다.

 

 대통령은 ‘국민에 부응하는 새 희망의 시대’(13년 1월 1일 국립현충원 방명록)를 열기 위해 직접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갈등을 해결해 가며 이견을 좁히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봐야 했다. 하지만 비선실세의 충고에 혈세를 낭비하고 권력을 남용·오용하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완전히 실패하면서 탄핵에 이른 것이 국민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박근혜 정권을 하상욱 시인을 빌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의 벽’


수많은 ‘민생 정책’이 꺾인다

‘국민 반대’의 벽이 아니라,

...


최순실의 ‘충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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