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랜드 알바생들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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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서울 구로구의 애슐리 매장이 평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근무시간 10분 전 도착을 강요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매장은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끊어 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꺾끼’를 자행했고, 4시간 연속 근무 시 주어지는 30분의 휴게시간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문제의 매장은 근로기준법 상 1년 미만의 근로자라도 1개월 이상 근무 시 제공해야만 하는 1일 연차휴가나 연차수당도 제공하지 않았다.
해당 매장의 홀캡틴은 아르바이트생과의 카톡에서 1년 미만의 근로자는 연차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조항에 무지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또한, 아르바이트생의 어머님이 법조계에 계시냐는 등 연차와는 무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아르바이트생 어머님의 법조계 종사 여부가 근로기준법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근로기준법 관련 조항도 알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생의 연차는 없다며 단언하는 해당 매장의 관리자는 실소를 자아낸다. 또한,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한 번도 계약직이 연차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며 말하는 관리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열정페이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랜드의 의도된 임금 ‘꺾기’
이랜드의 노동착취구조는 꽤나 체계적이었다.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만 기록하는 “꺾끼”를 통하여 아르바이트생들은 실 노동시간이 아닌 적은 노동시간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15분 단위의 기록으로 인하여 이랜드는 근로자가 일을 더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임금을 체불해왔다.
지난 7월 1일부터 한 달 가량 해당 매장에서 일한 김모(22)씨는 “10시 28분까지 일했다면 10시 15분까지 일한 것으로 처리돼 13분에 대한 임금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엄연한 한 명의 근로자로 일하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와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또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실제 근로시간보다 1시간 더 늘려 기록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매장은 일부러 근로시간을 1시간 더 늘려 평소 아르바이트생을 ‘조퇴 처리’하고 필요에 따라 30분~1시간가량을 무보수로 근무하게 하였다. 이랜드는 초과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더 지급하는 기간제법 6조도 위반하였다. 조퇴 처리하는 편법으로 초과 근로에 대해 가산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랜드 같은 거대 기업이 근로기준법의 조항에 무지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조항들을 무시하고 회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근무시간을 15분씩 기록하게 하여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교묘하게 낮게 지급하고, 근무시간 ‘10분전 스탠바이’를 아르바이트생의 덕목으로 포장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아르바이트생 개인으로 보면 이러한 임금 체불이 적은 액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랜드 외식사업본부 차원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며, 이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눈에 띄지 않게 모두에게 조금씩 착취하는 신종의 열정페이”라고 비판했다.
누가 그들을 추노로 만들었나
이랜드의 아르바이트생을 지칭하는 은어인 ‘추노’는 아르바이트를 조용히 그만두고 추노(도망노비)처럼 잠적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랜드의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자연별곡 아르바이트생은 시급에 비해 일이 고된 건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말하며 무거운 짐들을 계속 나르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손목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였다.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극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최후의 선택으로 자발적 ‘추노’가 된다. 그들은 이러한 열정페이를 경험하며 막대한 업무와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본인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게 된다.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기대로 부풀어있던 그들은 결국 꿈도 열정도 다 포기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청년들의 포기는 새로운 인재에 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사회의 미래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그렇기에 취업에 대한 열정을 빌미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탐욕스런 기업의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한다. 계약직이기에, 그리고 청년이기에 그들의 노동 시간과 열정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열정페이에 대한 감독은 어디로 갔을까
이러한 열정페이 논란이 해당 애슐리 매장뿐 아니라 이랜드 외식사업본부의 여러 업체에서도 발생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이랜드 본사차원에서 노동착취에 대한 노무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사업장을 점검 대상에 포함시켜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단 이러한 열정페이 논란은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만연한 노동 착취 문제는 오래전부터 암묵적으로 행해진 거지같은 관습이다.
정부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게 보잘 것 없는 대우를 하면서 정직원처럼 일하길 바라고 부려먹는 기업들을 엄격하게 감독해야만 한다. 특히, 정부는 반드시 이랜드의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행해야하며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열정페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정부당국이 노동력에 대한 착취를 손 놓고 묵인한다면 이러한 열정페이 문제는 절대 근절될 수 없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포부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달콤한 거짓말이 아니길 바란다.
허울뿐인 이랜드의 “나눔, 바름, 자람, 섬김”
이랜드는 열정페이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지난 5일 공식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애슐리 사업부는 “최근 애슐리 파트타임 근무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 먼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철저히 재점검하여 모범적인 사업장으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랜드의 사과문은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향하고 있다. 사과를 하는 주체가 잘못되었다. 부디 형식적인 사과로 논란을 잠재우려하지 말고, 그들의 사업장을 확실하게 재점검하여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바란다.
이랜드의 경영이념은 ‘나눔, 바름, 자람, 섬김’이라고 한다. 과연 이랜드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나눔, 바름, 자람, 섬김”을 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들이 과연 노예를 뽑은 것인지 직원을 뽑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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