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으로 본 연예인 인권 실태 : ‘을의 갑질’을 중단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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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가수 정준영씨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6년 2월, A씨는 가수 정준영이 핸드폰으로 성관계 중 신체 일부를 촬영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뒤 취하했다.
가수 정씨의 소속사 C9 엔터테이먼트 측은 젊은 남녀 사이의 ‘단순한 해프닝’ 선에서 사건이 일단락되었으며, 비친고죄 특성상 절차에 의해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에 송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경찰은 성폭력처벌법 제 14조 ‘타인에 반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행위’에 의거한 기소의견으로 현재 서울 동부지검에서 위 사건을 수사 진행 중이다.
그가 실제로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을 했다면 그것은 엄연한 범죄이고 그는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더 근본적인 것, 연예인에게 부여하는 책임과 엄격한 잣대에 관한 것이다.
연예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뜨겁다. 그들은 관심에 일약 스타가 되어 인기도 얻고 약점도 얻는다. 스타는 스타라는 것이 약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에게 스타로서의 도덕적,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소 유치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것에 마땅히 부응해야 하는가?
사진 : 기자회견 중 사과하는 정준영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선 지긋지긋한,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연예인 공인설’에 대답해야 한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에 기대되는 도덕윤리를 근거삼아, 즉 ‘노블레스 오블레주’식 사고를 연예인에게 대입한다.
가령 평소의 행실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자신을 늘 돌보고, 명상도 하시고……, 따위의 논리로 귀결된다. 쓴소리로 참고 듣는다 할지라도 그것은 한 명의 인격을 위한 것이지, 공인이기 때문에 으레 갖춰야할 소양은 아니다. 사랑과 관심에 대한 보답을 이유로 정직을 강요하는 것 또한 석연찮다.
처음부터 그가 인기를 끈 이유는 관심이나 사랑보다 그가 진작 유능한 까닭이며, 대중을 향한 리액션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다. 연예인은 새장 속의 새가 아니다. 자기 맘대로 하고, 또 자기 맘대로 감당하면 될 뿐이다.
사실 대중이 기대하는 뚜렷한 이미지가 존재하는 이상, 그것으로부터 탈선하는 것은 밥줄이 끊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특히 연예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사회적 자아로서 페르소나를 뒤집어씌우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왜 ○○○실제 성격이나 ○○○실제 목소리 같은 것들이 큰 화제가 되지 않는가. 대중이 기대하는 바와, 실제 그것이 일치한다면 큰 행운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즉 대부분 그가 덮은 페르소나는 단순 밥줄이 아니라 하나의 방어 기제로서 작동하는 셈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연예인의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사회적 자아와 실제 그것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그는 불안감을 느낀다. 본연의 자아를 숨겨야 하는 것, 끊임없이 엿보려는 자들로부터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연예계가 대중의 관음과 스타의 노출이란 맥락에서 해석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을의 갑질에 대하여”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공인의 인지도와 비교하여 ‘상대적 을’의 위치에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을 ‘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 스타는 스타인 것이 약점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갑과 을의 경계가 흐릿한, 하지만 손익을 따져보자면 약점을 쥐고 있는 ‘을’이 완승을 하는 게임이다. 을은 아무 것도 잃지 않는다. 하지만 갑은 모든 것을 잃는다.
왜냐하면 을은 ‘A씨’이기 때문이고 갑은 ‘정준영’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 흐릿한 갑을 관계를 혼동하여 일반인을 을, 연예인을 갑의 위치에 놓고 실명보도를 시작한다. 언론이 약자가 아닌 사실상 강자인 자의 편을 드는 셈이다.
연예인처럼 ‘A씨’도 실명을 공개하자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가장 큰 심적 부담을 안은 자로서 익명과 사생활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하다. 똑같이 피고인 가수 정준영도 익명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공평한 처사인가. 험난한 상황에서 그들은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을 모두 포함하여 그 사례를 열거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시시콜콜한 스캔들이 한 달 간격으로 터지고 그것이 실수를 감추려는 정부의 수작이라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자신의 잘못에 합당한 대가로 자숙이나 잠정은퇴 뒤 복귀하는 ‘탁’씨나 ‘몽’씨 같은 사람도 있고,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산으로 들어간 ‘최’씨도 있다.
협박 받던 피해자 ‘이’씨는 도리어 여성편력을 이유로 가십거리가 되어 손글씨로 사과문을 올렸다. 죄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인의 심정으로 벌을 받는 것이 그들이다.
대중의 관심과 연예인의 책임감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공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들은 마땅히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사가 깨끗해야 하며, 현재도 물론 그래야 하고, 미래에도 그럴 예정이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호기심이 폭력이 되는 순간”
현재 고소녀 A씨는 검찰에 탄원서를 재차 제출하고 가수 정준영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녀는 탄원서를 통해 본인과 가수 정준영 사이의 오해가 모두 풀렸음을 주장한다. 심지어는 피해자인 A씨 본인도 조사를 받으며 정준영의 혐의가 없다고 완전히 깨달았다고 주장한다.
이 해소가 A씨의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며, 가수 정준영이 관계 장면을 실제로 몰래 촬영했다고 가정하자. 앞서 언급했듯 그는 죄에 대한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반대로 그것이 정말 둘 사이의 오해고, 공인의 이미지를 약점 삼은 공격이라면?
아쉽게도 A씨는 탄원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돌아갈 것이고, 가수인 그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대중에게 그는 이미 성추문에 휘말린 남자 연예인이란 낙인이다. 이것은 완전한 Zero-Sum 게임이고 엄연한 을의 갑질이다.
따라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법적 공방의 실명 보도에는 일정 수준 제제가 필요하다.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피의자·피고인의 신변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집단적 호기심이 폭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허무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잘못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의 사생활을 팔아먹으면서 오히려 당당한 모 언론은 적어도 가책을 느껴야할 것이다. 여담으로 애인을 만나기 위해 범죄자 같은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전력질주 하는 여자 연예인의 모습은 얼마나 슬픈가.
현재 A씨가 몇 차례에 걸쳐 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요구하고 있고, 가수 정씨는 핸드폰을 제출한 상태다. 방송 또한 하차한 뒤 자숙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똑같은 국민이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가.
또 호기심과 ‘알 권리’를 구분 못하는 폭력적인 카메라맨은 누구인가. 그가 무혐의라면, 이 사태는 펜에 기름이 낀 언론과 악성댓글이 만든 합작품, 피해자고 피의자고 다 죽여 버리는, 전형적인 부조리 명작이다.
그리하여, 정준영이라는 록을 하던 친구는 지금 퀭한 눈으로 호흡 가쁘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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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님의 댓글
BitteForgive me for writing in English, but my Korean is not good enough. Thank you for your article-- it's good to see someone finally uphold journalistic standards. I would also add that presumption of innocence, the idea that one is innocent until proven guilty, is a universal human right. It's in the UN's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and is one of the most sacred jurisprudence in many countries. In this case, the media and the mass found him guilty without waiting for the verdict and extracted a price from him and made him leave the shows. How is it possible that in a developed country, the presumption of innocence is ignored and the accused is judged and tried by headlines and public opinion instead of the law? How is it that a person is prosecuted by sensationalistic headlines and inflammatory word choices? How can the reporters and the readers forget that 'accused' or 'alleged' is not the same as guilty? It's really hard for me to understand how Joon Young can be treated like a criminal before due process has run its course just because he is a celeb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