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입추(立秋)기념 청계산(淸溪山) 산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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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07일 17시07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13일 14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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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7일)은 24절기 중 13번째 절기인 입추(立秋)다. 가을 문턱으로 들어서는 날이라 한다.  성급하게도 머릿속에는 따사로운 가을 햇볕과 고추잠자리가 어른거린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것은 구름 가득한 찌푸린 하늘이다. 장마가 좀 더 갈 것이라고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절기상 입추는 벼가 한창 익어갈 때쯤 된다. 날씨가 쾌청해야 풍년이 든다.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되레 장마로 농작물 피해가 심하고 보니 농민들의 마음속은 시궁창으로 변해 버렸다. '기청제(祈晴祭)'라도 지내야 할까? 옛날에는 비가 닷새 또는 보름 동안 계속해서 내리면 조정이나 고을에서 비가 멈추게 해 달라고 기청제를 올렸다고 한다. 입추 무렵의 풍속(風俗)이란 부연설명도 붙어있다. 

 

장마는 언제 끝나려나 모르겠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간다고 아우성이지만 하늘의 뜻을 어찌 정확하게 점치겠는가. 문제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니라 인재지변(人災之變)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기상청은 지난 5일 내놓은 '10일 전망'에서 오는 14일까지 서울·경기도와 강원 영서에서 비가 이어지겠다고 예상했다니 그 때까지는 장마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경우 장마 기간과 종료 시기 모두 과거 기록을 경신,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고 한다. 중부지방의 경우 지난 6월 24일 장마가 시작됐는데 8월14일까지 갈 경우 50여일이 넘는다.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고,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란다. 하늘은 왜 이런 시련을 우리에게 안겨주시는 걸까. 

 

행여 근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장(亂場)을 보고 화가 나신 것은 아닐까 마음이 졸여온다. 국회는 토론도 없이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판치고 있다. 쪽수가 모자라니 ‘방법이 없다’고 팔짱 낀 야당 미래통합당은 또 다른 의미의 협치(協治)로 포장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권력의 힘으로 누르면 가련하고 힘없는 백성들은 꼼짝 못하고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굳은 신념으로 가득 찬 집권세력(執權勢力)과 위정자(爲政者)들을 보면서 하늘이 화(火)를 내지 않으면 감히 누가 화를 내겠는가. 최근의 부동산 대책 하나만 보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법무부는 입추인 7일 검사장급 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여전히 ‘윤석열 총장 힘 빼기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된다. 입추라서 그런가. 서초동 검찰청 주위가 싸늘해졌다. 지난 1월 총장 측근들을 대거 지방으로 내려 보낸데 이어 이번에는 대검 부장들을 6개월 만에 대거 교체했다. 이런 인사는 흔치않다는 게 검찰 주변의 얘기다. 때문에 총장 ‘힘 빼기’라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은 당 최고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를 독재·전체주의라고 하면서 검찰총장직에 있는 것이 독재·전체주의 대열에 함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물러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해야 하나. 윤 총장의 원론적인 얘기를 ‘문재인 정부’를 욕했다고 호통 치는 경우는 ‘지엄하신 국회의원’ 나리이시기 때문인가.

 

혼란스럽고 짜증나는 머릿속을 씻어낼 겸 입추기념(立秋記念) 청계산(淸溪山) 산보(散步)를 나가보았다.  ifsPOST에 ‘청계산 칼럼’ 문패(門牌)를 내건 것도 ifsPOST의 산실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청계산 원터골 인근에 위치한 때문이다. 장마라서 스산한 분위기 이지만 대신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크고, 수량도 많아 하얀 물보라가 가슴속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짜증나는 뉴스 생각이 나지 않으니 머리도 맑아졌다. 점심때라서인지, 젖은 산자락인데도 돗자리 깔고, 소풍도시락을 줄기는 너댓명의 행복한 일가족이 부러워 보였다.

 

평일에다 장마기간이라 등산객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코로나19 탓이라 산속이지만 마스크를 하고 걸었다. 왜 여기에서 마스크를 해야 하지?, 이렇게 반문도 해보고, 또 “안 해도 돼”, 속으로 이런 결론도 내려 보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착용하고 있으니 눈치 보여 답답해도 참는 수밖에. 그런데 젊은 여성 두 분이 옆길 숲 속에서 나오면서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있다가 나를 만나자 제대로 고쳐 쓰는 것 아닌가. 속으로 미안했다. 내가 없었으면 편하게 다닐 텐데. 산행 시에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마스크 착용을 안 하는 것이 정답 아니냐”고 전문가들께 묻고 싶다. 전문가나 정책당국자의 답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

 

청계산(淸溪山)은 남한산과 함께 서울의 남쪽 경관을 형성한다. 과거에는 청룡산(靑龍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청룡이 승천했다 하여 청룡산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풍수지리적으로 한양의 주산을 관악산으로 보았을 때 좌청룡(左靑龍)에 해당하여 청룡산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청계산에 설치된 안내판에 따르면 대동여지도에서 처음으로 청계산이라고 표기했다고 소개돼 있다.

 

청룡이 승천한 곳이라서 그런지 노거수들이 많다. 원터골 입구 큰 길에 서있는 느티나무는 나무 둘레가 3m 70cm로 190년 된 노거수(老巨)이고, 입구를 지나 산 입구로 조금 올라가면 273년 된 노거수 굴참나무가 버티고 서있다. 둘레가 3m80cm. 모두 서울시가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들이다.

 요새 ifsPOST에는 매주 토요일에 ‘김도훈의 나무사랑 꽃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장과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지낸 경제학자로 지금은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명 ‘나무 박사’로도 통하고 있다. 그런 영향 탓인가. 요즈음은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이 나무 이름이 뭘까?” 관심을 갖는다. 사진 찍어 김 원장께 문의하면 재깍 답이 온다. 이러다 나무 박사 후계자 될까 걱정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옥잠화·비비추·맥문동’이 소개된다. 원터골 입구의 노거수들 밑에는 예외 없이 맥문동이 보라색 꽃과 함께 가득 차있었다. 

 

입추 산보는 성공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해 본다. 11시 10분께 출발해 12시30분께 복귀했으니 그래도 1지간 남짓은 걸은 셈이다. 그런데 잠시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니 답답함이 엄습해 온다. 또 무슨 뚱딴지같은 뉴스들이 튀어 나올까 걱정이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및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7일 일괄로 사의 표명을 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떴다. 최근 집 두 채중 한 채를 팔라고 다그치니 그런 건가?  제발 좀 밝고 재미있는 뉴스가 나오면 좋겠다. 열 받히는 뉴스 말고….

<ifsPOST>​ 

 

사진에 있는 꽃나무도 아침에 김도훈 박사(경제학박사)께 문의해 알게 된 누리장나무.839706b0ed4e57ac67b074928c143fe7_159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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