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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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20일 11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20일 11시41분

작성자

  • 이희준
  •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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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특별한 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세계의 스포츠 경기가 모두 중단됨에 따라 ESPN에서 한국프로야구를 매일 한 경기씩 중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막전에 역대 최다우승팀들이 전부 패배하면서 최다우승 타이틀만으로 응원팀을 정했던 미국 팬들이 당혹감을 나타내었다. 이와 달리 국내 팬들은 이 같은 결과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 역대 우승팀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러 사건을 겪고,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참패에 놀란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의 지지율이 쇠락한 과정을 천천히 살펴보면 이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수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한 시점을 한 시기로 잡자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많은 인물의 부정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은 야당에게 탄핵이라는 역대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들 명분을 주었고, 국민 중도층의 공분을 일으켰고, 다수의 중도보수 또한 새로운 보수당의 집권을 바라며 뒤돌아 서게 하였고, 여당 지지층이 본인의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명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헌정사상 전례 없던 탄핵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수십년 간 축적된 대한민국 정치계 속 보수의 우세는 사라졌다.

 

기존에 보수정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의 쇄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기게 되었다. 일단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적어도 한동안 정치적 휴지기를 가져야만 한다. 이로 인해 당 수뇌부의 처신이 애매해졌고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갈라져 보수 분열이 일어났다.

 

한국 정치는 ‘자살 골을 덜하기’ 싸움이라는 농담처럼, 조국(曺國)관련 스캔들로 진보의 자살 골이 터졌다. 이때 문재인 정권이 내세우던 공정의 프레임이 크게 흔들렸었지만 문재인 집권 후 축적돼온 미래통합당의 막말 이미지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손자병법의 세 번째 장(章)인 모공(謀攻)에서는 “싸울지 말지 여부를 아는 자가 승리한다”는 구절이 있다. 대선 이후 패배한 보수세력은 의미 없는 싸움을 걸어 본회의를 연기하는 등 국정방해의 프레임을 스스로 씌우고 말았고, 그 과정에서 했던 구설수에 오를 만한 실언들 또한 멍에로 작용하였다. 이로 인해 가장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을 시기에도 중도 층에게는 여야 둘 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전 정권에 대한 쇄신이 없는 보수정당은 더욱 매력이 없는 선택지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사태가 야당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자충수가 되었다. 처음에는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정부에 여론이 안 좋았으나 결국 세계적으로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입국금지를 하지 않게 되자 이를 국민들이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방역상황이 좋아지고 있었고 타국 방역구멍이 드러나면서 현 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서 ‘위기를 잘 넘긴 정부’라는 강점으로 홍보효과가 생기게 된 것이다. 초반 불안정한 여론만 믿다가 안일하게 이를 여당의 약점으로 여기고 있었던 야당은 그 안일함으로 여론전에서의 유리함을 눈뜬 채로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보수정당이 여론전의 불리함을 뒤집을 정도로 정책공약 등에서 우세함이 있었는가? 아니다. 그들이 내세운 공약은 무색 무취했고 여당이 내세운 정책에 한 박자 늦게 맞춰간다는 느낌을 주었다. 공약이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아젠다를 먼저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는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 예전에는 정보비대칭으로 빈부격차가 발생하였으나 오늘날에는 IT 발전으로 정보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무엇 때문에 빈부격차가 발생하는가? 기득권 격차이다. 더 큰 눈덩이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더 큰 눈사람을 만들기 쉬운 사회가 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는 기득권 격차를 줄이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수단으로는 기본소득과 연금개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는 재원조달의 문제가 항상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때 진정한 지도자는 바른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증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담긴 공약을 내세우며 상황을 뒤집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상대적 소득격차를 줄이는 정책으로 미래세대와 공감하는 보수가 되어야만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보수가 될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한 말이 있다.

“보수는 부패 때문에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지금의 보수는 이미 부패 때문에 망한 상태인데 쇄신이 없었다. 쇄신이 없었기에 보수당은 여전히 탄핵사건에서 변화가 없었고, 중도층에게 버림받아 총선에서 참패를 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보수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당이 현재 너무 넒은 범위의 사람들을 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기존 보수층에서는 여당이 중도보수에 가까워져서 여당을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기존 진보인사들과 중도보수인사들이 영원히 공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 동상이몽(同床異夢)에서 깨어나 각자의 목표를 위해서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그 정치적 혼란 속에서 보수가 안정된 사회라는 메시지를 통해 하나로 뭉친다면 시민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국가가 지켜야 할 소중할 가치들을 지키는 울타리로서, 건강한 보수가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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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20일 11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20일 11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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