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 <40> 경쟁력이란 무엇인가? (2)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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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이란 무엇일까?
기업이나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딱히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쟁력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내가 나의 경쟁자 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잘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또는 기업에서 ‘경영전략’ 강의를 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왜냐하면 이 정의는 경쟁력이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하지만, 그 이상 진전되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흔한 말로“그럼 어떻게? So What?”이 떠오르지 않고, 그만 사고가 거기서 『멈춰 버린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그러면 어떻게?”에 대한 방법론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생각은 나의 오랜 고민이었다. 그러나 약 10여년 전부터 나는 이렇게 내 나름대로 경쟁력을 재(再)정의해 보았다. 이것이 꼭 옳다는 주장은 아니고, 나는 이렇게 정의해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경쟁력이란“고객들이 구매의사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주요 사항에서, 경쟁자에 의해 쉽게 대체 될 수 없는 그 무엇을 갖추는 정도”라고 정의해 보았다. 일반적 정의와 큰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정의는 기업들에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도 기업도 정당도 개인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쟁력의 정의는 이런 측면에서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나의 경쟁력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적어보겠다. 경쟁력이란 “①고객들이 ②구매의사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주요 사항에서 ③ 경쟁자에 의해 ④ 쉽게 대체 될 수 없는 ⑤ 그 무엇을 ⑥ 갖추는 정도”라고 분해할 수 있다. 짧은 정의지만 이 안에는 여섯 개의 작은 개념들이 숨어 있다.
첫 번째 “①고객”이라는 개념부터 살펴보자.
여기서 고객은 소비자와는 엄격하게 구분되는 개념이다. 고객은 영어로 표현하면 커스터머(Customer)이고, 소비자는 콘슈머(Consumer)다. 두 개념의 근본적인 차이는 “선태권의 여부”에 있다. 소비자는 선택권이 없다. 그러나 고객은 선택권이 있는 소비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이 자유화되기 전(前), 즉 UR(우루과이 라운드)과 FTA 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비자였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세계에는 수많은 텔레비전 상품이 존재하였지만 우리 국민들은 삼성, 엘지와 같은 국산품을 살 수『밖에』 없었다. 국산품의 품질이 세계 최고가 아니어도, 매년 가격이 10% 이상 올라도 ‘으레 그러려니’하고 국산품을 샀었다.
물론 당시에도 시장에는 외제품이 있었지만 가격이 두세배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구매의 대상이 아니었다(이전 글에서 97년 국산품 TV 120만원과 SONY 270만원의 예(例)를 참조할 것).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TV를 구매할 때 큰 고민 없이 값싸고 품질도 그리 나쁘지 않은 국산품을 샀었던 것이다. 즉 세계 시장에는 다양한 TV 상품이 존재하였지만 실질적으로 국내에서는 국산품밖에 살 수 없는 즉 『선택권이 제한된』 소비시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UR(우루과이 라운드)와 FTA로 우리나라 공산품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 관세 7%만 내면 외국 물건들이 얼마든지 수입되게 되었다. 그 결과 SONY-TV는 갑자기 270만원에서 76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쏘니가 270만원일 때는 구매대상이 되기 어렵지만, 국산품이 120만원인 시장에서 SONY-TV 76만원은 절대적인 구매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구매자의 선택권이 ‘갑자기’ 넓어지게 되었다. 이제 우리국민들에게도 국산 TV와 외제 TV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국산품 TV를 살 수밖에 없는 소비자에서 순식간에 선택권을 가진 고객(Customer)이 되었다.
선택권을 가진 고객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제 까다로워진 고객들을 『만족』 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고객들에 의해 내가 선택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은 내려가고, 품질은 오히려 올라가야 한다. 다른 말로 고치면 내가 만든 TV가 고객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이제 제품(Product)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 (Commodity)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무시해도 좋은 소비자(Consumer)가 아니라 내가 모시고 만족감을 제공해야하는 고객(Customer)이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좋겠지만 TV를 만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절할 정도가 아니라 죽을 정도다. 그래서 이제는 대마불사(大馬不死)는 먼 옛날 얘기가 되고, 고객을 만족 시키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는 우열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 생사가 갈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1997년 IMF 경제 위기의 또 다른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UR 이후 경쟁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니라 그 분야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라는 사실이다.
1997년 IMF 위기는 정말로 대단한 공포였다. 내가 두렵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공포(恐怖)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배달민족은 어떤 민족인가? 5천년 동안 그 무수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민족이다.
우리는 이런 총체적 난국을 어렵지만 결국 극복하였다. 다시 TV 예를 보자. 우리 기업들은 브라운관 TV로는 도저히 일본의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브라운관 TV 생산을 중단하고 LCD-TV로 그 다음에는 LED-TV, UHD-TV로 빠르게 이전하였다. 그 결과가 우리는 세계 가전제품 시장에서 1등인 대한민국이 되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나는 국뽕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같은 이유에서 “헬 조선, 3포, 5포, 금수저, 은수저”를 말하는 사람들을 내가 좋지 않게 보는 이유다. 좀 더 큰 그림을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②구매의사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주요 사항”이다.
여기서 구매의사란 지금 당장의 현시된 구매의사여도 좋고 미래의 구매의사여도 좋다. 키워드는 『고려하는 주요사항』이다. 이 부분이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가장 혼동하는 부분인 듯하다. 경쟁력을 “내가 나의 경쟁자 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우리는 경쟁력하면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을 흔히 생각한다. 나는 이것도 정말로 재미없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구매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가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몇 천 원짜리 옷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옷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유사한 가격의 옷일지라도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
낮은 가격이 그처럼 중요하다면 이처럼 다양한 옷들이 존재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고객들은 옷을 고를 때 물론 가격을 중시 여긴다. 하지만 가격 이외에 “디자인, 색깔, 옷의 질감, 무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존 옷들” 등 무수히 많은 요소를 고려해서 자기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제공하는 옷을 선택한다.
“그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무의식중에라도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면 상인들 간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치킨게임)’ 식의 가격경쟁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결국 그 시장에 있는 모두가 곤란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구매의사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주요 사항’ 이라는 개념을 갖게 되면 기업들은 매우 다양한 상품(영업)전략을 새울 수 있고, 고객들도 더욱 넓어진 선택권을 갖게 된다. 가격, 디자인, 색깔, 감촉, 소리, 무게, 크기(박,단,소), 순도,
고장률, 열 효율성, 대응속도, 납기, A/S, 기능적 요인 이외 감성적 요인 등 너무 많은 요인들이 나의 경쟁자와 나를 구분하는 『차별화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당연히 기업들은 피나는 가격경쟁 이외에 다양한 상품 전략과 영업 전략을 새울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고객들 또한 더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세 번째는 “경쟁자”다.
이때의 경쟁자는 현재의 경쟁자도 포함되지만 미래의 경쟁자도 포함된다. 경영자들은 대부분 경쟁력 분석을 할 때 자기 현재 경쟁자들의 능력을 분석한다. 그 기업이 나보다 무엇을 더 잘하는가? 어떻게 잘 하는가? 내가 그것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자기가 잘한 것을 때로 어떤 때는 잘 하지도 못하였지만 과장하여 잘한다고 선전하기도 한다. 매우 좋은 자세다.
그러나 경쟁자가 현재의 경쟁자만 있을까? 아니다. 이익이 있으면 반드시 경쟁자는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잠재적 경쟁자다. 이런 잠재적 경쟁자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위치에 취하여 너무 비싼 가격을 요구하거나 초심을 잃어버림으로써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게 된다. 쏘니와 도시바가 그랬고, 아마 가까운 미래에 도요타도 그렇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주위 작은 가게들도 처음에는 장사가 제법되지만 곧 망해버리는 대부분의 상점들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한 기업가들은 항상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를 의식하고, 그들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쌓는다. 그래서 현재의 이익을 조금 덜 챙기더라도 기업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더 오래 더 많은 이익을 얻도록 노력한다.
가장 좋은 예는 남자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질레트 면도기다. 그리고 어느 집에나 한두개 있는 컴퓨터 프린터라고 생각한다. 질레트의 품질은 매우 좋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한다. 그런데도 면도기의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싸다. 도저히 잠재적 경쟁자가 그 가격으로 그런 상품을 만들 수 없다. 거의 기(氣)가 죽을 정도다. 그래서 당연히 그 시장에 뛰어들 자신이 없다. 그렇게 질레트는 미래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진입장벽을 쌓았다. 그러나 기업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 그것도 가능하면 많이...
그래서 질레트는 면도날 가격을 매우 높게 매겼다. 질레트 면도기에는 질레트면도날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미 질레트 면도기가 있기 때문에 비싸도 질레트 면도날을 살 수밖에 없다. 프린터 회사인 HP도 캐논도 마찬가지다. 프린터 값은 너무할 정도로 싸다. 그러나 토너 값은 상당히 비싸다. 양(量)도 쪼끔이다. 그러나 살 수밖에 없다. 어떤 때는 솔직히 짜증이 날 정도다. 그래도 그것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우리는 면도기와 프리터 분야에서는 고객이 아니고, 소비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마케팅 전략에 우리는 코가 꿰어 나도 모르게 잠재적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을 우리 스스로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을 엄청 과장한다면 업보(業報)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히 작은 업보일 것이다. 그러나 학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다.
다음 글에서는 ④ 쉽게 대체 될 수 없는 ⑤ 그 무엇을 ⑥ 갖추는 정도”를 설명하겠다. 매우 재미있고, 의미 있는 얘기가 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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